해방 후 6·25 무렵까지의 거제-손영목 장편소설 「풍화」①
해방 후 6·25 무렵까지의 거제-손영목 장편소설 「풍화」①
  • 거제신문
  • 승인 200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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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목의 장편소설 「풍화」에 대한 이 글은 필자가 2005년 10월 5일 거제시문화예술회관에서 거제문협과 한국전쟁문학회가 공동 주최한 제1회 한국전쟁문학세미나에서 발표된 것을 축약한 내용임.

① 격동기의 거제 역사를 처음으로 한 눈에 조감한 증언적 성격의 작품

거제 옥포동 파랑포 출신의 작가 손영목의 장편소설 「풍화」는 1982년 경향신문 공모 2천만원 고료 당선작으로 전쟁의 현장을 간접적으로 형상화 하고 있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전쟁소설이기도 한 동시 이데올로기에 의한 남북분단의 문제가 언급된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소설 내지 분단소설, 나아가 해방이후부터 한국전쟁에 이르는 기간까지 거제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세태소설로도 구분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해방을 맞이한 다음날부터 거제 지역의 일상적 삶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가에 대한 관찰로부터 시작된다.

해방 직후 일제의 권력구조가 소멸되면서 찾아온 정치적 공백기 속에서 거제에는 이데올로기와는 무관하면서도 정치성을 띤 자생적 사설 집단인 보안대가 제일 먼저 조직되었으나 얼마 후 이는 좌익 이데올로기와 연관된 치안대로 발전했고, 동시에 이에 반발하여 우익 청년단체인 일심회가 조직됨으로써 대립 관계에 서게 된다.

하지만 대다수의 서민들은 좌우익 그 어느 쪽에도 가담되지 않은 채 역사의 큰 흐름 속에 놓여있다.

소설 「풍화」는 그 배경으로 해방 이후의 당대 역사적 사건이 간혹 소개되어 역사적인 큰 시간적 좌표를 드러낸다면, 소설의 육체인 내면을 형성하는 이야기 축은 역사의 격동기이자 과도기 속에서 풍화되어 가는 대다수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대변하는 거제 늦태마을 심윤식 일가와 장승포를 중심한 젊은 청년들의 활동을 통해 전형적으로 드러난다.

여기에 기생 오오따 기요꼬가 운영하는 장승포 해안가의 요정 해월루가 소설적 공간을 더욱 유기적으로 풍요롭게 매개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삼대가 같은 집에 거처하는 늦태 마을 심윤식 일가와 장승포 일대 젊은 청년들의 삶은 해방 후 역사적 사건들인 미군정 실시, 모스크바삼상회의, 미소공동위원회, 유엔임시위원단 파견, 2·7 폭동, 남한만의 단독 선거 실시 및 민주정부 수립, 6·25전쟁, 인천 상륙작전, 종전 등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을 외부의 울타리로 삼고, 안으로는 해방이 되자 일제가 남기고 간 적산(敵産) 어장인 덕포 해안가 마쓰자끼의 정치망을 둘러싼 소유권 갈등, 이념단체들의 발호, 피란민 행렬 및 그 대책의 문제점, 포로수용소 군수물자 부정 유출사건 등이 직간접으로 간섭하면서 소설의 주요한 육체를 이루고 있다.

그리하여 장편소설 「풍화」는 마치 유배당한 이데올로기와도 같이 제한된 이데올로기의 영향력 속에서 일상 서민들, 특히 늦태 마을 심윤식 일가(一家)와 몇몇 청년들의 삶을 중심으로 밖으로의 커다란 역사의 흐름과 어떠한 유기성을 가지면서 저항하고 좌절하며 파멸되어 가는가를 여실히 보여줌으로써 시대에 대한 준엄한 증언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이로써 손영목의 장편소설 「풍화」를 통하여 해방 직후부터 종전에 이르기까지 격동기의 거제 역사를 처음으로 한 눈에 조감할 수 있게 되었다.

작품 「풍화」에서 좌우익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는 치안대와 일심회는 해방 직후 국가 권력의 공백기에 거제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조직된 정치적 성향의 조직체로서 해방 후의 정치적 발전과 대응하면서 대립하고 있고, 늦태 마을 심윤식을 그 전형으로 하는 대다수의 순박한 서민들은 정치적인 움직임으로부터는 한발 물러나 위치하지만 좌우익의 영향과 정치적 영향을 서서히 그리고 간접적으로 받아 ‘풍화’되어 간다.

② 해방 후 거제의 좌우익 단체들의 갈등과 심윤식 일가의 몰락과정

우선 좌우익 단체에 가담한 거제의 청년들이라 해도 대부분 이데올로기를 본질적으로 추종하는 인물들은 아니었고 정치적 공백기를 이용하여 출세나 재산축적의 방편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특히 지세포 출신의 신덕칠을 중심한 우익단체인 일심회는 뚜렷한 철학이나 목적의식 없는 집단이고, 백기효, 반영철, 윤기훈 등이 중심이 된 좌익단체인 치안대는 장차 인민공화국을 수립하게 될 건국준비위원회의 노선을 따르게 되며, 나아가 조선인민공화국의 하부조직인 군인민위원회 내지 조선공산당 거제지구당의 조직으로 흡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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