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만호 고현동 신청사건립 추진위원회 위원장
옥만호 고현동 신청사건립 추진위원회 위원장

주민들을 위한 마을 대표창구인 '주민센터'의 기능이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주민센터에서 편리하게 서류를 발급받고 문화와 여가를 즐기며, 이웃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운다.

동사무소로 불리며 지역 민원업무를 담당해온 주민센터가 행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생활과 문화, 복지 전반을 아우르는 열린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고현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신축사업도 이런 행복한 상상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복리증진의 중심이자 휴식·문화공간으로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이끌고, 시대적 변화와 수요에 맞춰 수준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코자 하는 것이 신청사 건립의 핵심이다. 

고현동은 옛 신현읍의 소재지로 지난 2008년 고현·장평·상문·수양동 등 4개의 동으로 분동됐다. 고현동을 제외한 3개 동은 분동 후 전부 신청사를 건립했으나, 고현동 청사만이 노후화와 도시팽창에도 수십년간 존치되며 주민센터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고현동은 거제시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한다. 민원수요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청사가 협소할 뿐 아니라 문화·복지 등 서비스 시설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신청사 건축에 대한 염원은 오래전부터 표출돼 왔다. 청사 신축은 다수의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에 주민 참여 없이 결정할 수는 없는 사안이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 과정도 거쳤다. 2019년 8월 고현동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9%가 신청사 건립을 희망했고, 이중 76%는 건립이 매우 시급한 현안이라고 답변했다.

거제시는 주민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고현동 복합 커뮤니티센터 신축을 결정하고, 2020년 10월 2021 생활SOC 복합화 사업에 공모해 국비 33억원을 포함, 총사업비 176억원을 확보했다. 지하2층~지상 4층 규모로 주민센터·주거지 주차장·노인복지센터·생활문화센터의 주민복합문화센터 건립을 위한 사전행정 절차를 이행하고, 내년 착공을 준비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주민들로부터 복합문화센터 신축을 재검토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오랜 숙원이었던 신청사 건립이 이제 막 가시화된 상황이어서 갑작스러운 재검토 요구가 더욱 당황스럽기만 하다.

이들의 주장은 옛 신현읍 청사인 고현동주민센터가 문화재적 가치가 높고 지역 근현대사의 상징과도 같으므로 반드시 보존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역공동체의 역사가 담긴 유산으로 보존 필요성도 충분히 공감하고, 보존하고자 하는 일부 주민들의 바람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사부지 대체 공간이 없을뿐더러 신청사의 규모와 계획을 고려할 때 현 청사의 보존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렇게 청사 신축이 지연된다면 사업시작 후 3년내 착공이라는 공모사업 조건 미이행으로 국비를 전액 반납해야 할 위기에 처할 우려도 있다. 앞으로 국비 지원사업은 제한될 것이고 고현동 신축사업 역시 무기한 연기될 수밖에 없다. 시는 청사 보존을 요구하는 이들의 의견을 일정 부분 받아들여 고현동이 지닌 근대 건축물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추후 복원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건축물 상세 도면화·연관 자료 수집 등의 학술용역을 수행하는 한편 문화재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일부 재료는 신청사 역사관 내 조형물로 설치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옛 청사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과 새로운 청사를 건립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맞는지는 동민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 중심에는 주민 복리 증진과 편의 도모라는 주민센터의 본래 기능에 맞게 주민 삶의 질 향상의 가치가 반드시 우선돼야만 한다.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결정은 결국 그것의 본질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주민 다수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한 기반시설을 갖춘 복합 커뮤니티센터건립이 하루빨리 이뤼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진정으로 주민 삶의 질과 복지를 높이는 일이 무엇인지 곱씹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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