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이라고 하면 민중들이 흥분한 상태에서 정당한 절차 없이 마구잡이로 몰아가는 미친(狂氣) 사회에서나 있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과학문명이 시작되고 이성중심의 계몽주의사상이 싹트기 시작하는 16~17세기의 전근대적 현상이다.

약 200년간에 걸친 십자군전쟁의 실패로 서유럽사회는 혼란과 불만에 빠졌다. 가톨릭 교황의 권위는 약화되고, 왕권에 대한 불만, 기사계급의 몰락과 무역확장에 따른 상업의 발달로 중세는 해체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양이 필요했다. 그때 교회와 대립되는 존재로 '마녀프레임'을 만들어 낸 것이다. 선(善)을 수호하기 위해 악(惡)을 척결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본래 마녀나 마법사는 사악한 존재가 아니었다. 주문으로 악귀를 물리치고, 점술로 미래를 예언하고, 출산이나 질병치료에 도움을 주는 주술적 집단이었다. 이들이 악마와 놀아나면서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고 충동질했다.

시작과 다르게 점차 마녀사냥에는 마녀가 사라졌다. 오히려 돈 많고 후견인이 없는 여자들이 마녀로 몰렸다. 마녀사냥이 마녀사업으로 변한 것이다. 부자과부에게 악마와 간통했다고 뒤집어 씌워 처단하고 모든 재산은 몰수하여 교회의 부족한 재정으로 충당했다.

그뿐 아니라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들끼리 죽이는 결투나 맹수에게 물어뜯기는 광경을 보면서 열광했듯이, 벌거벗은 여자가 화형을 당하는 장면을 남자들은 놓칠 수 없는 오락거리로 흥분했다.

현대사회에도 '마녀 없는 마녀프레임'은 현재진행형이다.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무차별 집중공격하는 현상, 마타도어식 폭로, 인터넷 댓글조작 등 집단히스테리는 선거 때가 되면 더 심하다.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 자리로 돌아온다고 하지만, 진실이 신발끈을 매는 동안 거짓은 벌써 지구를 반바퀴나 돌고 있기 때문이다. 건전한 사회라면 마녀사냥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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