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덕중학교 정도현 교장

신문 지면의 인터뷰나 인물 코너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또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 위주로 소개되는 일이 많다. 그러나 가장 특별한 사람은 가장 평범한 사람이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우리 이웃의 삶의 궤적은 어쩌면 위인전 보다 가치 있고, 지혜가 담긴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거제신문은 평범한 거제 사람들의 빛남을 위해 '밥 한 그릇 주이소'를 시작하게 됐다. '밥 한 그릇 주이소'는 골목길을 가다 마주친 이웃집 아줌마, 담장 너머 사는 앞집 총각, 조선소에 다니는 옆집 아저씨 등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먹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 편집자 주

지난 15일 만난 둔덕중학교 정도현 교장.
지난 15일 만난 둔덕중학교 정도현 교장.

"거제도라 후미진 산방산 기슭, 해 뜨면 밭 갈고 샘 파 마시며 오호라 지켜온 부조의 들에 오늘에야 드높이 메아리 깃고 한겨레의 슬픈 꿈은 피어나거니…. <중략>"

교가를 보면 그 학교의 위치며 배경·역사 등 학교에 대한 정보가 숨어 있다. 일반적으로 교가는 학교의 교육 목표·이상·특징 등을 나타내는 노랫말에 곡을 붙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둔덕중학교의 교가 작사는 거제가 낳은 그리고 둔덕면이 낳은 문학의 거목 청마 유치환 시인이 지었다. 교가에서 볼 수 있듯 예나 지금이나 둔덕면 지역은 거제지역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다.

지난 14일 '거제신문과 함께하는 거제역사 다시 알기' 수업을 위해 찾아간 둔덕중에서 퇴직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정도현 교장을 만났다. 그리고 다음날인 15일 방학을 하루 앞둔 둔덕중을 다시 찾았다. 급식소에서 밥 한끼 나누며 정 교장의 고민을 듣고 싶어서다. 정 교장의 고민이 둔덕중만의 문제가 아니라 거제지역의 미래를 내다보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둔덕중 정도현 교장
둔덕중 정도현 교장

방학 하루 앞둔 둔덕중 점심은 '닭다리'

방학을 하루 앞둔 둔덕중 학생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이날 급식 식단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닭다리'를 비롯해 수수를 섞은 밥과 김치·감자옹심이 수제비·배추 순나물·고추순나물·디저트로 포도가 식판을 장식했다.

교장 선생님과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식사도 마주하지 않고 나란히 앉아 학교 급식의 맛을 음미했다. 맛도 맛이지만 둔덕중의 급식재료는 언제나 최상의 재료와 성장기 학생들을 위한 식단에 맞춘다고 한다.

둔덕중을 방문한 목적은 정 교장과 식사를 나누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지만, 이날만큼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대화는 식사 후 마스크를 착용한 다음 진행하기로 했다.

둔덕중학교의 과거 모습.
둔덕중학교의 과거 모습.

전국 최고 수준 교육환경과 3無 학교

한 번이라도 둔덕중을 방문한 사람은 우선 시설과 규모에 놀란다. 웬만한 대학교 수준에 버금갈 정도로 시설이 많고 수준 높기 때문이다.

현재 둔덕중의 각종 교실은 거의 학생 1명당 1개 교실을 사용할 정도로 많다. 단순히 교실 규모로만 보면 중앙강당(교실 3개 규모의 다목적실)을 비롯해 체육관(대강당)·미술실·음악실·과학기초 과정실·위클래스실·역사관·상담실·교장실·이사장실·수학실·1학년 교실·2학년 교실·3학년 교실·수업 자료실·교무실·행정실·진로실·보건실·급식실·도서관 열람실 2개·대열람실·컴퓨터실·영어회화실 등 27개 정도가 된다.

학생들도 대학생처럼 수업에 맞춰 각 교과목에 맡는 특성 교실을 오가며 수업을 받고 있다.

둔덕중은 3無 학교이기도 하다. '학교폭력·권위·차별'이 없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학생수가 적기 때문에 학교폭력이나 차별이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학교도 엄연히 사회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학생이 적든 많든 학교폭력이나 차별이 있을 수밖에 없다.

둔덕중에서는 선생님은 권위보다는 소통으로 학생들과 교감하며 학생들과의 장벽이나 세대 차를 허물고 있다.

선생님은 학생의 의견에 귀기울일 줄 알고 학생들은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친근하게 생각했다. 방학식을 하루 앞두고 학생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장면도 학생과 교사와의 소통이 원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원래 둔덕중 교칙에는 교내에선 급식 외에 간식이나 군것질은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날 학생회장이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학교에서 아이스크림 등을 먹으며 수업하게 해달라고 건의했고 정 교장은 이에 흔쾌히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둔덕중 정도현 교장과 최대윤 기자가 함께 학교 급식을 먹고 있다.
둔덕중 정도현 교장과 최대윤 기자가 함께 학교 급식을 먹고 있다.

퇴직 앞둔 정 교장의 고민과 남은 숙제

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 교장과 둔덕중 학생들은 이별을 맞는다. 그렇지만 곧 학교를 떠나야 하는 정 교장의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정 교장이 처음 둔덕중에 부임했던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둔덕중의 전교생 수는 500명이 훌쩍 넘었을 정도다. 거제의 중심지역인 고현·옥포지역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둔덕중의 학생수는 급격히 줄었다. 1990년대에는 300명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2000대에는 100명 아래로 떨어졌고, 지금은 전교생이 30명 수준이다.

정 교장이 둔덕중의 역사와 함께하는 동안 학교의 시설은 재단의 도움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아무리 좋은 시설이 있어도 사용하는 학생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에 놓인 학교를 떠나야하는 정 교장은 거제교육지원청을 찾아가 거제지역 면 단위 중학교의 광역 통학구역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둔덕중 정도현 교장
둔덕중 정도현 교장

현재 이 제안은 거제교육청의 심의를 거쳐 도교육청에 이관된 상태며, 최근에는 김성갑 경남도의원의 건의로 경남도 지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 교장은 4차 산업시대에는 입시경쟁을 목표로 하는 학교보다는 지성·감성·의지를 균형있게 갖춰 원만한 인격을 지닌 사람을 만들어가는 전인교육과 창의성 개발을 목표로 하는 학교가 명문학교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 교장은 "둔덕중은 지역민과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학교와 공동으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한다. 그렇다보니 성적 수준에 맞춰 대학에 가서까지 별다른 꿈이 없는 요즘 청소년들과 달리 중학교 때부터 이미 명확한 꿈과 목표를 가진 학생이 많다"면서 "앞으로 농어촌 학교가 살아가려면 전인적 교육과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등 교육의 질도 중요하지만 학부모와 학생이 원하면 다닐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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