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수 칼럼위원
김계수 칼럼위원

장마가 주춤하는 사이 날씨가 너무 덥다. ‘열돔현상’으로 땅 위를 걸어 다닐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바람은 꽃잎 흔들기를 멈췄고 새소리도 나무 그늘 뒤로 숨어들었다. 오직 강렬한 것은 햇빛, 살아남고자 하는 것들은 스스로 빛이 되든지 태양의 뒤편이 되어야 한다. 에어컨이 쉴새 없이 돌아간다. 공기 속에 숨어 있는 한 치의 냉기까지 건물 안으로 빨아들여 인간의 생존에 헌신해야 한다.

그게 기계의 가치다. 냉기를 사람에게 완전히 빼앗긴 힘 빠진 더운 공기가 건물 밖으로 밀려난다. 차가운 것과 섞이지 못하고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공기는 대기권 밖에 무덤처럼 빼곡히 쌓인다. 사람이 쓰다 버린 탁하고 더운 공기는 스스로 인류 공격의 배후가 된다. 열을 모아 돔을 형성하고 그 엄청난 열기를 다시 사람에게 보내준다.

사람의 편리에서 나온 것이니 다시 사람에게 되돌려지는 것인데 사람들은 다시 열돔의 배후를 찾아 이기려고만 한다. 원인을 찾고 개선하기 위해 더 강력한 기계를 개발하고 무한한 인간의 능력에 흥분하고 즐긴다. 배후가 배후를 낳고 또 그 배후를 쫓아 없애는 것쯤이야 사람에게는 식은 죽 먹기. 감히 생각컨데 앞으로는 사람이 다니는 모든 통로에 열이나 추위를 이기는 ‘기후 방탄로드’가 세워질 것이다.

스스로 숨을 쉬고 자생할 능력을 잃은 풀과 꽃, 새들과 나비가 사라져도 기후변화에 끄떡하지 않을 인간이 탄생할 것이다. 우주의 생존게임에 새소리나 흔들리는 꽃, 비를 맞고 자라는 풀잎과 나무, 이런 것 하나 없어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최고 존엄의 인류! 풀벌레와 새소리 없는 안전한 밀폐공간에 만족하는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가 즐거우신가! 그럼 이건 어떤가?

맑은 공기를 마시고 힐링하기 위해 산에 올랐는데 늑대같이 사납고 무서운 들개가 사람을 위협한다는 소식 말이다. 이미 사람에 대해서 학습효과를 마친 반려견이었기 때문에 겁이 없다. 버려졌으므로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섰다가 다시 사람을 공격하는 존재에 대한 공포감이 좀 드는가.

장마의 습성은 어떤가, 보름에서 이십일 정도 촉촉이 내리던 장마의 습성이 사라지고 특정 지역에 사나흘 집중해서 어마어마한 비를 쏟고는 잠잠하다. 마치 표독한 이빨을 숨긴 맹수처럼 인간을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듯.

어른들께서 ‘살아서 평생 이런 비는, 이런 날씨는, 이런 파도는, 이런 더위는 처음이야.’ 하는 말처럼 계절 따라 기후의 반복은 사라지고 상상할 수 없는 ‘처음’은 계속될 것이다. 어마어마한 태풍이 부산과 거제, 통영을 휩쓸어버릴 것이고, ‘기후 위기’는 곧 ‘식량 위기’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며 풍요는 끝나고 봄과 가을은 기억으로만 남을 것이다. 바다 아래부터 시작되고 있는 사막현상은 금수강산에 생겨날 것이다. 거짓말 같은가? 두렵지 않은가!

무지막지한 탄소배출량으로 유례없는 ‘처음’의 폭염이 해마다 증가할 것이며, 우리가 마시는 물은 땅에서 더 이상 솟아나지 않을 것이다. 생존의 ‘끝’에 힘없이 기웃거리는 인류의 모습이 걱정된다면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밥그릇 걱정보다 더 급한 것이 인류 생존의 바탕인 지구를 살리는 것이다. 적어도 인류애가 남아 있다면 말이다. 기후의 이상으로 인한 불편은 코로나 사태의 불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잔인할 것이다.

정해진 미래는 없다. 다만 예상을 할 뿐이다. 예상되는 현상에 미리 대비를 하는 것이다. 화염에 탈 것인가, 태풍에 휩쓸릴 것인가, 목이 타서 말라 죽은 나무와 풀의 재를 삼킬 것인가?

솔직해지자. 세상 전체는 손해를 보더라도 함부로 소비하고 버려서 사적인 안락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솔직해지는 시간을 가지자.

아프고 엄중한 자연재해가 이미 시작되었다. 우린 이미 인류멸망과 자연파괴의 늪에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시인이 시를 쓰고, 가수는 노래를 부르듯, 환경운동가는 점점 꺼져가는 희미한 지구를 살리는데 온 역량을 다해야 한다. 구호를 넘어선 결기 넘치고 죽음을 견디는 싸움이 있어야 한다.

환경운동가에게 고한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시민을 환경보호 운동가로 참여시키지 못한다면 그대들은 도의적 책임을 넘어 엄중한 벌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책임에 막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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