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막걸리를 술이라지만 /내게는 밥이나 마찬가지다 /막걸리를 마시면 /배가 불러지니 말이다.' - 천상병의 시 '막걸리' 첫 부문.

일정한 수입이 없었던 천상병 시인은 친한 지인에게 세금(?)을 거둬 막걸리를 마셨다. 60~70년대에는 결혼한 사람에게는 1000원, 결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500원이던 것이, 80년대에는 친하고 덜 친하고에 따라 천원과 2천원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돈을 적게 내는 것이 오히려 더 찝찝했다.

어느 날 김인 바둑국수를 만났다. 천 시인이 손을 내밀며 "천원"하고 말했다. 김 국수가 "나 천원은 못줘, 2천원으로 올려" 그러자 시인이 노려보면서 "어이, 김인이. 까불지 마라. 넌 아직 천원짜리밖에 안돼!" 둘은 호쾌하게 웃었다.

막걸리는 한국 전통술이다. '청구영언'에 '달괸 술 막걸러'라는 기록으로 보아 '마구 거른 술'이라는 뜻과 '이제 막(금방) 걸러진 술'이라는 두 가지의 어원으로 갈린다. 어원이야 어떻게 됐던 세간에서는 탁하다고 탁주(濁酒), 뽀얗다고 백주(白酒), 농사 때 새참이니 농주(農酒), 찌꺼기가 남는다 해서 재주(滓酒) 등 여러 이름이 있지만 그래도 막걸리는 '국주(國酒)'임에는 틀림이 없다.

텁텁하면서도 시큼하고, 시큼하면서도 달콤함이 받치는 막걸리는 마시고 나면 저절로 없는 수염을 훔치는 멋과 목젖을 넘긴 후 반사적으로 흘러나오는 '캬~' 하는 소리가 매력이다.

비오는 날이면 운치 좋은 카페에 앉아 잔잔한 노래를 들으면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비오는 날 로망의 1위였지만, 최근의 조사에서 '비 오는 날 연관 음식'으로 파전에 막걸리가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파전 붙일 때 기름 튀는 소리가 빗소리의 음파와 비슷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 식당에서의 '국룰'이었던 '막걸리 1통=3천원'이 흔들리고 있다. 도대체 안 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오르기 전에 오늘 저녁에는 막걸리나 한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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