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정부는 '체고 40㎝ 이상의 모든 개는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소위 '개입마개법'을 내놨다. 그러자 반려동물단체들이 반발했다. '마치 덩치가 큰 사람은 모두 수갑을 채워야 한다는 논리나 마찬가지'라며 청와대국민청원을 시작으로 입마개 반대운동본부가 결성되고 곳곳에서 반대집회가 열렸다. 결국 '모든 개'에서 맹견으로 기준을 바꾸었다.

사람이 가족처럼 키우는 동물을 펫(pet)이라 한다. 전에는 애완동물이라 불렀지만 지금은 함께 살아가는 식구로 여겨 반려동물이라 부른다. 2020년 말 조사에서 반려가족 수가 1500만에 이르고, 반려동물을 둔 가구 수는 604만으로 국내 총가구수의 29.7%로, 줄잡아 두서너 집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인 만큼 주인에 따라 빈부격차가 심하다. 부잣집 개가 아프면 두 달 입원치료에 천만 원이 훌쩍 넘지만, 가난한 집의 개가 아프면 서럽다. 유기견보호소로 옮기거나 안락사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잣집 개는 '개팔자 상팔자'지만 가난한 집 개는 '개고생'이다. 또 어떤 집에서는 주인의 '등골브레이커(경제적인 큰 부담)'가 되고 만다. '개'와 '개님'으로 나눠질 판이다.

피자업체에서는 펫을 위한 피자를 내고 있다. 동물들이 소화하기 힘든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반죽하고, 무염치즈에 소고기, 닭가슴살 등을 토핑해서 올렸다. 또 어떤 회사에서는 반려견 햄버거와 멍치킨을 시판하고 있고 반려동물용 술도 있다. 진짜 술이 아니라 무알콜 맥주다. '멍맥주'에 '멍소주''멍걸리'에 '멍파전' 안주도 있다.

주인은 못 먹고 못 입어도 펫만은 잘 먹이고 잘 입혀야 하는 것이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 아닐 것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데 들어가는 비용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펫 푸어보다 애완동물을 기를 때 지켜야 할 반려문화인 펫티켓(펫+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사람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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