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임금 명목 보조금 7억8000만원 받고도 상여금 미지급
노동조합, 노동쟁의 조정 신청하고 25일 파업 예고
거제시 “회사가 파업 볼모로 재정 지원 압박 의구심” 입장

13일 오전 삼화여객·세일교통 노조가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파업의 불가피성을 밝히며, 임금체불 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오는 25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3일 오전 삼화여객·세일교통 노조가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파업의 불가피성을 밝히며, 임금체불 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오는 25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거제지역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의 불가피성을 밝히며, 임금체불 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오는 25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삼화여객·세일교통 노조는 13일 오전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시민께 심려를 끼쳐 우선 죄송하지만 파업이라는 단체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반복되는 임금체불 등에 대한 방지대책이 없는 한 시내버스를 멈출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거제지역 시내버스 노동자의 근무환경은 타지역보다 유난히 열악하다. 합의에 따른 근무시간은 11시간이지만, 실상은 하루 16~18시간을 버스에 매여 있다. 그렇다고 임금이나 복지혜택이 나은 것도 아니다. 임금체불이나 4대 보험체납이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시내버스 노동자의 임금이 체불되는 사례가 전국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이에 이번 교섭에서 책정된 표준운송원가를 보장과 임금체불 방지대책을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임금 인상은 월평균 6만9000원 정도다.

노조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급하게 대출이라도 받으려 은행에 가면 4대 보험이 체납돼 안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막막함과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비록 민간업체 소속이지만 공공분야에서 일한다는 보람과 보상은 적어도 안정적이라는 금정으로 고된 노동을 이겨냈다”면서 “하지만 사측이 상여금 지급 약속을 어겨, 거제시와 버스회사 사이에서 볼모로 잡힌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당초 지난 4일부터 버스를 멈출 예정이었으나 3일 거제시의 중재로 막판 협상 끝에 파업을 유보하고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사측이 6일 지급키로 했던 상여금 지급을 미루면서 다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거제시로부터 임금(상여금 포함)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고도 운수노동자들에게 이날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15일 예정된 임금 또한 지급이 불투명하다.

앞서 노조는 2020년 거제시 표준운송원가 산정 용역상 임금 인상률인 2.62%에 준한 임금 인상과 무사고 수당 5만 원 신설, 임금 체불 및 4대 보험료, 퇴직금 연체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승객 감소로 작년에만 25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났다”며 난색을 보였다.

결국 노조는 지난달 22·23일 양일간 조합원 220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80% 찬성을 끌어냈다. 이에 노조는 막판 협상마저 결렬되면 4일 새벽 첫차부터 운행을 멈추기로 했다. 2개 업체는 50개 노선에 시내버스 108대를 운행 중이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시민 불편이 불가피했다.

13일 오전 거제시 원태희 관광국장이 지역내 시내버스 업체 노조 기자회견 후 입장문을 통해 중재는 계속하겠지만 추가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13일 오전 거제시 원태희 관광국장이 지역내 시내버스 업체 노조 기자회견 후 입장문을 통해 중재는 계속하겠지만 추가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거제시가 중재에 나서 임금 인상분 2.62% 보장과 임금 체불 방지를 위한 대책을 오는 6월말까지 마련한다는 확약 등으로 시내버스가 멈추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이후 시는 지난 6일 업체 2곳에 운수종사자 상여금과 급여에 필요한 보조금 3억900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특히 시는 교부액 사용 후 집행 결과(증빙자료 포함)를 제출하고, 보조금의 부적정한 집행·집행내역 허위제출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행정명령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일반 경비로 우선 써 버렸고, 또다시 운수노동자 임금이 체불됐다. 이 상태로는 15일 급여도 제때 나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노조는 지난 10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는 이번 협상마저 결렬될 경우, 조정 기간(15일)이 끝나는 오는 25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거제시 원태희 관광국장이 노조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통해 중재는 계속하겠지만 추가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장문은 “행정에서는 현재 버스업체에 연간 100억원이 넘는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며 “(사측의 상여금 미지급은)노조의 파업을 볼모로 해 시의 재정 지원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버스 업체의 고질적인 임금 체불 방지와 경영개선을 위해 원가보상제 도입 검토, 비수익노선의 노선 조정, 마을버스 도입, 브라보 택시 운영 확대 등 시내버스가 멈추지 않도록 용역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노사도 적자 해소와 임금 체불 방지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당부하는 한편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가 한시도 멈출 수 없다는 점을 감안, 파업과 휴업이 아닌 경영 건전화를 위한 자구노력을 통해 상생과 협력의 길로 함께 나아갈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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