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시대 노(魯)나라 도척(盜  )은 중국 역사를 통틀어 가장 악명 높은 도둑의 대명사다. 사람의 간을 씹어 먹는 사람이었다. 도척은 하는 짓과 다르게 변설이 뛰어났다. 공자가 도척을 교화하기 위해 찾아갔다가 오히려 설득 당할 뻔 했다는 일화가 장자 외편에 나온다. 번지르르한 말에 속아 도척을 따르는 도둑의 무리가 9천명에 이르렀다.

전국시대 제(齊)나라 영공(靈公)은 남장한 여자를 좋아했다. 궁중의 여자들에게 모두 남장시켰다. 그러자 나라 안의 모든 여자들이 이를 보고 따라했다. 영공은 백성들에게 이를 금지하는 영을 내렸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영공이 재상 안자(晏子)에게 물었다. "도대체 내 명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오?" 안자가 대답했다. "왕께서 궁중의 여자들은 남장하게 하면서 백성들에게는 못하라 하시기 때문입니다. 이는 소대가리를 문에 걸어 놓고 말고기를 속여 파는 것과 같습니다." '안자춘추'의 원전에는 '우수마육(牛首馬肉)'이었는데 나중에 '양두구육(羊頭狗肉)'으로 변했다.

나라에 기근이 들면 왕과 대신들은 백성들의 어려움을 새긴다는 뜻에서 거친 무명옷을 입고 조정회의를 했다. 그러나 무명겉옷 안에는 비단옷이 번쩍였다. 표리부동(表裏不同)의 전형이다. 겉과 속이 다르고,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일수록 청렴한 척, 깨끗한 척, 정의를 말하기 좋아한다.

공정거래위원장이 되자 30년 된 헌 가방을 들고 지하철 타고 첫 출근하는 모습이 신선했는데, 임대차3법 시행 이틀 전에 전세 값을 올려 쫓겨난 청와대 고위공무원. 이건 그냥 애교수준이다. 공정으로 포장된 위선의 기술을 알게 해준 장관도 있다. 어디 이들 뿐이랴.

이들에게서 도덕적 책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바라지도 않는다. 차라리 끝까지 속여 위선의 민낯이라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선은 들킬 때까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니까. 그게 위선의 기술이다. 사실 나쁜 놈(不善者)보다, 아닌 척하는 놈(僞善者)이 더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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