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인데…
아닌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인데…
  • 김수영 칼럼위원
  • 승인 2021.0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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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거제다대교회 목사
김수영 거제다대교회 목사

가정 사역자로 유명한 송길원 목사의 글 중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내용이 있어서 소개해 본다.

나와 아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는 오른손잡이인데 아내는 왼손잡이다. 그래서 아내는 습관대로 국그릇을 왼쪽에다 잘 갖다 놓는다. 별일 아닌 것 같은 그 차이가 신경을 건드린다. 나는 종달새형이다. 새벽시간에 일어나 설친다. 늦잠을 자면 무조건 게으르다고 여긴다. 그런데 아내는 올빼미형이다. 밤새 부엉부엉 하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든다. 도대체 맞는 구석이 없다. 나는 물 한 컵을 마셔도 마신 컵은 즉시 씻어 둔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고 언제 해도 할 일이며 내가 다시 손을 댈지 모를 일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아내는 그게 안 된다. 찬장에서 꺼내 쓸 그릇이 없을 때까지 꺼내 쓰다가 한꺼번에 씻고 몸살이 난다. 거기에다 나는 약속시간에 늦은 적이 거의 없다. 미리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아내는 떠나야 할 시간에 화장한다고 정신이 없다. 다가가서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화장품 뚜껑이라는 뚜껑은 다 열어놓고 있다. 나는 그게 안 참아진다.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낸다.

"아니, 이렇게 두고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면 향이 다 날아가고. 뭐 때문에 돈 주고 비싼 화장품을 사. 차라리 맹물을 찍어 바르지."

나중에는 견디다 못해 성경책까지 들이밀었다. "여보, 예수님이 부활만 하시면 됐지 뭣 때문에 그 바쁜 와중에 세마포와 수건을 개켜놓고 나오셨겠어? 당신같이 정리정돈 못하는 사람에게 정리정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싶으셨던 거야. 그게 부활의 첫 메시지야. 당신 부활 믿어, 부활 믿냐고?"

그렇게 아내를 다그치고 몰아붙일 때 하늘에서 음성이 들렸다. "야 이 자식아, 잘하는 네가 해라. 이놈아, 안 되니까 붙여놓은 것 아냐?"라고. 내겐 너무 큰 충격이었다. 순간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게 있다. '나의 은사(gift)는 무엇일까'라고. 너무 간단하게 알 수 있다. 내 속에서 생겨나는 불평과 불만, 바로 그것이 자신의 은사인 것이다. 이를테면 아내는 물건이 제자리에 놓여 있지 않고 종이 나부랭이가 나뒹구는데도 그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불편한 게 없다. 오히려 밟고 돌아다닌다. 하지만 나는 금방 불편해진다. 화가 치민다. 이 말은 내가 아내보다 그런 분야에서는 탁월한 은사가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 은사를 주신 목적이 상대방의 마음을 박박 긁어놓고,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무기로 사용하라는 데 있지 않다. 은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섬기라고 주신 선물이다.

바로 그때 내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내 아내에게는 뚜껑 여는 은사가 있고, 나에게는 뚜껑 닫는 은사가 있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아내를 대하는 태도를 바꿨다.

아내가 화장한다고 앉아 있으면 다가가서 물었다. "여보, 이거 다 썼어? 그러면 뚜껑 닫아도 되지. 이거는? 그래, 그럼 이것도 닫는다." 이제는 내가 뚜껑을 다 닫아 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렇게 야단칠 때는 전혀 꼼짝도 하지 않던 아내가 서서히 변해가는 것이다. 잘 닫는 정도가 아니라 얼마나 세게 잠갔던지 이제는 나더러 뚜껑 좀 열어달라고 한다.

아내의 변화가 아닌 나의 변화, 그렇게 철들어진 내가 좋아하는 기도가 있다. "제가 젊었을 때는 하나님에게 세상을 변화시킬 만한 힘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중년이 됐을 때 그런 나의 기도가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알게 됐습니다. 철들어 여생을 돌아보게 되면서 제가 지금 드리는 기도는 저를 변화시켜 달라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처음부터 이런 기도를 드렸더라면 제 인생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나는 이 글을 보면서 세상의 모든 문제는 '나였구나'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됐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껏 모든 것을 나 중심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며 대했던 내가 아니던가 말이다. 나와 다를 뿐인데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아닌 것으로 재단하고 정죄하고, 탓하며 많은 사람에게 수도 없는 상처를 주며 살아 온 내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리고 그게 나의 은사라는 사실을 정작에 알았더라면 부부싸움도 안 했을 것이고, 더 사랑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뤘을 것인데… 하는 자괴감이 들면서,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빌2:3)"는 말씀을 다시 한번 묵상해 본다.

"하나님! 문제는 나였습니다. 나를 변화시켜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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