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최초의 아쿠아포닉스 농법 도전한 이종갑 귀농인]
지난 2016년 조선소 희망 퇴직 이후 3년 동안 귀농 준비
물고기가 키우는 채소 재배로 '건강한 먹거리 공급 자부심'

최근 거제지역에서 물고기가 키우는 유기농채소 설비인 아쿠아포닉스 농법에 도전한 귀농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거제면 서정리 이종갑씨(51)다. 그는 조선소 희망퇴직 칼바람이 본격 시작되던 지난 2016년도에 20여년간 정든 조선소 현장을 떠나 당시 받은 퇴직금을 몽땅 털어 귀농에 뛰어들었다.

대기업 사원의 삶을 포기하고 뛰어든 선택인만큼 가족의 만류도 있었을 법한데 오히려 가족의 응원에 힘입어 더욱 열심히 귀농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씨가 국립수산과학원에 기술을 이전받아 도전한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농법은 거제는 물론이고 경남에서 최초로 시도한 농법으로 알려졌다.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 양식(Aquaculture)과 수경재배(Hydroponics)를 결합한 합성어로 식물을 재배하면서 물고기를 키우는 농법이다.

이 농법은 물고기 배설물을 채소에게 영양분으로 공급하고, 채소는 물을 정화하는 과정에서 배양된 약 2000여종의 미생물 덩어리(바이오플락)를 다시 물고기에게 공급하는 친환경 자연 순환농법으로 사용된 물을 물고기와 채소에게 순환적으로 제공해 농업용수를 절감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채소와 물고기를 모두 판매할 수 있는 1석2조의 농법이다.

채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자연 증발된 물만 보충해주면 되는데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고, 생산량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는 메기를 키우며 생산된 배설물이 효소와 결합해 식물에게 꼭 필요한 질소와 일산화탄소 등을 제공해주는 아쿠아포닉스 농법 때문이다.

이 농법은 이씨가 운영하는 농업법인(가비네농장)과 양성록 대표의 어업법인(나노주식회사)이 만든 합작품인 셈인데 아직까지 이 농법에 대한 인지도가 없어 폭발적인 주문량은 아니지만 점점 입소문를 타면서 주문량이 늘고 있다고 한다.

나노주식회사의 수조 11개중 가비네농장 채소베드 28개를 위해 쓰이는 수조는 3개 정도다. 수조 1개당 2000마리에서 2500마리 정도의 물고기가 생산되고 있다. 

이씨가 키우는 야채는 주문생산이 가능한데 이 씨의 농장에선 오전에 수확해 오후에 배송하고 다음날 배송을 마치는 시스템으로 유통하고 있으며 거제지역에선 거제축협 로컬푸드 직매장과 거제농협 하나로마트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키운 야채 대부분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한 인터넷 판매망을 활용해 유통되고 있는데 이는 이씨의 든든한 지원군인 딸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인스타 등 각종 SNS홍보를 하다보니 외국에서까지 관심을 보이며 연락이 오고 있다고 했다.

현재 이씨의 채소베드는 매일 40~50㎏의 채소를 생산해내고 있다. 주요 생산품목은 유럽형 샐러드 채소와 쌈채류 등으로 일반 재배채소에 비해 식감이 부드럽고 채소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게 특징이다. 하지만 아쿠아포닉스 농법은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낮설고 인지도가 없는 상품이다보니 예상했던 것만큼 유통이 녹록치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퇴직 후 3년 동안 귀농을 준비한 이씨가 채소 베드에 씨앗을 뿌린 시기는 지난해 9월이고 첫 수확은 같은 해 12월이었다. 첫 수확의 기쁨보다는 아직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없는 아쿠아포닉스 농법 채소를 알리는 것부터가 급선무였다.

귀농을 결정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3년. 이씨는 경남과 거제농업기술센터의 귀농 과정을 모두 수강하고 누구보다 신중하고 꼼꼼히 자료를 모으며 관련 지식을 섭렵했다. 그동안 노력에 대한 성과와 결과가 나와야만 좀더 나은 농법을 개발할 수 있다는 계획에서다.

그가 선택한 아쿠아포닉스 농법 채소는 일반 채소보다 신선하고 깨끗하며  신선도 유지기간도 더 길다(냉장보관 시 3~4주 정도)는 장점이 있다.

이씨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싱싱하고 신선도 유지기간을 늘리기 위해 현재 산소공급 장치를 추가로 설치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아쿠아포닉스 농법에 대해 문의하는 귀농인이나 농업인·귀농 희망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대다수의 귀농 희망자나 귀농인들이 귀농을 쉽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데 귀농을 위해선 사전정보와 자신의 희망농업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고 정확한 자료를 수집해 귀농 시작 전부터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씨처럼 적잖은 기본 자금이 들어가는 스마트농법은 더 그렇지만 치밀한 계획·정보없이 장밋빛 미래만 생각하고 귀농에 뛰어든 사람들의 실패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모든 농사는 당장 수익이 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고 기다려야만 하고 기후나 유통시장에 따라 다양한 실패 원인이 있다는 것부터 인지한 후에 귀농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정부나 지자체에서 다양한 귀농 정책을 소개하고 있지만 아직 귀농 정책이 귀농인의 연구 개발이나 교육시스템·설비지원 등에서 만족할만한 지원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귀농정책과 지원 범위 등 충분히 고민할 것을 권장했다.

이종갑씨는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중년에 귀농을 결정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바른 먹거리를 세상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참 뜻깊은 일이고 그 자부심 때문이라도 더 좋은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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