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모르겠소 테스형' 작년 추석날 KBS2에서 방영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노래다. 테스형은 소크라테스(Socrates BC469-399)로, 벗겨진 이마, 불거진 배, 뭉툭한 코, 거기에 오리걸음까지 추남의 대명사다. 못생긴 거야 타고난 것이라 하더라도, 늦은 나이에 결혼해 얻은 아내가 악처의 대명사 크산티페였다.

소크라테스는 땡전 한 푼 벌어오지 못하는 주제에 집안일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거리에 나가 젊은이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니 어느 아내가 좋다고 하겠는가? 그런 탓에 집에서 쫓겨나 맨발로 거리에 나와 청년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있었고, 바깥으로 돌다보니 겨우 저녁 한 끼 얻어먹는 것으로 만족할 때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가 서양철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위대한 업적은, 당시의 철학자들은 만물의 근원과 같은 자연탐구에 머물렀지만, '네 자신을 알라'고 외치며 인류최초로 철학의 시선을 인간본질의 탐구로 돌리게 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아내 크산티페가 거리에 까지 나와 옷을 찢고 욕을 하며 패악을 부렸다. 그럴 때 제자들이 "선생님, 저 잔소리를 어떻게 견딥니까?"하고 물었더니 하는 말이 "물레방아 소리도 귀에 익으면 시끄러운 줄 모르는 법이지"라고 넉살을 부렸다.

만일 소크라테스가 서재에 파묻혀 책이나 읽고 연구만 하는 철학자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소크라테스를 위대한 인물로 소환한 것은 크산티페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역설일까? 소크라테스의 어록에서 그 단서를 찾는다. 어느 날 제자가 결혼을 하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를 물었다. 그때 소크라테스는 "결혼하라. 만일 온순한 아내를 만나면 행복할 것이고, 사나운 아내를 만나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

소크라테스를 거리의 철학자로 내몬 것이 크산티페였다면, 윤석열 전 총장을 거리의 정치인으로 내몬 크산티페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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