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1884년 4월2일, 이 땅에 개신교의 공식적인 선교사 언더우드(H. G. Underwood, 1859∼1916)와 아펜젤러(H. G. Appenzeller, 1858∼1902)가 들어온 지 이제 137년이 됐습니다.

개신교는 유교와 불교문화권에 깊이 젖어있었던 조선인들에게는 낯선 종교이자 이방종교요, 서양종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개신교는 조선인이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종교였습니다. 당시 조선이라고 하는 나라는 언어와 문화 관습, 외국인에 대한 낯선 시선과 각종 풍토병 등 사방에 위기요소가 산재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초기 선교사님들은 굴하지 않고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자신들의 재능과 지혜를 이 조선땅에 모두 쏟아부었습니다. 가난과 질병과 반상(班常)의 엄격한 신분 격차를 경험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유와 평등과 인권 등 신문물을 가르치며 현실을 극복케 했고, 그 무엇보다 신앙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면서 진리의 복음을 전파함으로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게 했습니다. 또한 일본제국주의의 극심한 박해와 핍박 속에서도 교회를 중심으로 3.1운동을 주도한 바 있습니다.

한국개신교가 이 땅에 들어와 근대교육을 통해 숱한 인재를 배출하고 한국교회를 통해 신앙의 경건미가 이 땅에 나타나게 되자 많은 사람들은 한국교회를 새로운 시선으로 우러러 보게 됐으며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1950년 6.25 한국전쟁 가운데서 한국교회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구제사역과 봉사에 힘을 쓰면서 지역사회에 없어서 안될 귀한 공동체가 됐으며,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사업과 그 누구도 돌보지 않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회사업을 비롯하여 전도사역과 기도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염원하며 교회의 사명을 바로 감당하고자 몸부림친 바 있습니다.

1970년대 폭발적인 성장의 원인을 빌리그래헴 전도대회와 엑스플로어74 등과 같은 대형 복음주의 집회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없잖아 있습니다만 저의 생각은 그보다 당시 한국사회가 한국교회를 우리 민족의 희망으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한국교회는 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인권운동에 앞장을 서면서 교회가 우리 국민들에게 민족의 희망으로 비쳐졌습니다. 많은 교회 젊은이들이 감옥에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신앙이 없으면 안 되겠구나” 하고 사람들이 느꼈습니다. 1970년대에 각 교회속에 자기 발로 찾아오는 새신자들이 매 주일 줄을 이었다고 보고하는 교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교회가 성장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교회 초기 3.1운동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 국민의 인구 1%밖에 되지 않는 기독교인들이 3.1운동에 앞장서는 것을 보면서 우리 국민은 너나할 것 없이 예수님을 믿어야 이 나라가 독립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물밀듯이 교회로 교회로 몰려오게 됐습니다. 그 결과 한국교회는 20세기 초중반 한국사회의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됐으며 전 세계교회가 부러워하는 놀라운 부흥과 성장을 경험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한국교회는 믿음의 선배들이 물려준 거룩한 신앙의 유산, 회개와 순결과 희생과 사랑과 섬김과 정의와 연합과 순교의 신앙을 서서히 망각하며 점점 세속화 되고 물량화 되고 기업화 되면서 사람 중심의 교회, 물질 중심의 교회, 현실 속에서 축복을 얻고자 하는 기복 중심의 교회로 변질돼 갔습니다.

이 같은 결과 한국교회는 갈기갈기 찢겨지면서 엄청난 교단과 교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게 됐고 검증되지 않은 수준 이하의 목사들이 양산됐으며 교회의 각종 부조리와 잘못이 드러나게 됐습니다. 교인들의 수평이동, 목회자의 성적일탈,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자녀세습, 교회의 재정비리, 각종 이단의 발호(跋扈) 및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그대로 들어나고 말았습니다.

이런 현실을 각종 언론사들과 방송사들은 놓치지 않고 한국교회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고 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지난해 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가 한국사회에 상륙하고 난 이후, 코로나 펜데믹(PANDEMIC) 현상이 창궐하면서 기독교의 이단인 신천지(新天地)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집단이 집단감염의 전파자로 지목되고 한국교회와 선교기관들 가운데 일부 교회와 기관들이 감염전파에 일조하면서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로부터 심각한 불신과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과거 한국교회의 비판이 특정한 교회나 특정 교인을 대상으로 한 비판이었다면 작금의 비판은 한국기독교 자체를 문제삼는 비판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은 매우 무겁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선교 137년이 된 지금 한국교회 가운데 많은 교회가 소아시아 지방에 존재했었던 사데교회처럼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점점 쇠하여 가면서 죽어가고 있는 것 같고, 라오디게아교회처럼 차지도 아니하고 뜨겁지도 아니한 교회로 우리 주님의 입에서 토할 수밖에 없는 맛을 잃은 교회의 모습으로 영적 진공상태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진정 새로운 개혁과 갱신을 거듭해야만 하는 한국교회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한국교회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한국교회에 책임있는 지도자들은 갈보리산 십자가를 앞두고 겟세마네 동산을 찾아가서 밤을 새워 피땀흘려 기도하신 예수님처럼 심각하게 고민하며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 때가 바로 지금 이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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