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보는 10년 전 그사람]김양곤 곤충번식 전문가

거제신문은 32년 동안 지면을 채워가며 거제신문의 역사를 함께 했던 주인공들을 다시 만나기로 했다. '다시 만나보는 10년 전 그 사람'은 그들의 근황을 묻고 반가워하며 예전과 달라진 그동안의 근황을 알린다.  - 편집자 주

지난 16일 본지와 만난 거제곤충 김양곤 대표.
지난 16일 본지와 만난 거제곤충 김양곤 대표.

지난 2008년 10월16일 827호에 '자연에서 펼치는 곤충과의 행복한 동거'란 제목으로  가나안 곤충농장을 운영하는 김양곤씨(59)를 소개했다.

당시 47세의 그는 자신을 곤충번식전문가로 소개하면서 곤충번식이 농가소득 증대는 물론 거제의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당시 자신이 키우는 굼벵이가 혐오식품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식약청과 농림부에 굼벵이를 혐오식품에서 제외 시켜 줄 것을 강력히 주장하기도 했다.

첫 인터뷰 후 김 씨와의 만남은 매년 가을 거제시농업개발원에서 열리는 거제섬꽃축제장에 마련된 곤충생태체험장에서였다. 그는 2007년부터 거제 곤충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거제섬꽃축제 때 곤충의 유충부터 곤충의 생태와 표본까지 전시하는 생태체험 코너를 운영해 자라나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직접 보고 만지며 느낄 수 있게 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섬꽃축제가 취소되면서 그를 만나지 못했다. 올해도 섬꽃축제 행사장에서의 만남은 쉽지 않아 보여 직접 그의 농장을 찾았다.

13년 만에 찾은 그와 그의 곤충농장은 그동안 많이 변해 있었다. 농장의 이름부터 가나안농장에서 '거제곤충'으로 바꼈고 대학생 아들은 전공을 살려 하동군청 소속 공무원으로 성장해 있었다.

인터뷰가 진행됐던 지난 2008년 이후 그가 걸어왔던 길을 나열해보면 2009년 곤충에 관한 특별법제정 공청회참석, 2010년 교과부의 학생진로체험 교육장 선정, 2011~2012년 농촌진흥청 농업인개발과제(곤충의 경제적 사육방법 개발) 및 곤충체험학습시설 조성사업 선정, 2011년 곤충사육 선도농가 육성 공동사업 거제시 연구 책임자(굼벵이 중탕 성분분석 등), 2013년 한국농수산대학 우수 농업경연인 해외 연수, 2013년 경상대학교 최고 농업경영자과정(농촌관광) 수료, 2017년 경상대학교 최고 농업경영자과정(농산물가공) 수료, 2017년 곤충식품 패스티벌 굼벵이 중탕 및 가공품 출품, 2016∼2018년 국립농업과학원 굼벵이(노폐물제거) 시료공급 등을 진행했다.

13년 세월 동안 가장 많은 변화와 마주한 것은 그가 거느린 식구(?)다. 지난 2008년 15만마리였던 그의 곤충·동물 가족은 현재 40만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그의 40만의 식구들은 이미 각종 미디어를 통해 유명해졌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6시 내고향·먹거리X파일·KBS 환경스페셜·TV동물농장 등이 있다.

이중 그가 가장 애정을 갖는 식구는 가장 오래동안 곁을 지켜온 굼벵이와 오소리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곤충 이용 가공품 상품화 기술 시범사업 진행을 이끌었던 굼벵이에 쏟는 그의 정성은 남다르다.

굼벵이의 휴면(겨울잠)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며 연중 필요한 만큼 굼벵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거제곤충은 전국 최초로 굼벵이 중탕을 공식 가공하고 있는 업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또 20년 동안 굼벵이를 사육하고 중탕을 만들어 본 결과 겨울잠을 잔 굼벵이가 가장 약효가 좋다는 점을 밝혀냈다. 전문가들에게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 거제곤충의 중탕이 일반 시중품에 비해 항산화작용이 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굼벵이 중탕은 간기능과 장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고 오소리 중탕은 허약체질개선과 폐질환에, 오소리기름은 화상 등 상처치료·피부질환(아토피 등)·피부재생(화장품 원료)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굼벵이 특유의 냄새를 제거해 음용할 수 있는 방법이나 번식이 까다로운 오소리의 안정적인 번식법 등은 그만이 보유하고 있는 노하우이기도 하다.

2008년 10월16일자 당시의 인터뷰 모습.
2008년 10월16일자 당시의 인터뷰 모습.

그는 최근까지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기업비밀로 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공개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한다. 협오식품에서 정정당당하게 식용식품으로 인정된 굼벵이의 효능을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음용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는 곤충사육을 희망하는 농민들에게 섣불리 곤충사육에 뛰어들지 말고 유통망이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신뢰를 바탕으로 스스로 구축할 것 등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곤충을 키운다는 것이 간단하고 단순한 일로 생각하기 쉬울 수 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다양한 곤충과 동물을 키우다 보니 생명을 다루는 직업은 결코 교만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코로나로 인해 그가 가장 아쉬워하는 점은 농장을 찾는 어린이 친구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그의 농장에는 앞서 소개한 동물을 비롯해 전세계의 희귀한 곤충(박제)들을 전시한 전시장을  무료로 상시 운영하고 있다. 입장료는 어린이의 경우 동물과 친해질 수 있는 식빵 한 봉지, 어른은 거제곤충에서 만든 굼벵이 중탕을 무료시음하는 조건이다.

그는 "전 세계의 애완곤충 시장이 점점 확대되는 반면 우리나라의 애완곤충 시장은 곤충을 해충으로 보는 시각과 수입 곤충의 수입 금지로 제자리걸음 상태"라며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곤충수입은 허용해 애완곤충 시장이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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