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 조합장 올해 30억 수익 목표...과감한 인센티브, 공정한 인사평가 체계 확립

신현농협 본점 모습.
신현농협 본점 모습.

지난해 조합 설립 쉰 돌을 맞이한 거제 신현농협. 몇년째 지속되는 경기침체에다 '코로나19'라는 이중 악재까지 겹친 어려움을 임직원과 조합원이 합심 노력한 끝에 17억원의 소중한 영업이익을 냈다.

"모든 걸 쥐어짜듯 어렵게 버텨낸 한 해였습니다. 한시도 편안해 본 기억이 없습니다" 박현철(58) 조합장은 의외로 차분하고 담담했다. 마치 힘든 여정을 끝낸 마라토너처럼 성취감과 자신감이 자그마한 얼굴에 동시에 묻어났다.

"가장 미안한 건 직원들이죠. 누군들 불만이 없겠습니까만, 그동안 묵묵히 따라주고 지지해준 직원들과 조합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습니다"

박 조합장은 그러면서 "조합장 선거에서 제가 공약했던대로 ‘조합원들에게 적지만 보다나은 혜택이 돌아가는 신현농협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는 그 첫걸음을 뗀 한 해였다"고 소회했다.

돌이켜보면, 2018년과 2019년도 신현농협은 당기순손실이 -80억 원이었다. 이로 인해 130억원의 손실(충당금)이 발생했다. 거의 대부분이 조선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 가격하락 여파로 인한 부실채권의 과다 발생 때문이었다.

박 조합장은 "아무리 날고 기는 조합장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무슨 재주로 농협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습니까? 비상경영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라고 말했다.

결국 박 조합장이 가장 먼저 손을 댄 게 설·추석 명절에 조합원들에게 푸짐하게 지급해 오던 기프트카드였다. 기존 지급액수를 대폭 손질해 23억원을 절감시켰다.

사실 박 조합장이 과거부터 지급해 오던 기프트카드에 먼저 손을 댄 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배당방식 지적과 함께 '조합장 경고'를 받았다. 이에 따라 기존의 잘못된 관행인 기프트카드 지급액을 축소하는 한편, 올바른 출자 및 이용고 배당액을 통해 이를 과감하게 조정했다.

직원들의 생계와 연관된 변동성과급도 2019년엔 300%, 지난해는 100% 반납을 통해 11억원을 마련했다, 취임 직후 136명이던 직원 수도 현재 108명으로 감소해 경상비도 그만큼 줄였다.

뿐만 아니다. 박 조합장 취임 직후인 2019년 6월 본점 지하 하나로마트를 폐점하고 그 자리에 경제사업팀을 옮겨 영농자재백화점을 오픈했다. 예상한대로 15% 초과 성장을 기록하고 지난해는 판매경비도 20% 절감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전국 그룹별 1위를 한 농협생명보험 포상금 1200만원도 보태는 등 안간힘을 썼다.

물론 조합장 전용차량을 없애고 박 조합장이 솔선해 취임 직후 한달분 급여 100%를 반납하고 직원들도 뒤따라 복지후생비(1인당 연100만원 상당)를 내놓은 것도 적지않은 밑거름이 됐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조합원은 거의 없다. 

이렇게 나온 결과물이 바로 17억의 당기순이익이다. 실제 수익은 25억원이지만, 장평지점 건물철거비 3억원과 세금 4억3천만원을 제외한 액수다. 이 중 10억원 대부분을 조합원들에게 배당하는 한편, 일부는 사업준비자금으로 적립했다.

신현농협 내부 모습.
신현농협 내부 모습.

이와 함께 올해 비상경영을 위한 만반의 준비도 마쳤다. 수익 7억원을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통해 앞으로 회수 불가능 악성 채권발생에 대비해 보다 안정적인 조합 운영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지역사회에도 따뜻한 손길을 거두지 않았다. 지난해 추석에는 고현·장평동 독거노인 및 조손가정 등 30여 가구를 방문해 청소와 생필품을 지원하고, NH농협생명 실적 우수평가에서 부상으로 받은 안마의자 2대를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에 기증했다.

지난해 7월에는 거제시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 조합원을 비롯한 자경농들이 경작하는 약 40ha에 대해 방제용 드론을 동원, 세밀하고 꼼꼼한 항공방제로 병충해를 집중방제 지원해 조합원들로부터 호평 받았다.

박 조합장은 올해 조합 수익 목표를 30억원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오는 6월말까지 기한으로 본 점과 5개 지점에 ‘사업계획 조기달성을 위한 특별지표’를 제시했다. 이 특별지표를 통해 매주 직원별 성과를 체크하고 모든 승진과 포상·휴가에 엄정히 적용할 계획이다.

성과 포상도 두둑하다. 실적을 내기 위해 1등 사무소 전 직원 1인당 100만원 포상금과 실적 상위 20명에 대해 각 50만원 상금과 해외(국내)연수 기회를 주기로 약속했다.

박 조합장은 "일부 직원들은 또 쥐어짜려고 그런다는 불만도 있는 줄로 안다. 결코 아니다"면서 "전 직원이 적극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코로나19와 저금리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일 뿐"이라고 몇번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조합장과 친소(親疎)관계에 의한 승진이 아닌,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성과관리로 합리적인 평가체제를 마련해 열심히 일하는 직원은 반드시 승진한다는 인식을 정착시키기 위한 저의 소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신현농협은 지난해 ‘다시 도약하는 신현농협! 초심으로 돌아가 내실을 다지자’는 슬로건을 새로 내걸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내실을 다진다는 건, 어려운 주변 여건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노력으로 조합의 뿌리를 튼실하게 키우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농협 실무자 27년을 거친 박 조합장의 올해 야심찬 비상경영 처방을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그런 박 조합장을 직접 만나 신현농협의 오늘을 짚어보았다.

<거제신문‧거제저널 공동보도>

[인터뷰] 신현농협 박현철 조합장

1970년 설립된 신현농협은 현재 조합원 2358명에 자산 규모가 약 8000억원에 이르고 상호금융만 연간 약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지역농협의 맏형이다. 현재 본점을 비롯해 중곡, 고현, 장평, 상문, 수양하나로마트 지점에 108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조합을 이끌고 있는 박현철(58) 조합장은 고현 토박이다. 고현중, 중앙고를 거쳐 창신대 및 경남과기대 산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지역농협에서 신용·경제파트를 두루 거치며 27년을 근무한 후 2019년 3월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출마해 첫 당선된 정통 농협맨이다.

-  조합장 2년을 지난 소감은?

실무자로 옆에서 조합장을 지켜볼 때와 직접 경험한 지난 2년은 많이 달랐다. 하지만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지 않는가? 조합 업무 파악이야 별 문제가 없었지만, 난관이 닥쳤을 때 직원과 조합원들을 어떻게, 제대로 설득해야 할지 늘 고민하고 있고 지금도 쉽지 않다.

- 선거 당시 "비가 오면 조합원의 우산이 되고, 우산이 없으면 함께 비를 맡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는데, 조합장이 되고 나서 실제 그랬나?

직원들은 어려운 여건이라는 조합 실상을 비교적 잘아니까 덜 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거셌다. 저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고 서운한 말도 많이 들었다. 가장 힘든게 과거와 비교하는 게 참 답답했다. “당신이 뭔데 앞에서 하던 걸 다 없애고 그러느냐”고 따질때는 난감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아 선출직이 이래서 어렵다는 구나"라고 절실히 느꼈다. 당연히 다음 선거가 생각났지만 이빨을 깨물었다. 그래도 저의 진심을 보여주려고 계속 노력하다보니 이제 조합원들의 오해도 많이 풀렸다고 본다.

-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솔직히 한두가지가 아니다. 다만, 성질이 좀 급했는데 조합장이 되니까 스스로 많이 바뀌었다. 조합장이 된 직후 조합을 살펴보니 정말 걱정 뿐이었다. 더구나 극히 일부 직원의 근무태도에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 불러서 타이르기도 하고 지적도 해보았다. 그 중에서 제 말을 잘 이해하고 따라준 직원은 지금도 남아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지만, 끝내 직장을 떠난 직원도 더러 있다. 잘했건 못했건 함께 가야 하는데 늘 아쉽다.

조합장이 되고 나서 '건방지다'거나 '권위적'이라는 말을 최대한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허리띠를 강하게 졸라매야 하는 여건 속에서 때론 직원들이나 조합원들에게 다소 서운하고 강한 이미지로 비쳐지지 않았을까 가끔 반성하기도 한다.

- 올해 추진 사업과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우선 올해 목표로 정한 30억 영업이익은 지난 2년간 조합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반드시 달성토록 하겠다.

현재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상문동지점은 자산으로 부지 매입을 협의 중이다. 올해 하반기 착공을 하면 내년 하반기쯤 완공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마트 신용점포, 임대사업 등을 통해 수익을 낼 생각이다. 장평동 지점도 설계가 진행 중이다,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면 내년도 준공 예정이다. 이곳에도 금융점포와 임대사업으로 의료기관을 입점 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경영 안정이 우선돼야겠지만, 우리 신현농협도 거제의 수려한 자연 경관을 바탕으로 전국의 조합원이나 농민들이 널리 이용할 수 있는 대규모 연수원을 설립해 자산으로 보유하는 방안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깊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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