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왕이 되기 전에 삼형제와 왕위를 놓고 투쟁을 벌였다. 누구든 신비한 이적을 보여야만 왕이 될 수 있었다. 미노스는 바다의 신(神) 포세이돈에게 자신이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포세이돈은 바다의 하얀 물거품으로 흰 황소를 만들어 미노스에게 보냈다. 소는 신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신성한 동물로 여겼기 때문에 사람들은 미노스를 왕으로 인정했다. 미노스가 왕이 되면 그 흰소를 포세이돈을 위한 제사의 번제물로 드리기로 약속했으나 그 흰소가 너무 잘 생기고 아까워 다른 소를 대신해서 바쳤다. 이를 안 포세이돈은 크게 화를 내며 복수의 한 방법으로 미노스의 부인 파시파에가 소를 사랑하게 만들어 버린다.

황소에게 욕정을 품은 파시파에는 명장(名匠) 다이달로스에게 나무로 실물보다 더 정교한 암소를 만들게 하고 그 속에 들어가 황소를 유혹하여 교접하여 태어난 아이가 몸은 사람이고 머리와 꼬리는 소인 반인반수의 괴물 미노타우로스이다.

중국의 신화시대 의약과 농업을 주관했던 신농(神農)씨 역시 사람의 몸에 소의 머리를 한 전설적 황제였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농경사회에서 소는 하늘에 드리는 제사의 제물이면서 신격이 부여된 특별한 존재이면서도 인간과는 가장 친근한 동반자였다.

가끔 흔하지 않게 동물 가운데는 흰색으로 태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 흰색 동물을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성스러운 존재로 여겼다. 흰호랑이(白虎)·흰말(白馬)·흰뱀(白蛇) 등이 있다. 신성시 되는 색깔이기에 흰색은 죽음의 색이 되기도 한다. 예로부터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3년 동안 흰 상복을 입는 것이 예였고, 국상(國喪)을 당하면 조선의 모든 백성들이 흰옷을 입었다. 전설이나 괴담에 나오는 귀신들도 예외 없이 하얀 소복을 입고 나타난다.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으로 신(辛)은 오행상 금(金)이며 색깔은 흰색(白)이다. 축(丑)은 소다. 그러므로 올해 상징의 동물은 '흰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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