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경(2019·97㎝×163㎝·한지에 수간 채색)

이유경 작가의 작품 '피어나다 7'

'마음결 향기를 따라가니 꽃에서 내가 보여 한지 위에 반복된 붓질로 겹겹이 색을 쌓아 올려 꽃을 그린다. 꽃 결을 따라 아스라한 상념을 그려보니 부드러운 긴장의 리듬이 시적 운율처럼 교차돼 나의 언어가 되었다. 문득, 마음을 스치는 생각과 까닥 없이 데워진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마음 한 켯에 쌓아 두고 그것이 서사를 이루면 나의 이야기는 꽃을 피우는 대지가 되고 공간이 된다.'  - 이유경 작업노트 中

작가 이유경의 작업은 내밀하며 강도 높은 노동이 요구된다. 반복된 붓질과 형상화의 과정은 적지 않은 인내가 필요하며 다소 몽환적이며 언뜻 교차되는 이질적인 요소와의 조화는 서정의 요소만으로 그 깊이를 채우기에는 어렵게 느껴져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과 오랜 시간에 걸쳐 견고한 철학적 사유를 쌓아 왔음이 느껴진다. 작가의 깊이는 감상자에게 깊은 공감과 사유를 끌어낼 수 있다.

코로나19로 지난 한해 문화예술계의 공기는 늘 회색빛으로 우울함이 넘쳐났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자문과 그에 따른 자답은 늘 우문이며 우답인 것처럼 멈춰진 세상에서의 삶은 생존 그 자체를 위할 뿐 더 이상의 인간다움을 필요로 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문득 로스코의 색면 추상화 앞에 서면 까닦 없는 눈물이 흐른다는 감상자들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눈물은 슬픔의 감정, 혹은 북받친 희열이며 주체할 수 없는 감성의 폭발에서 비롯되기도 하니 가장 순수한 공감이며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이기도 하다.

다소 경박하고 경솔한 표현으로 한때의 인기를 구가한 화가들이 많은 이 시대에, 진중함과 서정성 그리고 대중적 요소까지 점차로 드러내는 이유경 작가의 작업이 거제의 희망과 위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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