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고령화된 대한민국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가장 빨리 늙어가는 대한민국이라는 심각한 사회적 화두가 불안하게 하고 있는 작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비율은 2025년 20.3%에 이르러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60년엔 고령 인구비율이 43.9%까지 증가한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이 부양하는 고령인구를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2036년(51.0명) 50명을 넘어서고, 2060년에는 91.4명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산업 공동화 현상'을 발생시켜 경제 기반 자체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세계적으로 노령화 지수가 7% 이상이면 노령화사회, 14% 이상이면 노령사회, 20% 이상이면 초노령 사회라고 정의하고 있다.

노령화 지수는 0세에서 14세까지 일컫는 유소년층 인구에 대한 65세 이상의 노령층 인구의 비율이다. 우리나라는 지난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2%에 달해 노령화 사회에 진입하였으며, 2025년경 초노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신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어져 '인구 데드크로스(출생<사망자)', 인구감소 현상 등 '인구재앙'을 상수로 보고, 사회·경제 정책 방향을 대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금성 지원이라는 현재의 출산 장려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출산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데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급격하게 증가하는 고령인구의 '지혜'를 활용하는 창조적 대안인 '위즈덤 크리에이션(wisdom creation)'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행정안전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인구는 5182만9023명으로 2019년 말 대비 2만838명(0.04%)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인구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영아수당 등을 지급하는데 수십조원을 쏟는 현재의 출산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고령화 속도가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인류의 자산중 가장 가치 있지만 제대로 활용이 안되는 '지혜'를 창조하는 위즈덤 크리에이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십년간 일한 학습과 경험을 통해 체화된 고령인구의 '암묵지'를 겉으로 드러나는 지식인 '형식지'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미래사회가 '지식사회'에서 '지혜사회'로 변모하는 흐름과도 부합한다. 실제 미래에는 지식사회를 넘어 지혜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앞으로는 검색 한 번이면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아닌, 내재화된 지식이자 수십년간 쌓인 지혜가 필요한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는 고령인구가 체화된 지혜가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 될 수 있다. 세계적 경영컨설턴트인 스티븐 코비 박사도 지식정보사회 다음은 지혜사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일찍이 고령사회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일본은 은퇴자의 지혜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도쿄대는 지난 2005년부터 퇴직을 준비하고 있는 일본 베이비부머 세대 숙련기술자를 활용하기 위해 제조현장의 작업 개선을 지도하는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를 양성하는 '모노즈쿠리 스쿨'을 운영 중이다.

모노즈쿠리는 고도의 기능과 노하우를 가진 장인이 혼을 담아 제품을 만든다는 뜻이다. 이 덕분에 일본 제조 대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80·90년대 전성기보다 크게 떨어졌지만, 소재·부품·장비로 대표되는 기초산업은 여전히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모노즈쿠리 스쿨을 통해 현장지식을 재교육해 베테랑 엔지니어의 지식을 개방하고, 정년퇴직 후에는 다른 기업이나 업종에서 현장 관리 등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한 퇴직한 베테랑들에 의한 지도 방식이 평생 학습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령화' 개념을 재정의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젊어서 고생하다가 65세가 되기만 하면, 고령의 범주에 들어가 벌어둔 재산을 까먹으며 사는 게 당연하다는 우리 사회인식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A대학의 B 교수는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으면서도, 가장 가치 있으면서도 활용되지 않는 고령 인구의 지혜를 활용하는 공존의 창의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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