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장승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마을어귀에 세워져 주민들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왔다. 거제지역 곳곳에도 장승포·장승들·장승고개·장승골(벅시골) 등 관련 지명이 남아있지만 전통을 지켜오는 마을을 찾기란 쉽지 않다.

벅수는 할아버지·할머니·당산·하루방·천하대장군·수살·돌미륵·신장 등의 여러 의미와 이름을 갖고 있다.

1985년 광주박물관에서 발간한 '벅수 信仰 現地調査(신앙 현지조사)'에는 거제지역에 벅수는 일운면 망치리·상문동 삼거리·수양동 양정리·하청면 어온리에 있으며, 정월 1일이나 15일, 또는 섣달그믐 벅수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현재 거제지역에 확인되는 벅수는 거제면 죽림마을 미륵당(彌勒堂)에 있는 돌벅수가  유일하다. 죽림마을 주민들은 마을 당집 안에 있는 벅수를 '할매미륵'이라고 부르는데 죽림마을 미륵당에 벅수가 언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없다.

할매미륵은 바다를 등진 북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생김새는 소박하면서도 투박하다. 머리 부분은 그나마 그런대로 모습을 갖췄지만, 목 아래로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예전엔 할매미륵이 바라보는 마을 앞바다에 바닷물이 빠지면 북쪽 편에 머리가 없이 누워 있는 또 다른 할아버지 벅수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주민에 따르면 지난 2003년 통영문화원에서 미륵당 앞 옛 부둣가 터 바다를 조사해 또 다른 벅수로 추정되는 바위를 발견했지만 인양작업은 없었다고 한다.

일부 지방의 벅수는 조선시대 수군이 배를 묶어 두는 계선주(선박 접안 시 계류용 밧줄을 걸기 위한 기둥)의 역할과 야간에 염탐하는 적에게 보초처럼 보이기 위한 기능도 있었는데 조선 시대 수군 기지인 어해정(禦海亭)이 설치됐던 죽림마을의 할배돌벅수도 이와 같은 기능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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