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중세 프랑스에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라가 히틀러·자동차 등 많은 예언을 했고 1999년 9월에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와 세상이 멸망하리라는 예언을 했다. 내가 10살 무렵 소년 잡지에서 그러한 내용을 읽고 계산을 해봤다. 그때가 되면 내 나이가 40이 넘겠구나. 그러면 뭐 문제없다. 살만큼 살았으니까.

그런데 40은 생각 보다 훨씬 빨리 왔고 살만큼 살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그것은 환갑이 지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40이 지나고 50이 지나고 60이 지나도 삶은 계속된다.

이 사람의 예언은 하도 은유적인 표현이 많아서 도대체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알 수 없다.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떠들던 사이비 종교의 지도자가 그 말대로 종말이 오지 않으니까 연기됐다고 했듯이 노씨의 예언도 날짜가 연기될 수도 있고, 어쩌면 2019년인데 후세 사람들이 1999로 잘못 해석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마침 코로나의 뜻이 스페인어로 왕관이고 영어로는 크라운이라고 한다. 이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니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는 것이 맞지 아니한가. 하도 이놈이 물러서질 아니하고 점점 더 힘이 세지고 있으니 그냥 생각해본 터무니없는 기우에 불과하길 바란다.  

경제적으로는 식당·노래방·PC방 등 자영업자들이 제일 힘들겠지만 이로 인해 혜택을 보는 부분도 분명히 많이 있을 것이다. 온라인 쇼핑·배달 전문업체 등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했다. 말을 잃어버렸다고 상심할 필요도 없고 두 마리가 돼 돌아왔다고 기뻐할 일도 아니다. 이 전염병 사태가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지만 영원히 간다는 전제를 두고 살아가면 좀더 마음이 편할 수 있으리라. 이러한 코로나 시대에도 분명히 장점은 있다.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고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말하기를 좋아하고 만나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한번 돌아볼 수 있다. 만나서 얘기하는 것을 왜 좋아하는가? 혼자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삶은 어떠한가?

최근에 봉쇄 수도원 카르투시오를 알게 됐다. 카톨릭 수사들이 거주하는데 여기서는 하루에 한 끼만 먹고 한 평짜리 독방에서 생활한다. 수 십년 전부터 자발적으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생활하면서 영적으로 하느님과 가까이 감을 추구한다. 산속 암자에서 홀로 수행하는 스님도 거의 비슷한 입장이다. 하늘과 통함과 불성을 깨침이 어떻게 둘일 수 있겠는가? 이름이 다르고 방식이 다르고 상징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다 같다고 본다.

코로나 시대의 우리 일상은 수도원과 닮아간다. 비록 카톨릭이나 기독교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직장이나 집을 이와 같은 수도원으로 만들 수 있다. 그래도 카르투시오 수사들에 비하면 훨씬 많은 접촉과 대화를 할 수 있다.

내가 운영하는 공증 사무소도 지난 2월 한국에서의 전염병 유행이 시작됐을 때 손님들을 대면하는 직원들 책상 앞에 비닐로 된 가림막을 설치했고, 근무시간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3시간을 단축했다. 물론 거제에서는 유일한 공증사무소이기에 이러한 조치를 과감히 해도 수입에 크게 문제는 없으니 단축근무의 핑계로는 정말 훌륭하지 아니한가. 그래서 아침과 저녁이 있는 삶을 시골에서 즐길 수가 있다. 경조사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고 이웃이나 친지를 찾아가 안부를 묻지 않아도 되고….

코로나 시대도 분명 장점은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