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을 갖자는 말들이 익숙한 연말연시다. 매년 이맘때면 다사다난이란 말을 사용하며 모두가 새해 희망과 행복을 꿈꾼다. 돌아보면 올해처럼 다사다난했던 해는 흔치 않았다. 전 세계가 겪어보지 못한 전무후무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인 조선경기 침체로 지역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어수선하게 시작된 한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희망찬 한 해를 시작하며 보람된 연말을 기약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지난해 연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출몰했고, 1월 코로나19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확진자 발생이 이어졌다. 2월에는 우리 거제시에까지 마수를 들이밀며 빠르게 확산되면서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지역경제가 더욱 위축되면서 문을 닫는 점포가 늘어났고 일자리도 줄어만 갔다. 조선소도 수주 절벽과 일감 부족으로 인력을 감축해야만 했다.

새해 희망찬 계획들은 하나하나 무산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긴급재난지원금을 수차례 지급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전 세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충격은 실로 컸고 사망자도 늘어만 갔다.

며칠전 저녁 지인 한명과 함께 생활의 최전선인 식당을 찾은 적이 있다. 평소에는 장사가 꽤 잘되던 곳인데 들어가니 한 테이블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인은 장사가 안돼 문을 닫고 싶지만 그래도 간혹 찾아오는 고객 때문에 문을 닫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대부분의 주변 식당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사람들은 IMF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 연말이 됐다.

이제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한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설계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및 단체는 물론 소상공인 그리고 프리랜서까지도 결산과 계획은 필수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성현의 말을 인용하지 않아도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 평범한 사람이라면 희망찬 내일을 기약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당면한 위기를 슬기롭고 지혜롭게 넘기면서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를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경험한 만큼 두 번 다시 같은 일을 당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고 예상되는 재앙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유사 이래 인류는 수많은 재앙을 경험했고, 그 재앙을 슬기롭고 지혜롭게 극복했다.

올해의 다사다난이 교훈이 돼 내년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맑은 거제의 공기를 마시며 거리를 활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월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다소 안정되는가 싶던 연말을 기해 다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 12월에만 거제에서 10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무증상과 지역감염이 잇따르며 곳곳에서 위기경보가 울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대책도 2.5단계로 강화하고 5인 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하며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그런데도 연말연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해안가 펜션과 숙박업소 등에는 이미 예약이 끝나 빈방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한순간의 방심이 가까운 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1년 내내 코로나19와 싸우다 지친 시민들이 연말 소규모 모임의 유혹을 느끼는 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호텔에 투숙하고 관광지를 찾는 것이 규정 위반도 아니다. 찾아오는 손님을 내쫓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당장은 힘들지만 이 위기를 넘기려면 지금은 모두 멈춰야 한다. 이제 남은 방법은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생활방역' 단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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