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요즈음 인구에 회자되는 말 중에 '인지부조화'란 말이 있다. 심심찮게 언론에 오르내린다. 인지부조화 이론이란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가 창안해낸 것으로, 사람이 두 가지 모순되는 인지요소를 가질 때 나타나는 인지적 불균형 상태를 말한다. 더 풀어서 말한다면 정상적 사회 소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 중 하나인 거짓행위(자신을 속임)도 인지부조화에 속한다. 사람들이 타인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거짓행위(말)를 한다면 소통은 심각하게 방해 받는다. 인지부조화는 본심과는 다른 거짓행위, 특히 스스로에게 하는 거짓행위에 대한 사회과학적 설명이다.

인지부조화를 설명하기 위해 곧잘 예로 드는 사례가 이솝우화다. 이솝우화의 인기에 비해 이솝의 인지도는 초라할 정도다. 기원전 6세기 무렵의 그리스인이란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이솝에 대해 알려진 건 적지만, 우화의 내용에 주로 동물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오랜 옛날에도 그는 인간의 본성을 선하게 보지 않았다는 것인가.

예로 이솝우화에서 나오는 여우와 포도 이야기가 나온다. 포도를 좋아하는 여우는 포도를 따먹기 위해 애쓰다 결국은 자신이 따먹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저 포도는 신 포도일 것이야"라면서 외면한다. 얻을 수 없다면 좋아하던 것도 싫어하는 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속이면서까지 태도를 바꾸는 이런 행위를 보다 전문적 표현으로는 자신의 심리적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인지적 선택이라고 한다.

이런 심리적 거짓말은 신포도를 싫어하는 여우에 국한되지 않는다. 원래 원하던 선택을 하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다른 선택을 하게 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런 인지부조화를 해결하려는 동기가 발생한다. 페스팅거가 초점을 맞춘 건 인지가 아닌 부조화였다. 원하던 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지 못하고 다른 대학에 진학한 학생에게서도, 자기가 좋아하던 여자와 결혼하지 못하고 자신을 좋아하던 여자와 결혼한 신랑에게서도 이런 경향을 발견한다. 최종 면접에서 낙방하고 회사를 나서면서 "조만간 망할 회사니 차라리 잘됐다"며 혼잣말을 내뱉는 게, 대표적인 인지부조화다. 충만했던 자신감과 불합격이라는 현실이 만나는 순간 심리적 부조화가 생겨나는 것이다. 인지부조화를 확인한 페스팅거는 생각의 방향과 경험·의견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부조화를 해소하는 과정 그 자체가 인간의 본성이라고 봤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일종의 인지 일관성 이론이다. 인지부조화 이론에서 정보나 상황은 서로 관계없거나, 일관 또는 조화롭거나, 서로 일관되지 않고 조화롭지 않은 관계로 구분된다. 부조화는 심리적으로 불편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부조화를 줄이고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자극하는 정보나 상황을 찾고, 그 반대는 기피한다.

인지부조화는 어떤 문제를 결정할 때, 거부된 대안이 채택돼야 할 특성을 가지고 있다. 선택된 대상이 거부해야할 특성을 가지고 있을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새로 자동차를 구매한 사람의 경우, 다른 차보다 자신이 구매한 자동차의 광고를 더 많이 보고 읽는다. 자신의 결정을 강화할 정보를 찾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공개적 행동을 했을 경우, 부조화가 발생하는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공개된 행동과 일치하도록 사적 신념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부조화에서 벗어나려는 심리적 회피다. 인지부조화 관점에서 보면 '내로남불, 내적남불, 내가 한 일은 선(잘한 일)이고, 남이 한 일은 악(잘못한 일), 숯이 검뎅을 나무란다' 등은 부조화 증상을 사라지게 하는 특효약이라고 할 수 있다.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자신에게만은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행동이다.

페스팅거는 부조화에 노출된 기간이 길수록 이에서 벗어나는 게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렇게 조언한다.

"부조화에서 벗어나려는 건 식욕해소와 같은 기본적인 행동 방식이라는 걸 알아야한다. 인지부조화 이론이 주는 교훈은 인간의 본성을 포함한 세상 모든 게 검은색과 백색 딱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