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평화·통일 독서감상문 공모전-일반부 최우수]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브루스 커밍스 作

김언정
김언정

이 책을 읽은 첫 소감은 '난감함'이었다. 역사를 세세하게는 아니지만 큰 틀은 알고 있다고 자부했고 역사지식에 대해서는 자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읽히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책의 줄기가 되는 역사적 사건들은 모르는 것 투성이였고, 그 분열이 '일본의 한국 식민지통치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내전이라는 대목에서는 이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광복 이후 일본 군국주의의 패망과 계급의 분열, 대한민국 건국 시기 즘에 분열된 항일 독립운동 세력 등이 엄연히 존재했으니 그리 어렵게 생각할 일만도 아니었다.

1950년 6월25일부터 시작된 전쟁은 한반도를 둘로 갈라놓았다. 종전이 아닌 휴전국의 긴장은 삶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 시점에서 통일이란 말은 그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긴장은 생활 곳곳에 묻어 있다. 영화로 접했던 북한의 연평도 폭격, 어른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북한에 대한 불신, 처음에는 일본 제국주의가 독립 운동가들을 찍어내기 위해 썼다던 빨갱이라는 단어의 왜곡, 그 빨갱이라는 단어에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종북이라는 낙인까지. 휴전국의 남도(南島)에서도 그 긴장은 여태 이어지고 있음을 주지할 때, 책에 서술된 '이어진 내전' 이라는 말은 딱 어울리는 수식어가 아닐까. 아직도 이어지는 긴장을 소급해 생각하면 말이다.

분단된 두 개의 한국. 외국인인 저자 부루스 커밍스가 보기에 남한과 북한은 모두 색만 다른 '한국'이었다. "한국전쟁에서는 한국인이 한국을 침공했다." 그렇기에 한국전쟁은 내전이었다. 다만 '잊힌 내전'이었다. 나 역시 통일 관련 포스터를 그리거나 백일장에 나갔던 것은 초등학교 때가 전부였다. 중·고등학교에서는 교과 과정에 통일을 역사 시간 에는 배운 기억이 희미하다. 이런 기억의 망각은 저자의 나라 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인지 저자는 한국전쟁을 '잊힌 전쟁'이라고 여러 번 썼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전쟁이 일어났던 때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공산당과 결탁했다는 이유로 수차례 죽였다는 사실이다. 몇 해 전 '그것이 알고 싶다' 라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코발트 광산, 뼈 무덤과 보도연맹에 대해 다룬 것을 본 적이 있다.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군이 자국민을 빨갱이라는 이유만으로 학살한 사건을 지켜본 뒤 남은 끔찍한 잔상만큼은 또렷하다. 저자는 미국군 또는 한국인을 '국 gook'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며 학살에 일조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적고 있다. 북한이 죽인 민간인도 있을 터이나, 공산주의자로 몰면서 한국군이 자국민을 학살한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되는가, 읽으면서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한 대목이었다.

저자는 통일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무력으로 어느 한 쪽을 제압하려 한다면 전쟁은 양국이 아닌 아마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전이 될 것이다. 전쟁의 참상을 앞선 챕터에서 서술한 저자는 그래서 잊힌 전쟁을 설명하면서도 섣불리 통일에 대하여 논하지는 않는다. 전쟁과 국제 관계에 무지한 일개 시민으로서의 나도 무력을 통한 적화통일은 반대한다. 그것은 내 무지함으로 왈가왈부할 수 있는 논제가 아니므로 감상문에 더 집중했을 뿐이다.

망각한 역사, 잊지 않은 역사, 전쟁은 휴전했지만 우리는 서서히 잊어가고 북한에서는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대목을 접했을 때 독서감상문의 제목이 떠올랐다. 우리는 전쟁을 망각하고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역사책에 박제된 형태로나마 6.25 전쟁을 기억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을 나는 별로 경험하지 못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말이다.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빨갱이라는 단어에 대한 혐오뿐이다. 완전한 통일을 논하기에 앞서 우선 만연한 이 혐오감을 우리 세대에서는 좀 덜어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역사 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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