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교 앞둔 거제의 국민학교들
분교 앞둔 거제의 국민학교들
  • 거제신문
  • 승인 200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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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명씩 줄어 여차분교 전교생 2명

▲ 1989년 10월 6일 6면에 거제지역 분교를 앞둔 국민학교들을 진단한 신문기사 내용.
취학아동이 줄어들고 있다. 우리고향 거제도의 국민학교들이 학생수가 모자라 분교·폐교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어제오늘일이 아닌, 그래서 너무도 당연한 일로 여길지도 모를 취학아동의 감소문제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제하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보릿고개 주린 배 움켜쥐고 그래도 배워야 사람이 된다고, 배워야 빼앗긴 내 나라를 되찾고 광명된 삶을 살수 있다면서 쌀 한줌, 보리 한 됫박을 거두어 세웠던 야학당.

소학교의 면면한 뿌리가, 그 배움에의 열망이 아직도 생생한 역사로 살아 있는 오늘, 이제 우리 아버지들이 다녔고 우리들이 따라 배웠던 바로 그 학교, 그 교정이 아이가 모자라, 우리 아이들이 없어 휑한 교정뜨락만 남긴 채 스러져 가고 있다.

현재 거제교육청관내 국민학교는 49개교 13분교인데 이 중 장승포시와 신현읍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는 매년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내년만 하더라도 2개 학교가 분교가 되며 남부면 여차분교의 경우 머지않아 폐교될 처지에 있다. 현재로서는 학교도, 문교당국도 별 대책이 있을 수 없고 더구나 마을 사람들로서는 안타까움만 앞설 뿐, 그저 도회지로 떠난 이웃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구천국민학교

구천계곡을 감싸고 있는 산자락 아래 단풍이 반쯤 든 느티나무가 오후의 교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측백 울타리로 잘 짜여진 교문을 들어서니 운동장 귀퉁이에 운동회 연습이 한창인데 4·5·6학년이 한 팀으로 스무남여명 이었다.

구천국민학교는 주위의 연담, 구천, 평지, 홍골의 4개 자연부락 아이들이 다니는데 학생 수는 65명이며 해마다 10여명씩 줄어들고 있다.

교육청 계획에 의하면 90년 분교로 지정되어 있고 벽지학교에서 제외되었다. 정희배 교장선생님은 “학생수도 줄어드는 데다가 벽지학교에서 제외되어 교사들이 교육에 열중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학생들도 상급학교 진학 시 학자금무료혜택을 받지 못하여 안타깝다”고 말한다.

현재 부산 동성조기회와 자매결연을 맺어 도움을 받고 있으나 학생수가 더 줄어들 경우 이러한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고 한다.

우연히 2학년 학생 조성훈군과 나란히 길을 걷게 되었다. 이 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부산에 계시며 지금은 할머니와 살고 있고 6학년이 되면 부산으로 전학 갈 것이란다.
시골학교가 싫으냐는 물음에 “친구들과는 헤어지기 싫지만 부모님이 계신 곳”이라며 말끝을 맺지 못한다.

▲학동국민학교

가래봉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쉴새 없이 거품을 토하고 있었고 거품을 토해 놓는 파도만큼이나 학생들을 받아들여 사람의 기초를 배우게 하고 그렇게 떠나보내기 50여년의 세월을 간직한 학동국민학교, 거제도에서도 학동국민학교만큼 유서가 깊은 역사를 지닌 학교도 그리많지 않다.

1940년 동부 심상소학교 부설 간이학교로 출발하여 현재까지 정식 졸업생의 수만도 41회 1천38명에 달한다. 올해 학생 수는 61명으로 이 학교 역시 내년에 분교로 지정되어 있다.

남편과 같이 이 학교를 다녔다는 학동마을 임외순(8회·47)씨는 “피난민들에게 학교를 비워주고 산 속에서 공부한 기억들이 생생하다”며 학동국민학교가 분교로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면서 물끄러미 학교 쪽을 바라본다.

▲망월국민학교

주황색으로 곱게 단장된 교사지붕을 올려보며 교문을 들어서니 해묵은 돌복숭아나무가 운동장에서 고전무용을 하고있는 아이들 바램만큼이나 무성한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1954년 출발, 현재까지 9백15명을 졸업시킨 망월국민학교의 학생 수는 70명이며, 인근 주민들이 적은 땅과 바다로 생업을 이어가는 이 마을은 여느 학교와 같이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다. 

▲여차분교

주의경관과 어울려 곱게 단장된 모습이 차라리 학교라기보다 별장이나 휴양소를 연상케 하는 바로 이곳이 남부면 다대국민학교 여차분교다.

전교생 2명에 교사 1명, 고용인 1명이 이학교의 전부다. 여차분교는 4학년이 되면 본교인 다대국민학교를 걸어 다니게 되는데 그래서 3학년 이하의 어린아이들만 있다.

내년에 1명이 입학하여 폐교를 면하게 되나 다음해에는 폐교가 될 것이라고 한다. 올해 부임한 송태진 교사는 학동들이 친구가 없어 심심해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한다. 그래서 아빠도 되고 엄마도 되고 친구도 되어준다고 한다.

다른 학교들도 사정 비슷

현재 거제관내 일반적인 국민학교들의 경우, 앞에서 살펴본 몇 학교와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와 같은 소규모 학교가 겪는 어려움도 비슷하다.

우선은 재정적 어려움이다. 구천국민학교의 경우처럼 뜻 있는 사람들의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안정적이지 못하며 분교의 경우 이러한 재정적 애로는 더욱 크다.

교사들의 근무조건향상도 해결되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현재 벽지학교의 경우 교사들의 근무평점에 높게 반영되는데 이와 같은 제도적 혜택을 좀 더 늘려 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교육에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한 아이들의 자연적 감소와 더불어 아이들이 교육 때문에 어릴 때부터 도시로 떠나는 문제도 생각해 볼 일이다.

과연 교육이란 언어능력, 수리능력 등 시험점수로 나타나는 그런 것 밖에는 없을까. 아스팔트바다에서, 빽빽한 교실에서 일사불란하게 대답하고 움직이는 그런 것들이 잘하는 교육일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을까?

물론 과학기재나 시청각 교육, 그리고 보다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과연 교육이란….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리면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잃어버릴 것조차 남겨놓지 않고 시험점수만을 앞설 것을 강요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 거제도의 경우 현재 살고 있는 주민 수보다 더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났다.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살길이 막막했으니까 살아야 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생각할 때다. 고향의 학교들이 아이들에게 고향을 가르칠 학교들이 스러져 가고 있음을. 아이들이 없는 고향, 이 고향을 누가 지킬 것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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