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원숭이를 사랑해 여러 마리를 길렀다. 그러나 저공의 살림이 어려워지자 원숭이들의 먹이를 줄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말했다.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그 말을 들은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저공은 다시 말했다. "그럼 아침에 네 개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 원숭이들이 좋아 춤을 추며 기뻐했다.

'열자(列子)'에 나오는 이야기다. 열자는 덧붙여 말했다. "성인은 지혜로써 어리석은 군중들을 속이는데, 저공 역시 지혜로 원숭이들을 속였다. 이름과 실상을 훼손하지 않고도 어리석은 군중을 기쁘게도 할 수 있고, 노하게도 할 수 있다."

조삼모사를 국어사전에서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 교활한 꾀를 써서 남을 속이고 놀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삼모사라고 하면 무언가 음험하고 부도덕한 느낌이 들지만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다. 현대적 재해석을 한다면 지혜의 전술개념이라 볼 수 있다. 과정을 변화시키면 그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하며 출범했다. 그래서 출범초기인 2018년 최저임금을 파격적으로 16.4%, 다음해인 2019년에는 10.9%로 갑자기 너무 올리자 인건비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컸다. 그런데 2020년에는 2.9%로 뚝 떨어졌다가 급기야 2021년에는 겨우 1.5%에 그치면서 이번에는 노동계의 반발이 컸다. 결국 노사 대립만 부추기고 말았다.

그런데 만일 이를 반대로 실행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2018년에는 1.5%, 2019년에는 2.9%, 2020년에는 10.9%로 그리고 2021년에는 코로나로 모든 국민이 힘든 때에 국가가 힘이 되어 주겠다며 16.4%를 올렸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조삼모사'는 고리타분한 고전이 아니고 현대인도 익혀야할 인문학적 지혜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