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주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사무국장
배동주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사무국장

2014년 현대중공업이 국방부(해군본부) 고위 간부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이 연구개발한 3급 군사기밀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 개념 설계도를 빼돌려 도둑 촬영해 보관해 왔음이 2018년 4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기무사)의 현대중공업에 대한 불시 보안감사에서 적발됐다. 방산비리 역사상 역대 최대인 관련자 25명이 군사재판과 검찰조사를 받는 참담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2년6개월이 지난 9월말 언론을 통해 폭로됐다.

현대중공업이 훔친 개념설계도는 2013년 국방부의 입찰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기술점수에서만 20점의 압도적인 차이로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개발한 연구성과로 그해 말 해군에 납품한 것이다. 이 개념 설계도면은 KDDX 내외부 구조가 담긴 도면부터 전투체계·동력체계 등 KDDX의 핵심 성능과 부품 관련 정보가 상세하게 담긴 것으로 7조8000억원에 이르는 KDDX 수주를 위한 핵심 군사기밀서류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 KDDX 첨단 함형 적용 연구를 비롯해 해군본부의 KDDX 연구개발을 위한 3대 국책 연구과제를 독자 수행하면서 기술과 노하우를 쌓았다. KDDX 국책 연구과제를 한 건도 수행하지 않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보다 기술적으로 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지난 8월 실시된 KDDX 본사업, 즉 기본 설계와 선도함 건조사업 제안서 평가에서 방위사업청은 총점 100점중 단 0.056점 차이로 현대중공업이 선정됐다.   

더욱 놀라운 일은 방위사업청이 최악의 방산비리를 저지른 현대중공업에게 지난해 12월 서울 LW컨벤션센터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서 보안우수표창에 해당하는 '방위사업청장표창'을 수여했고, 2021년도부터 제안서 평가시 보안우수 가점 0.1점을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5월29일 KDDX 기본설계 입찰공고가 있기 불과 몇 달 전인 지난해 9월에 관련 입찰 관련 기준을 슬그머니 바꿔서 현대중공업이 유리하게 수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KDDX 기본설계가 100점 만점에 0.05점 차이로 향방이 갈린 것을 감안할 경우 0.1점의 가점은 향후 수주전에서 결정적인 혜택이 된다.

이러함에도 방위사업청의 KDDX사업 현중 몰아주기는 가히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고 할 만큼 탈법적이다. 비리 감싸기로 얼룩진 방위사업청의 이번 기본설계 심사 결과를 전면 무효화하고, 방산비리를 저지른 현대중공업을 KDDX 사업에서 배제시켜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방위산업이 무슨 낯으로 수 조원의 혈세를 퍼부어가며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2019년 1월 기습적으로 대우조선매각을 발표했다. 그 이전 양쪽이 한창 밀실협상을 벌이고 있던 바로 그 시기는 안보지원사가 방산비리를 적발한 2018년 4월 직후이다.

부정당행위로 각종 계약에서 배제시켜도 마땅찮은, 기업윤리가 바닥에 나뒹구는 업체에 글로벌 조선소를 팔아넘긴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지 정부와 산업은행은 답해야 한다. 오로지 기업이윤을 위해 군사기밀도 도둑질하기를 아랑곳하지 하지 않는 이런 기업이 대우조선을 합병했을 때 과연 대우조선 구성원의 고용과 독자경영을 보장하고 거제시민과 지역 경제를 위할 것이라고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오히려 제2의 군산이 될 것이라는 끔찍한 예상이 더 현실에 가깝다. 

이러함에도 산업은행장은 국정감사에서 조건부 승인(LNG 수주 제한)도 받아들이겠다는 매국적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비리 기업 현대중공업에 KDDX 사업 수주 우선권을 주는 것도, 대우조선을 매각하는 것도 '공정'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다. 정부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 잘못 끼워진 단추는 풀어서 다시 끼워야 한다. 지금이라도 대우조선의 특혜 매각 시도를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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