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1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주민센터에 들렀던 A씨.

다음날이 한글날로 공휴일이라서인지 계속해서 민원인들이 밀려들었다.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서 짜증이 났다. 공무원 점심시간을 물었더니 규정상 정오부터 오후1시까지라고 답하면서도 점심시간에 오는 민원인을 위해 일부 공무원은 오후1시부터 2시까지 점심시간이라고 덧붙였다. 민원인을 위해 교대로 점심을 먹는 탓에 일부 직원이 자리를 비웠고, 재난지원금 신청 등으로 민원인이 많아져 대기시간이 길어졌다는 해명이다.

어렵게 점심시간을 쪼개 주민센터를 찾았지만 업무처리가 늦어져 기다리는데 지쳤다. 

책임자를 따로 만나 점심시간 때 시간을 내서 일을 보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점심시간동안 일처리 해주는 공무원들이 더 많았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민원처리를 받지 못했냐는 물음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다가 늦을 수도 있는 것을 가지고 뭐가 문제가 되냐는 대답에 어이가 없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민원업무를 보는 시민들을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주민센터를 나왔다.

각종 서류를 발급하러 낮 12시 5분전에 주민센터에 도착한 B씨.

점심시간이어서 업무처리가 안된다고 했다. 주민센터에 가려면 점심시간을 피해서 가라고들 하지만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이 아니면 주민센터에 들릴 시간이 없다.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모든 공무원은 아닐지라도 간단한 민원처리 정도는 대부분들의 직원들이 할 수 있도록 업무능력을 키웠으면 한다. 

올 1월부터 정부 세종청사에는 각 부처 1층 로비에 출근·점심시간에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을 단속하는 감찰관들이 있다.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가 집중단속 시간이다. 한두 번 지각하는 경우에는 주의·경고만 주지만 규정 위반이 포착하면 해당 공무원은 처분을 받는다.  

감찰에 걸리지 않으려는 공무원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점심을 먹다 1시가 넘으면 아예 2시를 훌쩍 넘겨 업무를 본 척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우체국과 가까운 부처에 근무하는 경우 우체국에서 일을 본 손님인 척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한 지자체 공무원들은 점심시간 10~20분 전부터 자연스럽게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청사를 나선다. 

낮 12시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짝을 이룬 채 차량을 타고 유유히 시청 청사를 빠져 나가는 모습이 이상하지 않은 풍경이 돼버린 것. 

어느 때부터인지 공무원들 사이에 10~20분 먼저 청사를 빠져나가 점심식사를 하는 게 보편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점심시간 1시간 전부터 점심약속·식당예약은 물론 메뉴 정하기에 바쁜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점심시간 10분전에 사무실에 전화를 하면 간부급 공무원들은 벌써 자리를 비웠다. 사무실 직원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과장님은 점심식사 약속이 있어 나가셨다고 당당할 정도로 답변하기도 한다. 

지방공무원 복무조례에 따르면 공무원의 1일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점심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다. 공무원 정원이 늘어난 만큼 점심시간 대민서비스도 그에 따라 늘어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교대로 점심시간을 가지더라도 점심시간을 쪼개 일을 봐야하는 주민들을 위해 점심시간에 근무하는 공무원을 늘이는 것도 대민서비스 중 하나라고 여겨진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