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네덜란드)(73㎝×92㎝/1888년 6월. 유채/암스테르담미술관)

4차 산업혁명의 주요핵심 역량 중 의사소통 역량은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을 말한다. 사람은 서로의 말과 행동을 통해 상대방과 교감대를 형성하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도 한다. 결국은 인간의 이러한 활동이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바탕이 된다.

르네상스 시대에 화가들이 최고의 지식인으로 존중받게 된 이유도 결국은 그들의 그림이야 말로 가장 위대한 정신적 산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화가는 창의력과 그에 기인하는 개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업군이다. 타인과 차별되는 개별성이 작품 전반에 반영돼 관람자들의 눈길을 끌어야 하며, 작품에 흐르는 조형적 특성이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공감받지 못하는 작품에 작가들은 자신의 조형성에 많은 회의를 느끼게 되니 화가들에게 작업은 극도의 노동일 수밖에 없다.

고흐가 그랬다.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가 당대의 예술가들과 교류하게 되지만 그들의 작품에서 특별함을 발견하지 못한 그는 그만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남부 아를이라는 농촌으로 향한다.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 역시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작업에 대한 확신과 설레임으로 진지하게 그리고 또 그린다. 그의 그러한 작업과정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상세하게 기록돼 오늘까지 전해지고 있다.

라 크로의 수확은 고흐가 파리에서 아를로 내려와 정착하려고 한 시기에 그린 작품으로, 어쩌면 그의 생애에 가장 행복하고 빛나는 시절의 작품이다. 아를의 6월은 잘 익은 밀이 들판을 꽉 채워 황금빛으로 빛나며 아름답고 풍요로웠다. 그림은 이를 보는 고흐의 평온함과 꽉찬 서정이 절절히 느껴져 그의 영혼과 소통하고 그의 마음에 공감하게 된다. 가을, 다시 한 번 고흐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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