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周)나라 유왕(幽王)에게 뇌물로 바쳐진 '포사'라는 미인이 있었다. 왕은 포사의 미모에 반해 후궁으로 삼아 총애했다. 이미 있던 왕후를 폐하고 포사가 왕후가 됐다. 그런데 문제는 포사가 도통 웃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얼굴로 웃어주는 모습이 보고 싶어 왕은 안달이 났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비단옷을 입고 지나가던 한 궁녀가 매화나무 가시에 옷이 걸려 찢어졌다. 옷 찢어지는 소리를 듣고 포사가 웃었다. 왕은 궁에 있는 비단을 다 모아 포사 앞에서 찢게 했다. 궁의 비단이 거들나자 국고를 탕진하면서까지 비단을 사들여 찢었다. 시장에서는 비단 값이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했고 비단 사느라 국가재정은 서서히 말라갔다.

이도 한 때일 뿐 포사의 웃음은 또 사라졌다. 왕은 애가 탔다. 그 무렵 여산 봉수대의 관리자가 실수로 봉화를 피우는 일이 벌어졌다. 국가에 변이 일어난 줄 알고 각 지방 제후들이 병사를 이끌고 부리나케 모였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자 다들 투덜거리며 돌아갔다. 이를 본 포사가 소리내 웃었다. 벌을 받아야 할 봉수대 관리는 포사가 웃었다는 이유로 오히려 상을 받았다.

간신 괵석부는 왕에게 포사를 웃기기 위해 봉화를 자주 올리자고 제안한다. 올곧은 신하들의 만류도 듣지 않고 봉화로 장난치기 시작했다. 하도 이 짓거리를 계속하다보니 정작 오랑캐가 쳐들어왔을 때는 또 거짓말인줄 알고 아무도 오지 않아, BC770년 주나라는 멸망하고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요즘 전화기한테 미안하다. '안전 안내문자'가 시도 때도 없이 날라들기 때문이다. 태풍이 왔던 9월6일은 하루에 문자가 19번, 9월7일은 무려 30번 왔다. 코로나관련 문자는 시도 때도 없이 온다. 처음에는 관심을 갖고 읽었지만 지금은 아예 보지 않는다. 문자도착을 알리는 시그널이 오히려 짜증난다. 이러다가 정작 필요한 문자까지 놓치게 될지 모른다. 유왕의 봉화불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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