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석 거제시약사회장
고윤석 거제시약사회장

여태까지 인류는 수만 종류의 약을 만들어내고 이용해왔다. 또한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약이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쏟아져 나오는 신약을 모조리 파악하는 건 불가능한 시대다.

그렇다면 그 수많은 약 중에서 딱 한 종류의 약만 선택해 먹을 수 있다면 어떤 약을 선택하게 될까? 한 가지를 고르라면 특별한 지병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 효과 좋은 진통제를 선택할 것이다.

진통제 중에서도,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약은 '아스피린'이다.

아스피린의 제조사 바이엘에 따르면 아스피린 생산량은 연간 5만톤에 달하며, 이는 알약을 일직선으로 늘어놓았을 때, 100만㎞ 이상이라 지구에서 달까지 한번 반을 왕복할 수 있는 거리라고 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널리 사용되게 된 아스피린이었지만, 왜 통증을 가라앉혀주는 지는 70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아스피린의 수수께끼는 1970년대에 들어서고 나서야 풀리기 시작했고 그 열쇠는 염증반응과 통증반응을 전달하는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PG)이라는 물질이었다.

아스피린은 프로스타글란딘을 만드는 효소인 사이클로옥시게나아제(COX)의 기능을 상실하게 만드는 스파이처럼 활약해 소염진통효과를 보였던 것이다.

최근 아스피린의 항혈전 작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스피린이 억제하는 프로스타글란딘 중에는 혈액을 응고시키는 작용을 하는 트롬복세인이라는 물질도 존재한다.

만약 혈액이 응고되어 혈전이 만들어지면 우리 몸속을 돌아다니다 혈관을 막아 심근경색과 뇌경색 등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일으킨다. 이러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이 평소에 아스피린을 소량씩 먹으면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또한 흥미롭게도 알츠하이머성 치매 예방에도 아스피린이 효과가 있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오랫동안 항염증제를 먹은 사람이 알츠하이머병 치매 발생이 적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시작됐으며 그 밖에도 대장암·유방암·폐암 등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가설도 제기됐다.

아스피린을 둘러싼 가설 중에는 부정확한 데이터도 있고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권장할 단계는 아니지만, 예전보다 더 스트레스가 심한 현대 사회에서 각종 성인병에 아스피린의 활약을 기대할 만 하다.

마음이 아플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분과 근육통증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가 같다는 연구결과를 볼 때, 코로나로 우울한 거제시민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진통제가 아스피린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 위장장애가 없는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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