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우리나라 주류시장을 맥주(약54%)와 소주(약35%)가 양분하고 있지만, 소비자 인식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65%가 '소주'라고 대답했다. 역시 '술' 하면 소주다.

세계 주류시장에서도 우리나라 '하이트·진로'가 증류주 1위의 브랜드다. 롯데의 '처음처럼'은 4위로 세계 10위권 안에 한국 소주가 두 개나 들어 있다. 1965년 30도로 시작한 소주는 25도·23도·21도로 내려오더니 2014년부터 17도까지 낮아졌다. 요즘은 과일향을 넣은 13도 소주도 나온다. 도수가 낮아지면서 소주 시장은 이제 여성이 좌우하게 됐다. 고민이 있을 때나 편한 사람과는 소주를 마시고, 피로와 스트레스 해소에는 맥주, 접대는 위스키, 무드가 필요할 때는 와인을 마신다.

소주는 아리스토텔레스 때문에 만들어졌다면 믿겠는가?

고대 철학자들은 만물의 근원을 '물·불·공기·흙'으로 봤다. 이것을 온(뜨겁게)·냉(차갑게)·건(건조)·습(수분을 추가)함에 따라 세상의 모든 물질이 생성됐다고 봤다. 현대과학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당시 철학적 논리성은 충분했다. 사람을 예로 들면, 몸은 60% 이상이 수분으로 돼 있고, 공기가 있어야 살 수 있다. 불로 태우면 사라지고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중세시대 최고의 사상가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4원소설'을 지지하자 문제가 달라졌다. 돌로 금을 만들겠다는 연금술이 발달한 것이다. 이 무모한 도전 중에 얻은 것이 바로 영혼의 엑기스 위스키다. 우리 술로는 소주다. 맥주나 와인, 막걸리 같은 곡물주에 열을 가하면 알코올이 먼저 기화되어 상승했다가 찬 성질을 만나 다시 액체로 바뀌면서 얻어지는 물질이다.

결국 소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만들어 낸 부산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주를 마시는 자리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보다 더 진지한 개똥철학이 등장한다. 오늘도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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