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자주 산책하던 중곡동 둑방길로 나섰던 한수경(45·고현동)씨. 이어폰을 낀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횡대로 산책로를 꽉 막고 마주오고 있었다. 오른쪽은 강이고 왼쪽은 높은 둑방천이라 피할 곳이 없어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둑방길 입구에는 10년전부터 우측통행하라는 안내가 버젓이 있는데도 아예 산책로 전부를 막고 일렬횡대로 걸어오면 마주 오는 사람은 도대체 어디로 피하라는 것인지. 심지어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있어 일일이 우측통행하라고 알려줄 수도 없으니 산책이 짜증길이 돼 버렸다. 

학교를 파하고 고현천 둑방길을 따라 문동에 있는 집으로 향하던 김하루(19·상문동)군. 반려견을 데리고 여러명의 아주머니들이 횡대로 둑방길을 꽉 메우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개도 싫어할 뿐더러 피해달라고 말하기도 쑥스러워 논이 있는 오른쪽으로 바짝 붙어 얼른 피했다.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독봉산 등산을 갔던 강남구(60·수양동)씨. 8부능선쯤 두 사람이 겨우 비껴지날 수 있는 등산로에 들어섰는데 성인 남성2명이 장난을 치면서 횡대로 내려오고 있었다. 우측통행하라고 고함을 지르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길가 나무를 잡고 겨우 피했지만 분통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우측보행은 1905년 대한제국 경무청에서 보행자와 차마의 우측통행 원칙규정이 생기면서 첫 도입됐으나 1921년 조선총독부가 사람과 차량을 좌측통행으로 바꾸면서 사라졌다. 1994년에는 횡단보도에서 우측통행을 유도한다는 경찰청 권고사항이 생겼고, 이어 보행자 안전과 글로벌 보행문화를 고려하면 우측통행이 바람직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2010년 7월부터 다시 우측보행이 전면 실시됐다. 

경기도 동두천시 연천군 소요산 좁은 등산로는 사람들이 한방향으로 통행하지 않고 휴대폰을 보면서 걷다가 부딪히고 서로 언성을 높이며 멱살잡이까지 하는 분쟁이 자주 발생했다. 2011년 서울메트로는 서울역·사당역·동대문·교대·을지로3가·신설동역 환승통로에 우측보행을 유도하는 LED 보행안내사인을 통호 천정 양측에 2기를 한쌍으로 설치했다.

우측방향은 화살표 표시(↑)를, 왼쪽 천장에는 (X)표시를 내보내 맞은편에서 오는 보행자들과 부딪히게 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했다. 또 바닥에는 중앙분리선을 설치해 우측·좌측 보행로 구분이 쉽게 되도록 해 보행 유도효과를 극대화했다.

보행예절을 지키는 시민의식이 우선이겠지만  안내방송과 중앙분리선을 설치하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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