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년 윤앤김내과 원장
김창년 윤앤김내과 원장

혈압을 올리는 일들이 너무 많다. 시끄러운 정치뉴스를 볼 때, 불경기로 장사가 안될 때, 갑자기 직장에서 그만두게 될 때 등 수많은 경우에 혈압은 올라간다. 고혈압에 관해서는 TV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아들이 반대하는 여자를 집에 데려와서 결혼한다고 우기면 꼭 아버지는 뒷목을 잡고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가 뇌출혈 진단을 받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고혈압하면 뒷목이 당기고 머리가 아픈 질환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 그래서 머리가 안아프면 혈압이 정상인걸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이라고 진단을 내리면 꼭 환자들이 하는 질문이 있다. "고혈압이라는데 약을 꼭 먹어야 되나요?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된다는데?"

고혈압은 어떤 질환일까? 한문으로 풀어쓰면 혈관에 미치는 압력이 높은 질환이란 뜻이다.

압력이 왜 생길까? 심장은 우리 몸의 여러 기관 중에서도 엄청나게 센놈이다. 백년 가까이 쉬지도 않고 몸 구석구석에 피를 보내준다. 심장은 일종의 펌프다. 그것도 일분에 60번 이상 펌프질을 한다. 전기공급도 없이 자체 전력 발생을 통해 한번의 펌프질만으로 발가락 끝 작은 혈관까지도 피를 보낸다. 그러려면 혈관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질 수 밖에 없다. 심장을 펌프에 비유한다면 혈관은 파이프에 비유될 수 있다. 이 파이프는 딱딱하지 않고 말랑말랑하고 늘어나기까지 한다. 혈관이 압력을 잘 견딜 수 있는 이유다. 젊었을 때는 파이프가 만들어진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펌프질의 압력을 잘 견딘다.  높아봐야 130 정도에서 유지된다.

하지만 40년 이상 사용하게 되면 서서히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파이프가 점점 딱딱해져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력이 그대로 전달된다. 재보면 140을 넘기 시작한다. 이러한 과정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곧 고혈압 환자가 대부분 머리가 아프거나 뒷목이 뻣뻣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그럼 아무런 증상도 없는데 의사들은 왜 약을 먹으라고 할까? 그것은 압력이 지속적으로 혈관에 전달이 되면 10년, 20년이 지난 후에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높은 압력이 파이프를 자극하게 되면 큰 파이프에는 찌꺼기가 생겨서 막히기도 하고 작은 파이프는 터질 수도 있다. 언제 터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심장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증이, 뇌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 생긴다.

약을 안먹고 버티다가 그제서야 약을 먹게되면 그때는 이미 소용이 없다. 우리 몸의 혈관은 파이프가 아니므로 모두 새걸로 교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혈압 약을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할까?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고혈압은 가족력이 있는 질환이다. 즉 부모님이 고혈압이 있으면 자식들이 고혈압 환자일 확률이 높다. 그밖에는 어떤 사람들이 고혈압에 잘 걸릴까? 짜게 먹을 수록 고혈압이 잘 온다. 거제도 음식은 대부분 짜다. 그래서 타 지역보다 고혈압 환자가 많다.

담배도 영향이 많다. 흡연자가 담배를 끊으면 혈압이 10정도는 내려간다. 또한 운동을 안하는 사람에게서 고혈압이 많다. 결국 고혈압 환자가 약을 먹지않고 정상 혈압으로 유지하려면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싱겁게 먹고 운동을 하고 체중감량을 하고 흡연자는 담배를 끊고 지속적으로 혈압을 체크해 정상혈압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하고도 혈압이 140이상이거나 아니면 생활습관을 도저히 바꿀 자신이 없다면 혈압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혈압약을 먹는 중에도 생활습관을 잘 유지해서 혈압약을 안 먹어도 정상 혈압으로 유지된다면 약은 의사와 상의해 중단해도 된다.

60세까지 짧고 굵게 살고 말거라면 고혈압약 복용은 필요없다. 하지만 70이 넘어서도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고혈압은 그냥 무시해서는 안될 질환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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