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살다가 4년전 동부면 한적한 시골마을로 귀농해 전원주택을 지어 살고 있는 강기태(65·동부면)씨.
집 뒤로 산이 있고 조금만 걸어나가면 시냇물도 있어 시골생활에 대만족이었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지면서 동네 여기저기서 화목보일러를 피우는 바람에 고약한 냄새와 연기로 심신이 늘 괴롭다.
도대체 무엇을 때길래 온 동네가 역겹고 눈이 따가운지 확인해보니 그 집 옆에 폐목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공사장에서 쓰던 폐목과 부서진 헌 가구·나무 뿌리 등을 차떼기로 받아다가 땔감으로 잘라서 보일러에 사용한다고 했다. 이런 폐목은 보일러에는 절대 사용하면 안되고 처리업체에 맡겨 안전하게 처리해야 된다고 했더니 화를 내면서 참견 말란 식이니 이웃지간에 감정만 상하고 말았다. 따뜻하게 지내는 건 좋지만 사람이 먼저 병에 걸려 병원신세를 질 판이어서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의거 페인트·기름·접착제 등이 묻어있는 폐목재(톱밥 포함)는 포르말린·톨루엔 등 유해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소각전문폐기물 중간처리업자·폐기물 종합처리업체에 맡겨 소각처리 하도록 돼있다.
폐기물 처리를 승인 받지 않거나 신고한 폐기물 처리시설이 아닌 곳에서 폐기물을 매립 및 소각하다 적발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일부 MDF·파티클보드 제조업체의 톱밥이 비료제조업체에 공급돼 유기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에게 판매되는 사례가 발생해 그에 따른 민원이 야기되고 있다고 한다.
환경부 고시 '폐목재의 분류 및 재활용기준' 제3조에 의하면 '원목상태 그대로 이거나 원목을 기계적으로 가공·처리한 상태의 것으로 가공·처리과정에서 페인트·기름·방부제 등이 묻지 않은 폐목재'인 경우에만 톱밥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길가의 가로수·대량의 대나무·임목·뿌리도 목재로 재활용이 아니라 폐기물로 분류가 돼 있는데 하물며 공사장에서 뒹굴던 폐목을 보일러에 사용하다니….
건강한 노후를 위해 귀농·귀촌했는데 비용절감을 이유로 사용할 수 없는 폐목을 보일러연료로 사용하니 그 나쁜 공기가 내 몸과 마음을 날마다 망가뜨리고 있다.
시골의 겨울은 도심지보다 훨씬 춥고 길다. 관계당국은 화목보일러뿐만 아니라 시간·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태우는 폐목에 대해 철저한 교육을 시키고 건강안전지킴이 등을 활용한 순찰도 강화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