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이 기자
류성이 기자

"의원님, 이번 시정질문에서 어떤 주제하세요?"

거제시의회 시정질문을 하기 전 의회를 찾아가 시정질문 주제에 대해 각 의원들에게 묻는다. 그런데 이 질문에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같은 정당인데 시장님께 질문하기가…" "시장님 말고 부시장이나 국·소장에게 질문할 겁니다." "행정에서 시장님에게 질문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해서…."

누구에게 질문하겠냐고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순간, 잘못들은 건가 싶어서 되물었지만 의미는 변함이 없었다.

그동안 8대 거제시의회는 25회차의 본회의가 진행됐고, 4번의 임시·정례회에서 시정질문이 진행됐다. 최근 시정질문의 답변 대상자가 변광용 시장보다 부시장이나 국·소장에게 향한다고는 여겼지만, 이는 변 시장의 업무파악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이제 1주년이 됐으니 의회도, 변 시장도 창과 방패처럼 열띤 공방이 벌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같은 정당'이 그 공방의 길을 막을 줄 생각도 못했다. 그것도 의원 스스로 '같은 정당'을 내세워 말할 줄은 더욱.

7대 의회에서 '시장'에 쏠렸던 시정질문이 8대 의회 들어서 부쩍 부시장이나 국·소장에 향하고 있다.

예로 지난달 23·24일 열린 제208회 거제시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는 7명의 의원이 시정질문을 했다. 자유한국당 전기풍 의원과 정의당 김용운 의원을 제외하면 추가질문은 모두 허동식 부시장에게 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태열·박형국 의원이 일부 내용을 변광용 시장에게 질의는 했지만 변 시장이 답한 시간은 20분 가운데 채 5분이 안 됐고, 나머지는 담당부서장에게 향했다. 오죽하면 방청석 5급 사무관 자리에서 "부시장에 너무 몰리는데…"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시청공무원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시의원에게 예를 갖추는 이유는 '주민대표기관'이기 때문이다. 주민대표로서 공무원에 날을 세우거나, 목소리를 높여도 비판 대신에 '열의'로 포장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민 대표 기관으로서의 지위보다 더 앞선 '당'이 있었나 보다. 안 그래도 최근 8대 거제시의회가 1주년을 맞으면서 안팎으로 소란스럽다. 이를 의식하듯 옥영문 의장은 지난달 27일 제1차 정례회 폐회사에서 "아직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마지막까지 지켜봐주시고 힘찬 응원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부디 시민의 힘찬 응원이 '당'이 아닌 '시민'에게로 향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