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거제향인회 김임수 회장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말로 고향 그리움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미물인 여우도 고향을 그리워한다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랴 오죽하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거리가 멀수록,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더욱 깊어지고 애틋해지는 게 이치인 듯하다. 그런 탓에 고향 거제를 떠난 향인들은 모임을 만들어 동질성과 정을 나누며 고향의 발전을 기원한다. 재경 거제시향인회가 지난달 서울에서 개최한 제39차 화합한마당 잔치도 거제인들의 정을 재확인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이에 거제신문은 재경 거제시향인회 수장으로 향인들과 고향의 안녕을 위해 힘쓰고 있는 김임수 회장을 만나 고향과 향인회 얘기를 들어봤다. - 편집자 주


Q. 고향과 가족을 포함한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 1946년 둔덕면 하둔리에서 3남1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제2대 거제시의회 의장이었던 김득수가 동생이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ROTC로 군복무(예비역 중위)한 후 외국투자회사 동양금속(주)에서 근무(1970~1983년)했다. 1983년 한림정공(주)를 창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Q. 고향 생각이 간절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 나를 기준으로 12대조(약400여년 전) 할아버지께서 거제로 들어와 연초면 이목에 자리 잡으셨다. 그 할아버지의 후손인 8대조(약270여년 전) 할아버지가 둔덕에 자리잡아 지금까지 일가들이 살고 있다. 여덟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이후 어머니가 우리를 키우셨다. 작년 9월 그 어머니마저 별세해 현재는 고아다(웃음). 현재 동생 득수가 둔덕면 하둔리에 살고 있다.

Q. 재경거제향인회란?
= 타 지방에서는 '향우회'라 칭하나 유독 거제만 재경·재부·재울·재창·재통 등 '향인회'라 하고 있다. 선배들이 어떤 특별한 의미를 두고자 했는지는 모르나, 분명 향인회와 향우회를 놓고 논란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타 지역들이 일반적으로 '향우회'라고 한다면, 거제는 독창성이 돋보이는 '향인회'로 선택한 것은 잘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렵고 못살던 시절 좀더 나은 삶을 찾아 상경해 각자 최선을 다하며 살던 선배들이 향인회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1977년 준비모임 후 1978년 5월21일 창립총회를 열고 오늘에 이르렀다. 회칙에 '향인회의 목적은 회원 상호간의 친목과 발전을 도모하고 고향과의 교류, 협력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Q. 재경 거제시향인회의 활동사항은
= 먼저 대내적 활동을 살펴보면 연례행사로 5월 '정기총회와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와 연말에 '송년의 밤' 행사를 갖는다. 지난 1년간의 활동을 보고하고 재정결산을 승인받는 회의절차와 새봄을 맞아 향인들이 함께 모여 웃고 즐기며 단합을 도모하는 그런 행사다.

'송년의 밤' 행사는 향인회의 가장 큰 행사로 이 행사에는 향인들 자녀와 고향 유학생을 대상으로 각 지역 면·동당 1명씩 11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향인 중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고향의 이름을 빛낸 인물을 선정해 '거제를 빛낸 인물패'도 증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타지방 역사문화 유적지 탐방'으로 충남 청원군 일대를 탐방해 고향과 비교해 보는 기회를 가졌고, 고영화 거제향토사학자를 초청해 '거제의 역사와 문화' 강연회도 진행했다. 올해도 이러한 행사는 계속할 계획이며, 향인 중 독거노인이나 극빈층을 찾아 도움의 손길도 전할 생각이다.

대외적으로는 거제시와의 협력관계를 공고이 하기 위해 현지에서 진행되는 각 행사에 참석함은 물론 거제시가 서울에서 갖는 각종 전시회나 회합행사에도 참여해 향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있다. 또한 경남도민회의 일원으로서 의무를 다함은 물론 도 단위 여러 행사에도 타 시·군과 같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에서 개최한 제39차 재경거제향인회 화합한마당 잔치에서 김임수 재경향인회장은 만나 거제시향인회와 고향발전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지난달 서울에서 개최한 제39차 재경거제향인회 화합한마당 잔치에서 김임수 재경향인회장은 만나 거제시향인회와 고향발전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Q. 고향 거제는 어떤 의미로 여겨지나?
= 참 어려운 질문이다. 나에게 거제는 '부처님 손바닥'이다. 거제를 떼놓고 어떻게 나를 말할 수 있나? 내 인격형성의 배경이고 감성 구성의 원천이다. 나는 그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 손바닥 안에서 살아가는 힘을 얻음은 물론이고 신변을 보호받으며 또 살아가는 지혜를 얻는다, 이런 큰 수혜에 대해 비록 미미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그 손바닥을 힘닿는 대로 갈고 닦으며 빛이 나게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Q. 거제는 두 분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다.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절로 생길 것 같다. 대통령과 재경 향인회와의 관계는?
= 그렇다. 비단 우리 향인뿐만 아니라 전 시민이 갖는 자부심과 다를 바 없다. 한분도 어디냐고 할 텐데 헌정 70년에 두 분의 국가 원수를 배출했다는 것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큰 자랑이다. 언제 어디서든 나를 소개 할 기회가 주어지면 '대통령을 두 분이나 배출한 위대한 고장 거제출신 김임수입니다'라는 수식어를 반드시 붙여서 소개한다.

YS 대통령께서는 우리향인회가 창립할 당시부터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고, 이후 매년 주요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해 향인들을 격려해주고 향인들의 지주역할을 자임해 주셨다. 비록 작고하셨지만 향인들 가슴에는 살아 숨쉬고 있는 영원한 어른이다. 향인회 수첩에는 그 어른이 작고한 이후에도 계속 사진을 실어 존경의 뜻을 표하고 있으며, 해마다 동작동에서 거행되는 추모행사에 수많은 향인들이 참석해 고인을 기리며 추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우리회의 특별고문으로 취임 이전에는 향인회 행사에 직접 참석해 향인들을 격려해줬으며 고문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주셨다. 취임 이후에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축전을 보내 축하해 주고 격려문을 보내 향인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것을 잊지 않고 계신다. 지난 4월에는 향인회 임원 20여명을 불러 청와대 경내를 돌아보게도 했다.

김임수 재경 거제향인회장과 본지 김경희 시민기자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임수 재경 거제향인회장과 본지 김경희 시민기자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Q. 개인적인 포부나 희망사항이 있다면.
= 우선 맡은 바 향인 회장직에 충실하고자 한다. 향인회를 제 궤도에 올려놓아 자전의 능력을 갖도록 하는 게 당면의 과제다. 이미 나이가 74세로서 어느 모로 보더라도 노인이다. 사뮤엘 울만의 '인간은 세월의 흐름으로 늙는 것이 아니고, 이상을 잃음으로서 늙는다'고 외쳐봐도, 늙음을 다소 늦출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저항할 수가 없다.

작은 기업체이나마 유능한 후계자에게 맡기고 명예롭게 은퇴해서 이제 좀 자유로워지고 싶다. 그래서 여유로움 속에서 고향발전 특히 내 출생지 둔덕의 삶에 관심을 가져보고 싶다.

Q. 앞으로 향인회 운영 계획이 있다면?
= 가장 큰 숙제는 운영자금의 확보축적과 참여회원 수의 확대와 유지다. 거제시 인구가 25만이라고 하지만 생활을 위해 외지에서 이주해온 분들에게서 애향심을 기대할 수 없듯이, 향인 역시 외지인 출신 자녀들을 거제향인이라고 생각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순수 거제인의 출향인 수가 점점 감소 추세에 있으며, 순수 거제인이라 할지라도 고향을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기성인만큼 절실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것은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덜해서가 아니라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 '그리운 고향'이란 말을 해소해주고 있기 때문인데다가, 세태의 흐름 역시 집단보다는 개인 위주의 사고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출향 1세대 회원들의 자녀들은 이미 거제인이라는 생각은 아예 머릿속에 없으며 언어나 사고는 이미 '서울사람화' 돼버린 상태다. 그런 면으로 볼때 향인이란 우선 초등학교라도 고향에서 수학해 친구가 형성돼 있고,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있으며, 거제 억양의 사투리를 쓰는 그런 이들이라야 동질성이 형성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향인의 필수 요건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볼때 첫째, 여성회원 수를 늘려야 한다. 여성 출향인들도 남성 출향인 수만큼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움직이지 않는 청년층을 주목하고 그들이 움직이도록 공을 들여야 한다. 셋째 대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주는데 그치지 말고 그들의 미래도 관리해야 한다. 넷째 외지에서 유입된 분들의 자녀라 할지라도 고향에서 초·중·고교를 마친 젊은이라면 교우관계나 고향에서의 추억이 형성된 이들이므로 영입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들을 집중공략 할 계획이다.

Q. 향인·거제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누구에게 뭘 바라기 이전에 내가 먼저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본다. 모든 것이 뿌린 대로 거둔다 하지 않는가? 향인들에게 향인회가 먼저 성심을 다해 다가간다면 그들도 다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돼가고 있음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거제시에 대해서는 드릴 말이 없다. 지금 고향의 사정이 최악의 상태인데, 이를 벗어나고자 발버둥치고 있는 시에 향인회까지 이것저것 요구해서야 되겠나? 오히려 고향생산품 구매하기와 고향식당 애용하기, 고향서비스 활용하기 등에 앞장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거제시가 향인들에게 '향인증'을 발급해 고향 소재 사업자와 거래할 때 이를 제시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구상하고 있다고 하는데 적극 협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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