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기자
권오현 기자

행정의 최일선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이·통장들의 화합과 사기진작을 위해 열린 이·통장연합회 한마음대회가 지난 2일 사등면 지석운동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분명 이·통장이건만 정치인의 생각은 다른 모양새였다. 여타 봄날보다 더웠던 이날은 더위가 아니라 축사 때문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변광용 시장이 힘써준 덕에 그간에 없던 이·통장협의회가 사무실을 갖게 됐다"는 김행일 이·통장연합회장의 감사인사로 어깨가 으쓱 해진 걸까.

변광용 시장은 이어진 축사에서 "잠시 자기 자랑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6여분 동안 진행된 변 시장의 축사에서는 남북내륙철도 예타면제 결정·사상 최대 보통교부세 확보·장목국가어항지정·가칭 상동1초 건립 등 그간의 공적들에 대해 열거하듯 공치사를 늘어놨다. 그의 공치사에는 '내 자랑'만 있지, 누군가에게 공을 돌리는 '미덕'은 없었다.

변 시장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이어진 김한표 국회의원의 축사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됐다. 김 의원은 "변광용 시장께서 아주 좋은 말씀했는데 들어보니 국회의원은 전혀 한 일이 없고, 필요도 없고 시장만 있으면 될 것 같아서…"라며 10여분 가까이 행사의 축하말은 없고 스스로 얼굴에 금칠하기 바빴다.

한마음대회가 변 시장과 김 의원의 세력 싸움으로 변질된 현장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통장들의 단합과 화합을 위한 행사에서 정치인들이 축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참석한 내빈들은 행사를 축하하고 준비한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면 된다. 그런데 본래의 목적은 어디 가고 스스로의 공이 더 잘 낫다고 말하는 것은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며 가관이 아닐 수 없다.

김 의원의 축사에서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다. "새는 두 날개가 있어야 날 수 있고, 수레에서도 바퀴가 좌우로 있어야 굴러간다"는 것이다.

거제를 이끌고 대표하는 두 정치인이 저 혼자 잘나서는 거제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시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고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서로 만나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도 거제에 산적해 있는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는 위기의 요즘. 그들이 생각하는 거제의 안정은 내년 총선 이후로 밀려났는가 보다.

이날 행사뿐만 아니라 최근 각자가 배포하는 보도자료 속에도 누구와 함께 진행했느냐가 아닌 각자의 공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거제의 안정'이 아닌 '자기자랑'인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한 공적만으로 거제시가, 시민이 안정이 찾아지면 얼마나 좋을까. 무엇이 우선 순위인지 당장 자신의 밥그릇부터 챙기는 모습이 시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지 생각해봐야 한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