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여수 오동도로 떠나는 관광버스에 올라탄 이영애(56·능포동)씨. 1시간쯤 지나자 김밥·수육·김치 등 음식이 자리로 배달돼 오고 심지어 막걸리며 소주까지, 차안은 금세 음식점이 돼 버렸다.

모처럼 나들이에 들떠 아침을 거른 참이라 김밥을 몇 점 집어먹는 순간 시끄러운 음악과 동시에 여기저기 일어선 사람들로 버스 통로가 금세 가득해졌다. 술병과 안주를 들고 다니며 싫다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하는가 하면 천장에선 형형색색 조명까지 쏘아대는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버스기사는 '싸이렌 소리를 울리면 노시다가도 잽싸게 모두다 좌석에 앉기만 하면 단속에 걸릴 염려가 없다'고 방송까지 했다. 차라리 이런 관광이라면 편안한 음식점에 자릴 잡고 놀 것이지 뭣하러 달리는 버스를 비싼 돈 주고 선택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도로에 인접해있는 논에 모판을 앉히고 있던 최만구(68·동부면)씨. 도로를 쳐다보는데 화려하게 치장한 관광버스가 지나가고 있었다. 검은색 썬팅으로 차안은 보이지 않았지만 음악소리와 함께 버스는 아래위로 꿀렁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농사철에 접어든 논밭에선 농부들이 구슬땀인데 아무리 내돈주고 내 맘대로 온 관광이라지만 버스가 나이트클럽인양 춤추며 고성방가에 혀를 차게 했다.

달리는 관광버스에서 춤을 추거나 술에 취해 술주정하는 승객들의 경우,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범칙금 5만원이 부과된다. 승객의 춤추는 행위 등을 방치하거나 묵인한 운전자도 도로교통법시행령에 따라 10만원의 범칙금과 벌점 40점을 받게 된다.

특히 일부 전세버스가 승객이 선호한다는 이유로 안전을 무시하고 뒷좌석을 마주 보도록 개조하거나 노래반주기·조명 등을 설치해 적발되면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180만원까지 운수 과징금이 부과되고, 노래반주기 설치는 120만원이 부과된다. 음주가무를 요구할 경우 기사들이 제동을 걸면 그 관광버스는 이용객이 끊긴다고 한다. 범칙행위 적발시 해당 버스에 타고 있는 모든 승객들에게도 처벌할 수 있는 양벌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몇년 전에는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떼춤 추는 민폐왕 한국인'이라는 동영상이 프랑스에 소개되면서 국제적인 망신살을 뻗치기도 했다. 과거에는 한이 많은 민족이라서 한풀이 한마당이 체질화되어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달리는 버스에서 술·노래·춤의 인연은 대물림되고 있는 듯하다.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춤추는 사람들이 짐짝처럼 이리저리 쏠림현상을 일으키며 서로 뒤엉키기도 하는데 팁을 두둑하게 받은 버스 기사일수록 관광객의 뒤엉킴을 유도한다고 한다. 심지어 그런 맛에 관광버스를 타는 것이라고 하니 씁쓸하다. 그래서인지 '묻지마관광'이 호황을 누린다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운전기사는 버스 안 음주가무 행위가 범법행위임을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달리는 버스안 음주가무 행위는 자신뿐 아니라 대형참사로 이어져 소중한 생명을 앗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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