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전 거제시 어업진흥과장
남선우 전 거제시 어업진흥과장

수산업협동조합은 지구별·업종별·수산물가공 수산업협동조합과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로 구분되고 있다. 지구별수산업협동조합은 일명 지구별 수협이라 하며, 지역을 거점단위로 하여 설립되어진 말 그대로 지역이 중심이 되어 설립되어지는 조합으로써, 거제수협이 이에 해당된다.

지구별 수산업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어업 생산성을 높이고 조합원이 생산한 수산물의 판로 확대 및 유통의 원활화를 도모하며,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자금·자재·기술 및 정보 등을 제공함으로써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향상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 어업인을 대표하는 단체라 할 수 있다.

거제수협은 수산업협동조합이 1937년 5월 조선어업조합으로 출발해 1944년 4월 조선수산업회로 개편한 뒤, 1949년 한국수산협회를 거쳐 1962년 4월 지금의 회원조합과 중앙회를 동시에 발족하기까지 전국수협의 효시수협이며, 일등수협으로서 명성을 떨쳐 왔다.

그러나 근래 수년 동안 전직 조합장들의 반목과 갈등이 법적공방까지 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조합발전을 위한 노력은 등한시 되어져 왔고, 부실조합으로 전락되는 아픔을 겪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직조합장들의 서로 물고 무는 싸움판에 일부 조합원들까지 가세하여 전후사정은 뒤로하고 덩달아 내편 조합장 편들기에 앞장섰고, 혹자들은 조합이 어려움에 처해진다는 유언비어까지 퍼트리며 열을 올리는 형국이 펼쳐졌다.

조합원들은 조합이 어려움에 처해지면 서로 힘을 모아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생각을 가져야 하지만, 몇몇은 남의일 같이 강 건너 불 보듯 하고는, 예금마저 다른 금융기관에 옮기는 영민함을 보이기도 하였다. 결국 예금은 물밀 듯이 빠져나가게 되었고, 한동안 그 여파로 조합원들은 영어자금 대출마저 인근 통영 등지의 타 조합에서 받게 되는 불편을 겪었다.

그간 우리지역 경제가 어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때를 같이하여 거제수협역시 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이제는 지역경제와 거제수협이 깊은 수렁에서 동반하여 벗어나야 할 때다. 따라서 조합원은 물론이고 거제시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거제수협이 제자리를 찾아 가는데 응원과 격려, 협력이 필요한때라고 생각된다.

거제시민이라면 수협이 당면한 상황을 한번정도 깊게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거제수협이 과연 강 건너 불을 보듯이 할 남의 일일까? 하고.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우리의 판단은 크게 잘못되었다고 말씀드리고자 한다.

거제수협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순한 금융기관과는 차원이 다른 단체다. 수협은 농림·수산업 중 수산산업의 한 분야를 아우르는 지역경제 기반의 대단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떠받치고 있어, 지역민에게도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지위의 향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되는 지역 경제구조의 큰 틀 안의 특수 관계로 보아져야 한다.

거제수협은 3800여 조합원과 280명 정도의 직원들로 구성되어, 금융사업장 12개소, 위판장 6개소, 수산물가공사업단·마트·뷔페·예식 등 다양한 사업부문을 경영하고 있는 경제사업장의 규모로서도 전국 어느 조합에 뒤떨어지지 않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 조합이다. 이런 조합이 장기간 부실의 일로를 걷게 된다면 어촌살림은 물론이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지 않다고 할 수 없다.

지난 3월 전국동시 선거에 당선돼 취임한 엄준 조합장은 거제수협이 건강한 수협으로 새로운 길을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는 인사를 단행해 시민의 한사람으로 박수를 보내게 했다. 여태까지는 조합장들이 자기편 챙기기로 서로 갈등의 골을 만들었고, 싸움과 시비, 논쟁으로 일관하다 수협이 작금의 실정과 같은 상태에 노여지게 했다. 그러나 엄준 조합장은 직원들의 취임인사를 단행하면서 이편저편이 없는 탕평인사를 실천했다는 후문으로 거제수협이 거듭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줬다. 좋은 시도로 생각됐다.

이제 남은 일은 모두가 힘을 모으는 일이다. 조합직원들과 조합원들께서는 심기일전의 자세로 그간의 불미했던 일들은 잊어버리고 새 조합장을 위시하여 거제수협을 원래 이상으로 바로 세우는데 혼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바람은 불을 일으키지만 흔들기도 한다." 내가 지지한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협조하지 않고 흔들어대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거제수협은 회생의 여지가 없다. 누구를 지지했던, 누가 됐던 선거는 이미 끝났다. 선거의 후유증이 오래가서는 좋은 일이 없다. 조금이라도 앙금이 남아 있는 일이 있다면 밝은 내일을 위해서 서로 화해의 손을 내밀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시기를 바란다.

거제시민과 지역 언론들도 거제수협 구성원들이 용기와 의욕이 솟아나도록 격려와 힘을 보태주길 감히 바라는 바다. 넘어진 이를 일으켜 주고 부족한 점을 감싸주는 너그러운 미덕도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첫걸음의 하나가 아닐까?

5월의 푸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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