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신문 창간30주년 특별기획] '거제가 만나고 싶은 사람②'
김경언 거제신문 창간준비위원장 및 초대 발행인

거제신문은 창간30주년 기획특집으로 '거제가 만나고 싶은 사람'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기획·연재한다. 인터뷰 주인공인 '만나고 싶은 사람'은 애독자 및 거제시민의 추천과 제보를 받아 본사 전체회의를 거쳐 선정하고, 거제신문 인터넷 '거제방송'에도 함께 싣는다. 본지는 그 첫 번째 인물로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에 이어 두 번째 인물로 거제신문 창간준비위원장이자 초대 발행인을 역임한 김경언 대표이사를 만났다. 장승포가 고향인 김경언 대표이사는 1989년 풀뿌리언론의 절실함을 통감하고 뜻있는 지인들과 의기투합해 정론직필을 표방하며 거제신문을 창간, 지역언론의 새장을 열었다.  - 편집자 주


Q. 거제신문 독자에게 인사말씀
= 어려운 여건 속에서 30년 전 거제신문을 창간했다. 지난 30년보다 현재 종이신문의 여건이 더 어려워졌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거제신문을 이끌어오고 있는 김동성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들에게 감사하다. 무엇보다 거제신문에 항상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거제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거제신문은 거제시민의·거제시민에 의한·거제시민을 위한 신문이다. 이를 임직원과 시민 분들 마음속에 늘 있길 바란다.

Q. 도의원도 지냈는데 요즘 근황은
= 거제지심포럼을 만들어서 포럼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거제신문과 더 밀접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거제시민을 위해서 더 열심히 할 계획이다. 거제지심포럼에는 관광정책연구회와 거제근대사100년 편찬위원회로 나뉜다. 거제의 미래 100년과 과거 100년을 모두 고민하는 포럼으로서 발자취를 남기겠다.

Q. 거제신문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1989년 거제신문 창간준비위원이자 초대 대표이사 및 발행인으로서 감회가 새로울 거 같다
= 거제신문을 창간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김동성 대표이사가 신문을 이어받아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 감사하고 기쁘다.

Q. 거제신문을 창간한 배경은
= 1987년 6월29일 '6.29 민주화선언'을 시작으로 직접선거제가 도입됐다. 그리고 같은 해 여름 대우조선에서 일하던 스물두살 노동자 이석규씨가 경찰 최루탄을 가슴에 직격으로 맞고 사망했다.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거제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그래서 혼란스러운 이 과정에서 거제의 목소리를 대변할 지역언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신문법 개정으로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었다. 올바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올바른 판단을 시민들이 내릴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시민중심의 사회가 되고, 시민이 참여하는 사회가 되려면 시민들을 위한 올바른 신문이 거제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창간하게 됐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본지 회의실에서 거제신문 창간30주년을 기념해 김경언 거제신문 창간준비위원장이자 초대 발행인을 초대해 거제신문 창간배경과 시대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본지 회의실에서 거제신문 창간30주년을 기념해 김경언 거제신문 창간준비위원장이자 초대 발행인을 초대해 거제신문 창간배경과 시대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Q. 신문 창간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 엄청난 사람들이 참여했다. 고현중앙시장의 상인들 호응이 특히 좋았다. 지금까지 잊을 수 없는 게 서로가 거제신문 창간준비위원회에 참여하겠다고 나서줬다.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신문이 나오기 직전에 회사로 걸려온 전화가 있었는데, 여성분 한 분은 '거제에도 신문이 나오는 거냐'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반겨줬다. 당시 초록빛깔사람들 소속이었던 한 남성분도 전화 해서 '진정으로 시민들을 위한 신문이 돼 달라'며 응원해줬다. 시민들의 마음이 전해진 것 같아 창간을 하기까지 어려운 순간이 많았지만 감동적이라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Q. 특히 감사한 분이 있을 듯하다
= 거제신문을 지금까지도 사랑해주시는 독자 분들이 가장 감사하다. (특별히 감사를 표할 분이 계시다면) 거제신문 창간 준비위원회에 멀리서라도 힘을 보태주신 분들이 계시다. 그 분들이 계셨기에 거제신문이 창간될 수 있었다. 일운면 지세포 출신의 박문식 의학박사는 부산지사장을 자처했다. 최근 연초면 다공마을에 공적비가 세워진 이창 회장은 서울지사장을 하겠다고 나서줬다. 지역출신의 훌륭한 분들이 힘을 보태줘 거제신문이 오늘날까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창간 당시 열과 성의를 다해 거제신문에 기여한 사람들도 있다. 장상훈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 전 감사, 이성보 자연예술랜드 사장, 노금명 일성산업 대표, 현재는 변호사지만 김한주 편집부장 등. 많은 분들이 노력했지만 지면을 빌어서 꼭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Q. 거제신문이 전국에서 지역주간지 중 2번째로 등록된 신문이다
= 민주화투쟁이 격렬하던 1989년, 신문법 개정에 따라 지역주간신문 창간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됐다. 당시 문광부에 제일 먼저 창간 서류를 접수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서류심사과정에서 번번이 반려됐다. 전국에서 제일 먼저 신고한 지역주간지가 될 수 있었는데 세 번째 도전 만에야 신고가 받아들여졌다. 만약 바로 신고가 받아들여졌다면 창간일이 더 빨랐을 것이다. 전국에서 주간홍성 다음으로 거제신문이 창간된 것으로 알고 있다.

Q. 사장 재임 시절 거제신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 당시 기업들은 기업의 사용목적에 맞춰 땅을 사게 돼 있었는데 땅만 사놓고 놀리는 땅이 많았다. 이때 노태우 정권이 탄생하고 기업의 부동산을 정부가 사들이는 정책을 펼쳤다. 기업이 갖고 있는 부지에 대해서는 신고를 의무적으로 하게 법적조치도 돼 있었다. 그러나 당시 대우그룹이 차명으로 현 장목관광단지 부지를 사들였다. 차명이었기 때문에 신고가 안 돼 있었다. 당시 김한주 편집부장이 끝까지 추적했다. 수차례의 확인 끝에 거제신문이 특종을 냈다. 우리 신문이 나오고 한겨레신문이 받아썼다. 아주 큰 사건이었던 대한민국의 특종을 거제신문에서 시작한 일도 있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본지 회의실에서 거제신문 창간30주년을 기념해 김경언 거제신문 창간준비위원장이자 초대 발행인을 초대해 거제신문 창간배경과 시대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본지 회의실에서 거제신문 창간30주년을 기념해 김경언 거제신문 창간준비위원장이자 초대 발행인을 초대해 거제신문 창간배경과 시대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Q. 신문사를 운영하면서 기억하는 일은
= 당시 거제신문은 타블로이드 판 3000부를 발행했다. 늦게까지 취재하고 새벽 2, 3시까지 기사 쓰는 게 일이었는데 기사가 지면에 앉혀지기 전 회사의 앞잡이(일명 구사대)들이 신문사에 쳐들어와서 신문사를 부수고 기자들을 폭행하고 그런 일들이 종종 발생했다. 역사적 비극 속에서도 지역을 위한 순수한 헌신으로 만들어졌다.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거제의 발전을 위해 힘을 합쳤다. 간부직들은 무보수로 일하면서 기자들만 활동비로 얼마간의 돈을 받았던 만큼 전 직원들이 사명감 하나로 지냈다. 또 한국일보 창원공장이 들어서면서 거제신문도 6개월 동안 이곳에서 무료로 인쇄를 했는데 그 고마움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당시 3500만원을 들여서 신문 편집기기인 매킨토시를 구입했다. 매번 글로 쓰고 판짜기 하느라 시간이 다 갔는데 매킨토시 구입으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게 됐다.

Q.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만남도 있었다
= 1989년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있는 서울 통일민주당사에 직접 찾아갔었다. 그때 김 전 대통령이 거제신문의 창간을 축하하며 휘호를 선물했다. '광피팔극(光被八極)' 빛이 온 누리에 퍼진다는 뜻으로 거제신문사가 거제의 빛이니까 팔방으로 빛을 발해서 영원히 좋은 역할을 하고, 발전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이 휘호와 창간 당시의 주간거제신문 현판을 창간 30주년을 맞아 기증하겠다.

Q. 창간 30주년에 귀한 선물이다
= 거제신문사 사장 김경언은 바뀌었더라도 거제신문은 영원하지 않나. 당시 시민과 기자, 경영진들이 30년 동안 고이 간직한 것을 기쁜 마음으로 기증하겠다.

Q. 1989년 7월21일 거제에 언론 '거제신문'이 처음 들어왔고 이후 기성신문이 창간됐다
= 기성신문은 거제신문이 창간하고 한참 뒤에 창간(1991년 2월27일)이 됐다. 거제신문이 진보적 성향에다 권력에 야합하지 않는 신문이다 보니 당시 권력구조를 봤을 때 달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거제신문과는 또 다른 성향의 기성신문이 탄생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본지 회의실에서 거제신문 창간30주년을 기념해 김경언 거제신문 창간준비위원장이자 초대 발행인을 초대해 거제신문 창간배경과 시대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본지 회의실에서 거제신문 창간30주년을 기념해 김경언 거제신문 창간준비위원장이자 초대 발행인을 초대해 거제신문 창간배경과 시대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Q. 30년이 지난 현재 거제지역에 언론사가 약 34개사가 들어와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주간지와 인터넷신문까지 정말 많은 신문사가 존재한다. 목적이 좋으면 언론사가 많은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거제시민을 위하고, 거제시민을 위한 객관적인 기사가 나와야지 거제시의 '홍보지', '권력 앞잡이'로서의 역할을 하면 안 되지 않겠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는 신문도 있을 수 있다. 목적이 정당하고 훌륭하다면 누구라도 신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거제신문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은
= 거제신문은 시민공모주로 시작한 신문이다. 탄생이 시민의·시민을 위한·시민에 의한 신문이었다. 항상 옳고 바르고 정의로워야 한다. 시민 다수를 위해 발전해야 한다. 어느 개인의 신문이 아닌, 거제시민의 신문이지 않나. 불의한 권력, 부패한 권력에 타협하지 않고 시민을 위한 신문으로 이어진다면 시민들은 거제신문을 놓지 않을 것이다.

Q. 거제신문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신문 창간 당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좋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다. 윤지영 수필가나 자연예술랜드 이성보씨 등 거제신문에 애착이 강했던 분들이 현재 다른 언론에 기고를 내고 있다. 정신적·물질적으로 함께 해왔던 이들이기에 아쉽다. 다소 마음이 안 맞다 할지라도 외연을 확장해서 거제시민을 위해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모셔서 다양한 글이 나오게끔 했으면 한다. 외연확장에 보다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Q. 거제신문을 비롯한 후배 언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인터넷 신문 등 지역언론이 난립하다보니 현재도 어려운 실정이다. 일선 기자들이 권력에 타협 없이 해내고 있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기자는 프로근성이 있어야 한다. 시간과 경제적 여건에 한계가 있다 할지라도 뭔가 하나를 잡았다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권민호 전 시장 재임 시절 숱한 얘기가 나왔지만 변죽만 올리고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기자는 집요하게 파헤쳐서 시민들의 속이 뻥 뚫릴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게끔 해야 한다. 기자가 많이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그 순간을 잘 넘겨야 한다. 그러면 순간은 어렵지만 언젠가는 좋은 결과는 있을 것이다. 사명감을 갖고 프로근성으로 잘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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