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전 거제시 어업진흥과장
남선우 전 거제시 어업진흥과장

얼마 전에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노조원들이 거제시장 집무실을 기습 방문하여 집기와 서류 등을 던지고, 거제시장에게 대우조선 매각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혀 달라고 했다는 언론보도가 도배를 했다. 이러한 사태를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본 바로는 참담한 심정에 할 말을 잊게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거리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말이 있다. 이를 다르게 보면 우리 모두의 관심이 부족한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전국이 버닝썬으로 시끌벅적하다. 총리까지 나서 "엄단한 처벌을 지시" 하였고, 경찰총장은 국회행정안전위에 출석해 "경찰의 명운이 걸렸다는 자세로 전 경찰역량을 투입해 범죄와 불법을 조장하는 풍토를 철저히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일개 클럽 '버닝썬'에 전국이 시끌벅적하다. 하지만 인구 25만이 되는 지자체가 경제난을 겪고 있고, 그 경제의 중심에 있는 산업에 관한 큰 문제가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나서 해결해 줄 기미가 없어 보이니 한심한 섬나라다.

거제는 20년 전의 IMF를 겪었던 때보다 더 심한 경제 침체기를 겪고 있다. 거시경제둔화와 기업환경악화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우조선 매각이라는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니 갈팡질팡 헤매는 형국이다.

평소에 체력을 길러 지진에 대비해 왔다면 모두가 우왕좌왕 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처해 갈 수 있었겠지만, 대비가 없었기에 대처가 미숙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대우조선 매각의 소리가 들린 지는 오래다. 어느 때이던지 기업 인수합병은 예고되어 있었지만, 피부로 와 닿지 않았기에 남의 일처럼 생각해온 것이 사실이라면 틀린 말이라고 할까?

지난해 이 지역에서 정치를 해 보고자 꿈꾸어온 정치 후보자들에게서 툭하면 나왔던 말이 '조선경제 살리겠습니다'란 걸로 기억된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남부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의 첫 북미 전기자동차배터리 공장기공식에서 윤예선 대표가 "정부관계자, 특히 지방정부공무원들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동기부여가 돼있고, 전문적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라면 무엇이든 함께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이럴 때 동기부여는 충분히 돼 있으니, 조선경제 살리겠다고 소리친 지역 정치인들이 전문적 능력을 발휘해서 대우 사태를 지혜롭게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뜨거운 박수를 보내드리고자 한다.

거제경제가 잘 돌아갈 때에는 밥숟가락만 얹어도 되는 의원님 시절도 있었고, 도로시장·꽃시장·300만원대 아파트 시장도 있었다고들 한다. 현역 지역 정치인들은 남의 잔치상에 슬쩍 숟가락 얹는 꼼수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과감히 버리고, 이번 기회에 현재의 거제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를 잘 살펴 대처하는 자세를 갖춰 나가야 한다. 후일 나도 어떤 일을 해낸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게끔 행동해야 할 때임을 알아야 할 것 같다.

거제의 단점은 산업이 단조롭다는데 있다. 특히 조선 산업의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조선 산업에 문제가 생기면 쓰나미 현상이 바로 일어난다. 세계는 지금 기업고객 유치와 신기술사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르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 맞출 수 있는 지역경제 생태계의 구축은 우리 거제가 안고 가야할 시급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정치인들이 툭하면 내세우는 국비 얼마를 가져 왔느니, 큰 사업을 유치했느니 하는 구시대적인 치적을 자랑하는 시대는 지나간지 오래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진지 오래이며, 변화와 혁신은 기업들에게 고려대상이 아닌 필수라 한다. 기업 인수합병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산업생태계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기에 그 속에 우리지역 사태가 놓여 있다는 점은 아닌지 고민해야 하고, 영민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따라서 현역 정치인들은 대우사태를 잘 해결하는데 역량을 결집함은 물론이고, 거제가 안고 있는 단조로운 산업구조와 한정된 경제체질을 벗어나 50년을 먹고 살아야할 신산업을 찾아 기업고객을 유치하는 등의 다양한 고소득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봄은 시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는 거제의 봄날은 저기 계룡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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