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맛있게 먹고 모처럼 남편과 산책을 겸해 동네 한바퀴를 돌던 하미라씨(45, 상문동). 계룡산에서 문동저수지를 지나 씽씽 불어오는 바람은 한겨울밤 추위를 온몸으로 느끼게 했다.

마을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매캐하면서 눈을 따갑게 하는 원인모를 공기와 맞닥뜨리면서 점점 호흡하기가 힘들어졌다. '해지기 전에는 깨끗했던 공기였는데 도대체 무엇을 태우기에 이렇게 눈이 따갑지?'하면서 냄새의 원인을 찾았다.

어둠속이었지만 동네 여기저기서 뿌옇거나 시꺼먼 연기가 하늘로 뭉텅뭉텅 솟구치고 있었다.

음식점 바로 옆에 공사장에서 뜯어낸듯한 합판·각목부터 스티로폼 등 각종 폐자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난로속에는 그것이 땔감이 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시꺼먼 연기와 매스꺼운 냄새가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데도 불을 쬐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잡담에 여념이 없었다.

마을 한켠 농가 주택 옆에 인접한 밭에서는 농사에 사용했던 폐비닐·생활쓰레기·종이·음식물찌꺼기 등이 한데 뒤엉켜 시커먼 연기와 악취를 내뿜으며 타고 있었다.

'해도해도 너무 한다. 쓰레기 종량제봉투가 비싸면 얼마나 비싸다고 한밤에 아무도 몰래 이렇게 마구잡이로 태울까'면서 따져물으려고 사람을 찾았으나 추위 때문인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딱딱하게 뭉쳐서 굳어있는 시커먼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계속해서 쓰레기를 태워왔던 것으로 보였다.      

올 겨울은 '삼한사미'라고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에 시달린다'고들 한다. 미세먼지는 마스크를 뚫고 호흡을 통해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그래서인지 유달리 감기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고 겨울내 한시도 마스크를 벗고 나다니지 못하겠다는 지인들도 많다.

쓰레기 처리 비용을 아끼겠다고 야간에 몰래 무단으로 소각하는 파렴치범이 돼서야 되겠는가. 불법소각으로 인한 매연과 유해물질은 미세먼지와 함께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게 뻔하지 않는가.

폐기물관리법 규정에는 '폐기물은 폐기물 처분시설 또는 재활용시설에서 처리하도록 했다. 예외는 있지만 원칙적으로 폐기물처리시설로 승인·신고된 적법한 소각시설이 아닌 경우에는 소각이 금지되어 있다. 야간에 행해지는 쓰레기 불법 소각은 짙게 깔린 어둠으로 인해 연기가 보이지 않고 냄새만으로 추측할 수 있어 단속이 힘들다.

주간에는 연기로 인한 발각을 염려해 야간에 몰래 소각하는 불법 쓰레기 소각은 주민의 건강과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대형 화재로 번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강력한 단속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난해 거제시에서 쓰레기를 불법소각하다 산불로 번진 사례도 2건이나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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