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손톱이 약해 자주 부러져서 인터넷 사이트에서 네일케어 제품 2개를 구매한 정양숙(39·능포동)씨.

이튿날 택배를 받고 상자를 열었는데, 일명 '뽁뽁이'라고 불리는 에어캡으로 돌돌 말린 것을 풀고 또다시 종이상자를 열고서야 손가락 두마디 크기의 제품 두 개가 나왔다. 겉상자와 안쪽 작은상자 사이 뜨는 공간에는 에어포켓도 3∼4개까지 들어 있어서인지 풀어낸 포장재의 양은 제품 알맹이에 비해 어마어마 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하더니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가락크기의 물건 두 개 받자고 저 많은 포장재가 쓰였고, 받자마자 전부 쓰레기통으로 가야하니 이래서는 쓰레기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또 남편 회사에서 선물로 나왔다며 생필품 선물상자를 받아든 한문선(48·수양동)씨. 선물상자를 열어 보니 생필품이 모양대로 파여진 플라스틱에 반듯하게 담겨져 있었다. 세수비누·치약·샴푸·린스 등 알맹이만 분리해서 꺼내놓고 보니 제품양은 두 손 안에 잡힐듯한데 포장재는 그야말로 엄청났다.

설 명절이 다가온다. 알록달록 크고작은 상자와 스티로폼에 싸여지고, 보자기에 포장된 선물들이 소비자들을 부른다. 하지만 명절을 지내고 난 쓰레기·재활용 수집장에는 상품들의 포장지·빈상자·스티로폼·플라스틱·유리병 등 각종 포장재들이 산을 이룬다.

작년 소비자보호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과일 선물세트 포장은 85% 이상이 띠지·리본 등 장식물을 사용해 박스당 1000원에서 1500원의 선물비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자 하는 알맹이에 과한 포장쓰레기를 함께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구매 후 바로 버려지는 필요없는 껍데기 포장 쓰레기들. 그야말로 비싸게 사서 비싸게 버리는 셈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폐기물의 35%가 포장 폐기물이다. 상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들도 문제지만 소비자 또한 내용물보다 겉모습을 중시해 과대포장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올 1월부터 일회용 비닐봉투 무료 제공이 금지된 전국 대형마트 2000여곳과 매장 크기 165㎡ 이상인 슈퍼마켓 1만1000여곳에선 일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할 수 없다.

국내 연간 비닐봉투 사용량은 211억 개 이상이며 1인당 평균 비닐봉지 사용량은 연 420개에 달한다. 전통시장의 10평 미만 영세 가게들은 비닐봉투 규제로부터 대부분 면제받고 있지만, 아직도 장바구니를 준비하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쓰레기 천국 속에 살지 않으려면 나부터 쓰레기 줄이기 위한 노력과 귀찮음을 이겨내야 한다. 분리수거를 철저히 실천하는 사람들을 유별나게 취급하는 우리사회도 문제다. 모두가 똑같은 잣대로 포장규정이나 분리수거 규정을 따지고 함께 해나가야 한다. 이는 의식수준을 끌어올리고 경각심만 갖는다면 분리수거를 통해 비용절감과 생활비 절감은 물론 환경보호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제는 자발적으로 일회용 포장재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돼야 한다. 정부도 포장규정을 강화하고 기업들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 장바구니를 생활화하고 선물포장은 간소화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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