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봄나들이(oil on canvas·72.7㎝ × 72.7㎝)

2002년 강원도 양구에서는 지역출신의 박수근화백의 생가터에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박수근 화백은 1914년 강원도 양구 정림리 출신으로 정식으로 미술공부를 하지는 못했지만 독학으로 그림을 익혀 특유의 조형세계를 구축한 화가이다. 그의 그림은 단단한 화강암 같은 바탕에 굵고 단순한 선묘로 소박한 시골풍경들을 보여주며 회색 톤의 작품이 전하는 따뜻한 서정성으로 한국적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강원도가 '군립 박수근미술관'을 개관한 2002년 거제시에서는 문광부의 지원으로 양달석 화백의 그림비가 거제시 사곡삼거리에 세워 졌다. 여산 양달석화백은 1908년생으로 특유의 색채와 동화적 유토피아가 구현된 작품으로 한국미술 100인의 반열에 오른 서양화가이다. 우리나라의 서양화는 1900년대 초기 일본 유학을 다녀온 작가들이나 당시 한국에서 활동했던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전파됐다.

초기의 작품성향은 인상파나 야수파 등 유럽 작품들의 화풍이 주류를 이뤘으나 1940년대 이후에는 독자성을 구축한 많은 작가들이 등장해 한국의 근대미술을 주도했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부터는 그 시기에 활동했던 작가들이 태어난 고향이나 활동한 근거지를 중심으로 몇몇 지자체들이 그들의 이름으로 미술관을 건립했으니 '양구군립 박수근 미술관'을 비롯해 이중섭이 잠시 머물렀던 제주 서귀포의 '이중섭미술관'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미술관 보다 '양구 군립 박수근 미술관'은 여러모로 우리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조형 구조물에 겨우 이름 석자 새긴 채 사람들에게 잊혀져가는 양달석 그림비는 지역 문화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와 인식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한해도 우리지역에서는 묵묵히 창작활동에 전념한 이들이 있었으니 거제바다미술제·여산 양달석 오마주전·거제미술포럼전·거제청년작가전·더 블루전·프로아전 등의 작가들이다. 그들은 지역경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느해 못지않은 활발한 활동을 펼쳐 지역문화를 견인해 거제문화에 희망을 줬다.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 활동은 개인적 성취를 넘어서 공동의 문화자산이며 그들의 작품은 조건 없이 시민들에게 개방되고 공유돼 공감의 가치를 이룬다. 

새해에는 이들 풀뿌리 같은 지역 예술인들의 응축된 힘이 더 큰 가치가 돼 지역문화의 발전된 모습을 견지하고 '시립 양달석 미술관' 건립의 초석을 이루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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