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시민기자
남선우 전 거제시 어업진흥과장

계절성 어종의 회유시기가 다가오면서 장목면 북부해역 일대에는 예년과 다르지 않게 어로구역 확보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어 해소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 들어가는 시기가 되면 장목면 북부해역을 비롯한 진해만 해역 일대에는 계절성 어종들로 어장이 형성된다. 북부해역의 계절성 어장이 형성되는 구역은 부산 가덕도 동두말의 끝단에서 능포동 끝단을 잇는 선내의 안쪽으로부터 가조도 인근 해역까지가 이에 해당된다.

이곳은 해군 군사작전 구역에도 포함되는 해역으로 통상적으로 해군지지법상 '진해만해역'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진해만에 겨울철 계절어기가 오면, 어업인들은 각기 주조업 어종별로 고기가 모이거나 지나다니는 길목을 찾아 미리 어로구역을  확보하고 어구를 설치하면서 작업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정해진 구역 없이 먼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어구 설치구역 선점 경쟁이 발생되고 자리다툼의 갈등이 촉발된다.

고기가 다니는 좋은 길목은 누구나 선점하고 싶은 자리이고, 한철 소득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서 서로가 양보할 수 없는 입장에 놓여 있다. 또 좁은 해역에서 포획어종과 업종이 다른 여러 업종이 함께 어울려 어로작업을 하게 됨으로써 선점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도 안고 있어 어구손실 시비가 끊이지 않고 해난사고의 원인도 되고 있다.

사실 북부해역에서의 어장선점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어장선점 갈등은 여러 형태의 원인들이 있기도 하지만, 특히 해군기지법에 의한 해역이용에 따른 제한적인 문제와 어업인들의 무분별한 불법어로 행위도 한몫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불법적인 어로 행위가 적지않은 갈등 원인으로 작용하고는 있으나, 지역 어업인들의 생계가 달려 있어 옥석을 가리고자 법적인 잣대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진해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에 따라 적절한 행정적 대안을 내놓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업종별 어업인 단체가 상호 협력해 각 업종에 맞는 적정구역을 협의해서 정하고, 그 구역을 이탈하지 않고 다툼이 없도록 서로가 질서를 지켜가는 방법이 적절한 대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진해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살펴보면, 낙동강을 비롯한 중소규모의 하천으로부터 바다생물에게 필요한 영양염류 즉 규소·인·질소 등의 식물프랑크톤의 생산량을 좌우하는 물질들이 대량의 담수와 함께 유입되고 있다. 이는 먹이생물을 풍부하게 번식토록 해 어족자원의 산란과 생육에 적합한 해양환경을 이루게 하고, 다양한 생물의 서식은 물론 계절성 어류의 회귀에도 크게 영향을 미쳐 황금어장이 형성되는 근원으로 작용한다.

반면 지형적으로는 주변에 큰 도시를 끼고 있어 각 도시마다 크고 작은 어촌들이 오밀조밀하게 형성돼 어업인구가 몰려있다. 이에 통영·고성 등 먼지역의 어업인들까지 계절조업을 위해 같은 어업시기에 장목해역으로 몰려들기 때문에 자리다툼 경쟁은 치열해 질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그러나 진해만이 '황금어장'이라는 명성도 이제는 점차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인근에 신항만 조성과 같은 대단위의 매립과 산업단지조성 등으로 연안바다는 점차 축소되고, 육지에서 기인되는 오염원은 적절하게 차단되지 않고 계속 흘러들고 있어 해양환경의 황폐화는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다.

올해도 어황은 예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진해만 해역뿐만이 아니라 전 해역에서 어족자원의 감소는 날로 더해져 가고 있는 추세여서, 어장선점 다툼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있다. 바다의 앞날이 어둡고 어업인의 생계는 막막하지만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으니 걱정이 앞선다.

한 어업인단체 협의회장은 "정부가 어업인들이 생계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어촌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어로비용 부담을 낮춰주는 정책 등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촌은 자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에서는 일자리창출 등의 정책도 좋지만 농어촌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국민들이 걱정 없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경제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사회보장정책의 새로운 전환과 모색에 있어서도 등한시 하지 않고, 시간과 노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더불어 어업인도 어려운 여건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불법어업의 근절은 물론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하는 지혜를 모으고, 업종 간에 한 약속은 잘 지켜서 갈등을 봉합한다면 올해의 어황도 분명 밝아지리라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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