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⑥-거제, 도시를 디자인하라]공공디자인 공모전으로 디자인 정착한 제주
공공디자인 공모전 올해 8년 환경과 역사의 어울림
시설물이 아닌 인간 중심의 도시·공공디자인 시행

제주특별자치도청에 따르면 제주도를 방문한 많은 여행객들이 하나 같이 제주의 '자연경관'을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꼽는다.

그러면서 여행이 좋았던 이유는 지역 곳곳에 큰 막힘없이 뚫려 있는 도로와 신호등 대신 회전교차로를 통해 교통 편의가 제공된 점 등 사회기반시설의 적절한 조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제주는 사회기반시설조차 여행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게 도시를 디자인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민선7기를 출범하면서 도시다지안 담당관실을 신설했지만, 이미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중심으로 공공디자인을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 늘 고민을 해왔다.

공공디자인 중요성을 일찍 깨닫고 활용하는 제주도는 자연경관과 어울리는 관광디자인.
공공디자인 중요성을 일찍 깨닫고 활용하는 제주도는 자연경관과 어울리는 관광디자인.

8년째 공공디자인 공모전...매년 100여 작품 출품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는 제주공공디자인 공모전은 올해 8년째를 맞이했다. 처음은 제주도민 중심으로 행해졌던 행사는 어느새 공공디자이너를 꿈꾸는 디자이너들의 꿈을 맘껏 펼칠 수 있는 도전의 장이 됐다. 매년 100여 작품 이상이 전국에서 출품이 되는데 시상금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용하기 위해 수상 대상은 넓다.

올해는 안타깝게도 대상 수상자가 부산공공디자인 공모전과 같은 작품을 출품하면서 대상 수상 취소라는 일이 발생했지만 앞으로의 공공디자인으로의 활용 가능성은 높다.

도 관계자는 "매년 출품되는 작품들의 수준이 아주 높아, 실용가능성에 대해서 늘 고민이 많다"며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활용이나 친환경 도시 제주'를 큰 주제로 놓고 매회 다양한 주제로 작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모전 작품집을 발간하고, 작품전시회 등 우수작 홍보와 함께 향후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뿐 아니라 초기 수상 작품이 현실에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라고 덧붙였다.

미래를 생각하는 친환경과 재생에너지를 주제로 공공디자인
자연친화적인 디자인을 이어간다.

공공디자인 심의제도까지 도입

도시환경에서 무질서하게 설치되는 시설물은 시민들에게 예상치 못한 사고를 발생시킨다. 편의 위주의 도시 조성은 무분별한 개발로만 이뤄질 뿐이다. 특히 제주도는 고령화 사회의 심화, 장애인구의 증가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 등 수요계층이 서울만큼이나 다양해져서 도민과 함께 어우를 수 있는 공공디자인 정책이 필요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제주도는 지난해 9월9일부터 도내 공공기관·공기업에서 설치하는 각종 시설물 등에 대해서는 공공디자인 심의를 받기로 결정 내렸다.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2016년8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제주도는 지난해 3월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공공디자인 심의기준 등을 마련해 같은 해 9월부터 공공시설물 등에 대한 심의를 본격 시행한 것이다.

공공디자인 심의기준을 살펴보면 도내 공공기관에서 조성·제작·설치·운영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시설물과 용품, 시각 이미지 등에 대해 공공성과 심미성을 심의한다. 최근 제주도의 인구 변화 추세에 따라 아름답고 쾌적한 환경으로 공공의 이익과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됐는지 여부, 나이·성별·장애 여부·국적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셜 디자인 가이드라인 적용 여부, 주변 환경과의 조화와 균형이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 실시설계 완료 전에 깊이 있게 심의가 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제주의 공공디자인은 언제나처럼 '시설물'이 아닌 인간 중심이 될 것"이라며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움, 공공성과 심미성을 담아낸 수준 높은 공공디자인으로 시설물들만 보더라도 '아! 제주에 왔구나'라는 생각을 갖도록 공공디자인 심의가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제주도는 신공항 계획이나 신교통 도입 방안, 전기차 특구, 대중교통 우선의 제주형 교통체계 개편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 역시 제주의 청정환경을 지킬뿐 아니라 나아가 공공 디자인의 '공공성'과 '심미성'을 모두 잡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도 관계자는 "디자인 담당 부서에서는 '심미성'만 생각한다는 편견을 과감히 버리고 '공공성'과 '심미성' 두 가지 모두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를 생각하는 친환경과 재생에너지를 주제로 공공디자인 공모전 작품 전시
미래를 생각하는 친환경과 재생에너지를 주제로 공공디자인 공모전 작품 전시

공공서비스 디자인 창출…'제주올레길'

제주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제주 올레길의 핵심 키워드는 '공공서비스디자인'이다. '올레길'의 계획은 많은 관계자에게 입맛을 당겼지만 예산이 마땅치 않았던 제주도는 공공서비스디자인 차원의 도움을 금융기업 A사로부터 받았다.

A사는 당사의 디자인 전문 부서에게 올레길 이미지 창출 작업을 지시했고, 이것이 제주도의 조랑말을 형상화해 아름다운 제주도의 자연 환경과 고온한다는 의미를 담은 로고로 탄생했다. 이 로고를 바탕으로 올레길의 상징인 일명 '간세사인'이 만들어졌다. 간세는 제주도 방언으로 '게으름'을 뜻한다.

제주의 푸른 바다와 검은 돌의 색상이 사용돼 주변과 잘 어우러지면서 눈에 띄었고, 야광페인트가 사용돼 밤에도 잘 보인다. 특히 자연친화적인 제주도와 어울리게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어진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로 제작해 사후 땅 속에 묻으면 자연 부패까지 된다.

1년에 겨우 2000명이 방문하던 올레길이 한 해에 25만 명이나 찾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된 것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역발상과 차별화된 디자인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 도시디자인의 포인트는 '경관'

제주도 건축은 육지를 바라보며 해왔다. 육지와의 교류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는 거제 도시디자인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제주도만의 도시디자인을 나타내려면 육지에서 바라본 제주의 모습이 어떠한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제주도청은 말한다.

도 관계자는 "제주도도 옛 모습을 많이 잃었다. 예전에는 다들 낮은 건물이었고, 언덕만 올라가면 탁 트인 경관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현재는 높고 낮은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경관을 막고 있는 것도 많다"며 "제주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디자인 포인트는 경관, 지형을 제대로 유입해 이 경관을 흐트러뜨리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관을 살리기 위해서는 제주 전통에서부터 도시디자인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관광문화자원 뿐 아니라 제주만의 특색까지 살릴 수 있다"며 "도시디자인은 한 명의 공무원이, 수십 명의 팀원들만의 고집적인 사고방식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공공디자인 공모전을 하는 이유도 각 연령대별로 다양한 시각을 공공디자인에 녹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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