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개선 거제시연합회 공길여 회장

농업진흥청 농촌기술센터 소속 한국생활개선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았다는 소식에 한국생활개선회 거제시연합회의 공길여(58) 회장을 만났다.

"요새는 가을걷이와 김장배추 심기로 엄청 바쁜데 이렇게 있으니 마냥 걱정"이라며 말문을 연 공 회장은 지난 태풍 '솔릭' 대비 단도리를 나갔다가 발목을 다쳐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었다.

그는 먼저 생활개선회에 대해 설명했다. 여성농업인을 위해 1958년 '생활개선구락부'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1994년부터 생활개선회가 됐다. 최장수 '농촌여성문화계몽단체'라고도 할 수 있는 생활개선회는 농촌생활의 과학화·합리화로 건전가정을 육성하고 농촌생활의 질을 향상시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누구나 살고싶은 삶의 터를 만들기 위해 합리적인 가정관리와 생활환경개선·전통생활문화·과학영농실천에 선도적 역할을 하는 농촌여성단체라고 말했다.

1990년대까지 주로 실제 주거환경개선 및 과학영농사업을 전개했지만 현재는 여성농업인들을  교육해 인적자원으로 육성, 자기개발과 요리·서각·창의적 문화활동·노인생활지도를 재능기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생활개선회 거제지부 거제시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각종 행사에서 서각작품·수공예품 전시를 하고 있으며 다도 행사도 하고 있다.

공 회장은 손재주가 좋아 손뜨개·가죽공예·등공예 기술로 복지시설에서 장애인을 지도했던 경험이 생활개선회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시대에 따라 생활개선회도 변화와 발전을 해오고 있다는 공 회장은 15년째 생활개선회 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 생활개선회의 주 사업은 식문화 변화로 주식인 쌀이 남아 쌀소비 촉진 운동과 1인 가구 남성에게 요리를 가르쳐 직접 음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평생 음식을 하지 않던 남성들이 요식을 만들어 시식할 때는 미소가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거제살이 30년차로 딸 셋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길 동냥으로 농사를 배운 사람"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첫아이가 2급 지적장애를 가지면서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아픈 아이를 위해 좋은 음식과 오염되지 않는 식재료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 농사에 관심을 갖고 직접 짓기로 했다.

"처음 농사일을 배울 때는 길을 걷다가도 묻고, 차를 타고가다 세우고도 물었다. 배추 심는 사람, 논밭에 씨 뿌리는 사람 등 농사짓는 사람을 볼 때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묻고 또 물어보면서 배웠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농사꾼이 돼있는 거예요."

몸에 좋은 작물을 얻기 위해서 고민하다 거제시농업기술센터에서 유기농 비료 만드는 교육도 받았다는 그는 "처음에는 장애인 봉사로 평생 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여성농사꾼으로 여성농민교육운동을 하고 있다"며 여성농업인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또한 거제농업기술센터에서 생활개선회 회원들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해줘 많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농촌생활이 힘든 노동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넘쳐 납니다."

요즘은 도시에서 귀농하거나 농촌에 관심을 가지는 청년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며 그 역시 셋째 딸과 함께 농사·닭키우기·쌀음식만들기·텃밭 등 농촌체험 교육장과 한식 양념소스 공장을 가족경영으로 하고 있다. 딸과 함께 한다고 아무 갈등이 없었겠는가. 그 역시 딸과의 공동경영에서 오는 갈등을 농촌진흥청에서 진행하는 '가족경영협약교육'을 같이 들으면서 해소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가족경영협약이란 말은 어려워 보이지만, '(농업종사)가족+경영+협약(약속·규칙)'으로 풀어서 생각하면 의외로 쉽다면서, 농사에 실제로 참여하는 가족끼리 농업경영 목표와 경영계획 수립·역할분담·이익분배·경영이양·농사 외 생활규칙 등을 정해 실천하도록 약속하는 문서를 만드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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