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승인 갈등
사곡만지키기대책위 "삼성·대우 국토부에 참여 안 한다 입장 밝혀"
사등면민 "주변 산단조차도 공사가 제대로 집행 안 되는데 무리"
거제시 "삼성·대우와 긍정적으로 협의 중인데 무슨 소리냐" 반박
국토부 "실제 산업단지 승인에 대한 명분 찾기 쉽지 않은 실정"
시장 예비후보 7명도 소속 정당 따라 찬반의견 절반으로 나뉘어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이하 해양플랜트 산단) 조성과 관련한 최종 승인이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반대대책위(사곡만지키기대책위원회)와 주민·참여기업·거제시의 입장이 제각각이어서 거제지역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승인권을 쥐고 있는 국토부는 참여기업(대우조선·삼성중공업)의 의중을 참고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의 태도 역시 애매한 상태여서 당분간 승인 여부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삼성·대우가 '투자 불가'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하며 추진동력 상실에 따른 조성 반대를 외치는 반대대책위와 승인에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거제시, 이를 지켜보는 국토부의 입장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 주>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놓고 찬반논란이 거세다. 사진은 산단이 들어설 사곡만 일대 전경.   자료사진=거제신문DB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놓고 찬반논란이 거세다. 사진은 산단이 들어설 사곡만 일대 전경. 자료사진=거제신문DB

사곡만지키기 대책위, "경제논리 아닌 정치논리에 불과"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이하 해양플랜트 산단) 조성 최종 승인이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해양플랜트 산단 핵심 참여기업인 삼성·대우조선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21일 거제시를 방문한 국토교통부 현지실사단은 삼성·대우조선 가운데 하나의 기업만 참여한다면 승인 가능성은 높다고 밝혔다. 이는 두 기업 모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승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뜻한다.

사곡만지키기 대책위원회(이하 사곡만대책위)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토부 핵심 관계자와 나눈 얘기를 공개했다. 사곡만대책위는 "지난 6일 국토부 핵심관계자와 직접 대면을 했고 공식화된 문서는 없지만 삼성·대우가 '투자 불가'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며 "국토부는 두 기업이 투자하지 않을 경우 사업불가 입장을 수차례 밝혔고 핵심 사업자인 권민호 거제시장 사퇴로 산단추진 동력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제시와 국토부는 거제해양플랜트 산단 추진을 중단하고 차기 시장과 시의회의 재검토 결과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원종태 사곡만대책위 공동위원장은 "현재 삼성·대우는 해양플랜트 산단에 참여할 의사도 없고 능력도 없다"며 "그들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이익이 남는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적 '갑'질에 '을'들이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정치 논리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사등면민, "칼만 안 들었지 칼 든 강도 다름없다"

사등면민도 사곡만대책위 의견에 힘을 보탰다. 사곡마을 이승대 이장은 "해양플랜트 산단 추진부터 반대했는데 가장 문제는 공론화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시민들이 사곡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발과 보존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데 목소리 큰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을 뿐 시는 사등면민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책위도 시민들의 의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등면민 양수만(83)씨는 "현재 산단 승인이 나 있는 곳부터 공사가 마무리돼서 잘 돌아간다면 해양플랜트 산단 조성에 이의가 없지만 지역 곳곳에 있는 산단조차도 공사가 제대로 집행 안 되는데 무리"라며 "현 거제시 행정은 토지매입부터 보상 업무까지 칼만 안 들었지 칼 든 강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사곡만지키기 대책위원회와 재검토 지지 선거 출마자들이 지난 15일 차기시장과 시의회가 산단조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곡만지키기 대책위원회와 재검토 지지 선거 출마자들이 지난 15일 차기시장과 시의회가 산단조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 "최종 승인 기일은 알 수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행정절차가 마무리 됐고 국토부의 최종 승인만 남겨져 있는 상황에서 승인 일정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거제시에서 지속적으로 연락이 오지만 지금으로선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사곡만대책위와의 대면에서 양대 조선사의 '투자 불가'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약 138만평의 산업단지를 조성하는데 최종 승인자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 정권의 사업이라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그보다 실상은 산업단지 승인에 대한 명분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거제시, "국토부 승인만 기다리는 중"

시 국가산단추진과는 사곡만대책위 의견에 전면으로 반박했다. 국토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고 현재까지 승인 시일 답변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전면 재검토나 삼성·대우 참여 불가는 한 번도 거론된 적 없다고 말했다.

시 국가산단추진과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삼성·대우와 협의 중에 있고 긍정적인 답변을 늘 받아왔다"며 "삼성·대우와 협의 통해 대책위 의견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거제시는 '2018 시정 주요현안사업'에서 해양플랜트 산단이 3월 안에 승인 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서는 "국토부의 승인만 남은 현 시점에서 작성 당시 2월 중순께였기 때문에 한 달 이내에는 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국토부와 얘기된 부분이 있어 3월 안이라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거제해양플랜트 주변 유휴산단 현황도.
거제해양플랜트 주변 유휴산단 현황도.

삼성중공업, "현재는 결정된 게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회생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해양플랜트 조성사업에 합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부정적인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해 사업자로 추진한 적은 있으나 현재 더 논의가 진행된 적은 없었다"며 "해양플랜트 산단 승인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라며 삼성중공업 참여유무는 조선업 시황에 따라 결정할 사안으로 현재는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거제시장 예비후보, 재검토 3·보류 1·추진 3명…격돌

해양플랜트 산단 조성에 대해 시장 예비후보 7명은 재검토 3명, 보류 1명, 추진 3명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검토 의견이 주를 이뤘고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는 모두 추진해야 된다는 입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영춘 예비후보만 조선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해양플랜트 산단 추진에 긍정적이라고 밝혔지만, 정확한 입장은 본선에서 표명하겠다고 답변을 보류했다.

문상모 예비후보는 "조선경기가 반 토막이 난 상황에서 단면만 보고 접근하면 안 된다"며 "다방면으로 재검토와 시민 동의가 우선 필요하다"고 밝혔다.

변광용 예비후보는 "시민 동의없는 일방적 추진"이라며 "대기업의 참여가 어려워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철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운 예비후보는 "재원조달이 어려워 실현성이 낮고 난개발 이득은 극소수에게 갈 뿐"이라며 "공영개발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명의 예비후보는 '재검토'는 동일했으나 부지이용 대해서는 다소 차이점을 보였다.

자유한국당은 모두 찬성이었다. 서일준 예비후보는 "해양플랜트 산단은 거제뿐 아니라 한국 미래전략산업으로 행정절차가 거의 다 이뤄졌기 때문에 조만간 국토부 장관의 현명한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영석 예비후보는 "해양플랜트 산단은 거제의 성장 동력이자 조선 산업이 흑자로 전환됐을 때 해양플랜트 투자의 기반 조성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조선 기자재업체 집단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소속 윤영 예비후보는 "2030년은 해양플랜트산업이 세계경제를 이끈다고 전망되고 있다"며 "펀드자금 들여서라도 반드시 성사해야 미래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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