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거제시, 버스정책 이대로 괜찮나?
2월1일부터 버스노선 조정…일주일 전 시민에 안내
경남 도·농복합지역 도심 평균 막차시간 밤 11시27분
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으로 어쩔 수 없다"

거제시가 오는 2월1일부터 고현∼능포 간 시내버스 막차시각을 10시30분으로 변경한다고 공지하면서 시민들의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밤 10시30분께 고현터미널에서 능포방향 10번 버스를 타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거제시가 오는 2월1일부터 고현∼능포 간 시내버스 막차시각을 10시30분으로 변경한다고 공지하면서 시민들의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밤 10시30분께 고현터미널에서 능포방향 10번 버스를 타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거제시내버스 노선 조정이 오는 2월1일부터 시행된다. 조정사유는 '버스운전자들의 복지'라고 내세우지만 실상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버스노선 조정 개시일을 미리 정한 상태에서 노선 조정이 원활하지 않아 지난 26일에야 확정됐다.

시민들은 개시일로부터 일주일 전에야 바뀐 노선과 시간변경을 알게 돼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현터미널에서 능포동 구간의 막차시간이 기존 밤 11시에서 10시30분으로 앞당겨져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정책을 펼치는 전국 흐름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현∼능포 주요노선 10번~11번…막차 10시30분으로 변경

고현터미널에서 능포동 구간의 양 방향 노선은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구간이다. 지역 주요 도심지를 가르는 10번과 11번은 가장 많이 운행될 뿐 아니라 늦게까지 시민들이 이용한다.
매년 버스 수요·공급 사정에 따라 버스노선 조정은 조금씩 있어 왔지만 10·11번 버스 막차시간이 조정된 것은 약 20년만이다.

시는 막차시간 변경사유로 여객자동차법 제21조를 근거로 두고 있다. 제21조 운송사업자의 준수사항 11항에 따르면 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에게 안전운전에 필요한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이에 대해 거제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막차 운영 버스기사들이 보통 다음날 첫 차를 운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휴식시간 8시간을 맞추기 위해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거제시의 첫 차 시간은 오전 5시50분이다.

버스기사 복지 우대는 당연…막차시간 단축과는 별개

지난 1년 동안 양대 버스업체 기사들은 복지증진을 위해 수차례 거제시에 요구했다. 노동자 복지 우대는 당연한 것이다. 여객자동차법이 개정된 만큼 안전운전에 필요한 충분한 휴식시간은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여객자동차법과 막차시간 단축은 별개의 문제다. 거제시는 막차를 운행한 버스기사가 다음 날 첫차를 운행하는 업체 운영방법상 여객자동차법에 따라 8시간 확보를 위해 조정했다고 밝혔다.

시 조정안을 보면 고현발~능포 도착 막차는 밤 10시30분으로 운행은 11시10분께 종료된다. 이후 숙박 후 다시 능포∼고현터미널 운행 첫 차 운행은 오전 5시50분이다. 하지만 8시간의 휴식을 취해야 한다면 다음날 오전 7시10분 버스부터 운행이 가능하다. 막차 운전기사가 첫차를 운행하면 6시간40분밖에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8시간 휴식을 취한 기사들이 첫 차를 운행하기 위해 막차 전전 기사가 첫 차를 운행할 것"이라고 앞에서와는 다른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지역 경기가 침체되면서 10시30분 이후 버스를 타는 인원도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사기준이 된 최근 10시30분 이후 버스 이용승객 자료 요청에는 바로 제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타 지자체 25만 도농복합지역은?

거제시의 이와 같은 정책에 버스이용객들의 불만은 속출했다. 시민 김모씨는 "미세먼지 감소 정책의 일환으로 대중교통 활성화 등이 대안으로 나오는데 현 시점에서 막차 시간을 줄이는 건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다"며 "시민들과 상의도 없이 막차 시간을 조정하는 정책은 결국 택시업계만 좋아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미정(31·옥포동)씨는 "금요일 같은 경우 일 마치고 거제로 놀러오는 관광객들도 많다. 적어도 밤 12시까지는 연장 운행해 관광객들이 옥포·아주·장승포·능포 등 주요 도심지까지는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노선·시간변경은 관광정책에도 역행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개정되는 막차 밤 10시30분은 경남도 도농 복합지역인 김해·밀양·사천·양산·진주·창원·통영시의 막차 평균 시각에서도 현저하게 빠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도 도농복합지역 막차 평균시각은 밤 11시27분이다.

가장 이른 곳인 11만7000명 인구의 사천시가 거제시와 동일한 밤 10시30분이다. 33만8000명 인구의 양산시는 오전 1시5분까지 심야 시내버스를 운행한다.

거제시와 인구가 비슷한 전국 도농 복합지역 가운데서는 25만8000명의 경주시가 밤 10시45분이고, 21만9000명의 경기도 양주시가 밤 11시50분까지 운행한다.

시민 김모씨는 "벽지를 비롯한 적자노선에 대해서도 버스업체가 시에서 보조를 받는데 왜 거제시가 버스업체에 끌려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버스기사 복지와 여객자동차법 개정은 별개로 다뤄야 하고 버스기사 복지를 위해 채용을 더 늘리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2월1일부터 조정안 시행

이번 시내버스 노선 조정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 개정으로 버스운전자 휴게시간 확보 및 대중교통 이용편의를 위해 진행됐다.

백병원~거제중앙병원 노선인 100-1번과 백병원~고현터미널 노선인 110-1번 버스는 지난해 준공된 보훈회관까지 노선이 확장됐다. 보훈회관까지 확장된 노선은 1일 각 2회씩 운영된다.

상문동 벽산아파트~사등면 두동마을까지 잇던 150번 버스도 거제면 오션파크자이까지로 확대된다. 능포동~옥림마을 구간 300번과 310번은 각 거제대학과 일운면 하촌마을까지로 종점이 변경된다.

거제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고현터미널~동부면 학동 노선인 55번 버스는 경유구간이 확 바뀐다. 이 구간은 당초 장평동과 사등·거제면을 경유해 동부면 학동까지 2시간 넘게 시내버스를 타야 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장평·사등·거제면을 경유하지 않고 바로 고현터미널∼동부면 학동해수욕장으로 연결된다.

학동에서 남부면 해금강을 잇는 400번 남부순환버스는 이번 노선변경으로 폐지되고, 55번 버스가 고현터미널∼학동∼해금강까지 연장됐다. 고현터미널을 통해 방문한 관광객은 55번 버스만 타면 한 번에 동·남부로 갈 수 있으며, 하루 7번 운행한다.

아주도시개발사업으로 급격히 성장한 아주동을 위해 개설된 고현터미널~아주동 노선인 16번과 16-1번 버스는 당초 연초농협·연초중학교를 지나던 구간을 폐지하고 고현∼옥포∼아주경로로 변경된다.

사등면 가조도에서 출발하는 43번·43-1번 버스와 남부면 쌍근마을에서 출발하는 52번 버스는 장평시내를 경유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현에서 출발할 때는 장평시내를 경유한다. 한편 이번 노선 개정안 기존 장평시내를 경유했던 노선이 대거 폐지되면서 장평동민들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