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수산(주) 패류 수출 전문기업으로 육성
양식에서 가공 유통까지 수산업 패러다임 전환 견인

조선산업 불황으로 활력을 잃어버린 거제경제를 다시금 일으키기 위해 정치계는 물론이고 행정과 산업경제계 등 모든 분야의 화합과 단결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거제신문은 위기에 굴하지 않고 험난한 파고를 슬기롭게 극복해 국내 최고의 패류 전문 수출기업으로 육성시킨 대일수산 이정태 대표이사를 만났다. 1차 산업인 수산업을 6차 산업으로 끌어올린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먼저 어려움에 처한 거제 시민들께 희망의 덕담 한마디를 부탁드린다. 
= 제가 배움도 깊지 않고 남을 가르치고 훈육할 수 있는 인성도 갖추고 있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람이 마음먹고 하고자 한다면 못 할 것이 없다는 말이 제 경험에 비춰보면 전혀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조선산업 불황으로 실업자가 넘치고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삶을 비관하거나 나쁜 생각에 빠져있는 분들에게 닥치지도 않는 미래의 일에 미리 염려하고 걱정하지 말고 현실에 충실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내가 50여년간 사업을 하면서 경험한 바로는 미리 걱정하고 염려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우리가 걱정하는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니다. 따라서 미리 염려와 걱정으로 삶을 허비하지 말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목표를 가지고 천천히 하나씩 실천해 가다보면 분명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Q. 올 초 지역사회 발전기금으로 하청면에 1억 원을 쾌척했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다면.
= 지난 1963년 굴·홍합 양식업을 시작한 후 1987년 하청면에 공장을 설립함으로써 대일수산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그동안 패류 양식업자에 불과했다가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하청면 주민들과 거제시에서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고 믿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굴 가공공장은 넓은 부지에 생굴 채취 후 남는 굴 패각이 산을 이룰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고 또 이런 저런 냄새로 인해 민원발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의 협조와 이해로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 고마운 배려에 조그만 성의를 표시한 것이다.

특히 지역민들의 숙련된 노동력 없이는 이 사업은 꿈도 꿀 수 없기에  지역사회 발전기금을 마련해 지원하게 됐다. 현재의 수산업 여건을 보면 사업이 순조롭게 발전할 수는 없겠지만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신제품 개발과 수출시장 확대 등 모범적인 경영을 통해 회사가 수익이 나면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기업가의 보람이고 명예라고 생각한다.

Q. 대일수산이 어떤 회사인지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 대일수산의 주요생산품은 냉동굴·냉동홍합·냉동바지락·냉동훈제굴 등의 통조림과 생굴·생홍합 등의 신선품, 건굴·건홍합 등의 건조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생산품의 60~70%는 해외에 수출되고 있으며 생굴과 냉동굴은 주로 일본으로, 마른굴은 홍콩·싱가폴·대만·말레이시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

또 통조림은 주로 미국·일본·멕시코·유럽 등지로 나가고 있으며 나머지 30~35%가 동원·사조·펭귄 등 국내 대기업 OEM 제품으로 나가고 약 5%는 자체 브랜드인 델리씨로 판매한다. 이를 통해 현재는 전 세계로 진출, 연간 1500만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이는 전체 매출액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2개 법인에서 대략 연간 35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Q. 대일수산이 국내 최고의 패류전문 가공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 대일수산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원물부터 가공까지 원스톱으로 자체 해결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유통을 하기 위해 삶는 단순가공만 했지만 지금과 같은 전문 가공시스템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해외진출을 위한 가공업에 뛰어든 것은 1993년부터였다.

90년대 초 우후죽순 늘어난 통조림 회사들이 납품처가 끊어지자 덤핑 판매 등 여러 가지 악재가 발생해 국내 시장에서 해외수출을 목표로 본격적인 시설 확충을 통한 전문기업으로 변신을 시작했다. 현재 회사에서 필요한 원물은 거제에 70㏊ 규모의 자가 양식장을 갖추고 있으며, 부족한  부분은 물량 공급을 받기 위해 통영 연안에 미리 만들어 둔 계약 어장에서 조달하고 있다.

대일수산 가족은 정규직 40여명에 굴 껍질을 까는 비정규직 작업자가 많을 때는 150명, 여기에 통조림 노동자까지 합치면 300명 이상이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남아 지역 외국인 여성들도 가세해 다문화의 사람들이 일하는 일터로 변하고 있다. 근로자들 모두 열심히 일해서 소득을 창출하는 시스템을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Q. 50년 이상 굴양식과 패류 가공 등 수산업에 종사하시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있으면
= 수산업을 한다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자연이라는 거대한 장애물과 상대해야 하기에 정말 어렵다.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한 자연재해로 양식장이 초토화 된 것을 비롯해 자연현상으로 인해 굴 양식 수확이 안 좋아 원물이 부족해 수출물량 납기를 맞추지 못해 손해를 감수하고 비싼 가격으로 원물을 구입해 납기를 맞춘 일 등 생각하면 부지기수의 고비를 넘긴 것 같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2년 미국 FDA에서 남해안 청정지역이라고 인정해 온 양식굴이 관리소홀로 한 순간에 무너질 위기가 있었다. 다행히 해양수산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처로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도 이는 진행형이다. 언제든지 대비하지 않으면 수출이 중단될 수 있기에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

당시 미국 FDA가 한국산 패류의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는 바람에 미국 수출 길이 6개월에서 1년 정도 막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틈을 중국이 비집고 들어와 미국시장 점유율이 떨어진 것은 물론 재고를 싼값에 처리하는 바람에 손해도 많았다. 또한 전염병인 콜레라로 인해 수산업이 타격을 받지 않으려면 정부와 지자체·시민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

Q. 숱한 위기와 고난을 극복한 원동력은?
= 지난 1963년 굴 양식이라는 미지의 분야에 지식도 경험도 일천했던 내가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패기와 열정이었다. 통영 어촌에서 태어나 보고 자란 것이 바다였다. 그 영향으로 수산학교에 진학해 양식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됐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보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도전한 것이 지금의 대일수산을 만든 원동력이다. 그동안 숱한 위기에도 견뎌올 수 있었던 것은 한 번 결정한 일은 끝을 봐야 한다는 것과 자신과의 싸움에서 질수 없다는 강한 정신력이었다.

지난 50년간 이 사업을 하면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유혹도 많았다. 그러나 나를 믿고 의지하고 있는 대일수산 가족을 생각하며 버틸 수 있었다.

Q. 자식들도 모두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들었다. 수산 가공기업으로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는가.
= 사실 수산업이 미래의 식량이라 블루산업이라 일컫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너무 힘든 사업이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이런 힘든 일을 물려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큰 아들은 수산업을 평생의 업으로 일찍 결심하고 대학도 수산대학에서 식품학을 전공했다. 졸업 이후 회사에 들어와 제일 밑에서부터 업무를 배웠다. 지금은 어느 부분에서는 나보다 훨씬 낫다. 또 개인적으로 수산기업도 대를 이어 전문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기반을 지금 조금씩 갖춰나가고 있다.

대일수산은 1992년 미국 FDA에 대미 수출 공장으로 등록됐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수출이 이뤄졌고 1998년에는 HACCP 시스템을 갖추고, 다음 해에는 업계 최초로 품질관리인증 ISO9002를 획득했다. 또한 2000년에는 EU 수산물 가공공장으로 등록했고 2011년에는 한국생산성본부인증원으로부터 식품안전경영시스템인 ISO22000을 획득했다. 이 모든 것이 수산물 수출 가공기업으로 100년을 이어가는 기업을 만들기 위한 것이며 차근차근 욕심내지 않고 기초를 튼튼히 만들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며 목표다.

Q.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분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 최저 시급을 법으로 정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매우 좋은 취지이지만 이를 맞출 수 없는 자영업자나 기업은 어쩔 수 없이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어 과연 좋은 정책인지 의구심이 든다. 개인적으로 너무 급진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오히려 근로자들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일한 만큼 벌어가기 때문에 해당사항은 없지만 주변에 자영업이나 사업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저 임금제를 강요하면 부득이하게 근로자의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인건비와 제반 경비가 상승하면 이 피해는 제품가격으로 이어질 것이고 제품가격 상승은 판매에 영향을 미쳐 기업이윤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경영이 어렵게 되면 궁여지책으로 사람을 줄이게 된다.  근로자가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급여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일률적인 잣대로 법으로 정하는 것은 조금 성급한 정책이라고 본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법이 아니어도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고 생각한다.

Q. 수산업이 3D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존속이 어렵다고 들었다. 굴 가공 공장은 상황이 어떤가.
= 최근 굴 박신공장에 외국인 여성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굴 가공공장은 국적에 따른 차등이 없다. 오로지 자신들이 생산한 양만큼 임금이 지불되기에 숙련도에 따라 월 400만원을 벌어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이유로 외국인 여성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존속을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 국내 노동자의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향후 5년 이내 인력난을 겪을 수 있다고 본다. 지금부터 생굴 박신작업에 필요한 노동력 확보를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그런 시간이 빨리 와서 오히려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가공이 이뤄지는 것이 굴 업계를 위해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Q. 우리나라 '김'이 지난해 단일 품목으로 수출액 5억 달러를 넘어서며 수산물 수출의 일등공신으로 등극했다. 굴도 이렇게 성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 굴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식업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된다. 좋은 물건이 수출 시장에서 각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 양식업자들은 좋은 굴을 생산하기 보다는 많은 양을 생산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밀식을 할 수밖에 없고 밀식은 굴의 성장을 방해하고 병을 유발하는 첫 번째 원인이다.

따라서 모두가 좋은 품질로 생산해 높은 가격을 받는데 중점을 두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또 정부에서도 수출기업이 판매시장을 개척하는데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영세기업이 모여 하나의 품목 단체를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Q. 굴 양식 1세대로서 굴 산업 발전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 '나 하나 쯤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굴 산업 전체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굴 생산업자는 물론 수산업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과 거제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바다가 주는 수산물이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꾸고 보호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지자체, 바다를 통해 업을 하고 있는 모든 분들이 알아야 한다. 즉 공유의 재산을 잘 보호해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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